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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학교, 평화의 새 지평을 열다

기사승인 2022.01.07  16: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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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한반도 평화학교가 지난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경기도 파주, 강원도 철원, 제주 일원에서 진행되었다. 경기도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평화통일연대가 진행한 동 프로그램에는 아시아, 동아시아 8개국에서 참여한 20명의 청년, 대학생들과 그룹 멘토 5명, 간사 3명 등 30인이 참여했다.

한 해를 보내는 세밑에 만난 젊은이들은 중국, 일본, 베트남, 미얀마, 타지키스탄, 대만, 우간다 등 외국 7개국의 15명 학생과 한국 학생 5명으로 구성되어 4인씩 한 모둠(팀)으로 활동했다. 첫날의 자기소개 등 OT를 시작으로 호기심과 코로나로 인한 약간의 걱정으로 시작했으나 이내 젊음과 따뜻한 분위기 속 동지의식들이 생겨나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졌다.

프로그램 중 9개의 특강이 진행되어 풍성한 논의와 상상과 소통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매 강좌 이후에는 모둠별 다양한 토론과 질의가 이어졌다. 다양한 학교와 국적으로 이뤄진 모둠원, 교수 등이 중심이 된 멘토가 참여하 토론을 돕고 함께 논의에 참여했다. 모둠은 20-30분 정도 이어지고 각 모둠의 토의 내용을 정리해 서로 발표하고 다양한 생각을 함께 나누었다. 모둠의 논의와 토론은 곧바로 단체 카톡방을 통해 정리, 요약되어 각 모둠별로, 전체 방에 공유해 서로 다른 배경, 국가의 현상에 기반한 평화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고, 공유하는 값진 시간들이 이어졌다.

새별오름 정상에서. ⓒ2021 한반도 평화학교

첫날 박종화 평화통일연대 이사장님은 ‘평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특강을 통해 평화의 참 의미와 중요성을 제시했다. 평화 만들기(making), 세우기(building), 나누기(sharing), 살기(living)를 통한 평화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전우택 연세대 의대 교수는 ‘용서와 화해로서의 통일’을 주제로 남북한이 분노의 수준을 낮추고 용서의 마음으로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안하였고, 김진향 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개성공단과 한반도 평화’에 대하여 개성공단 운영 경험을 통한 현실적 평화와 통일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동북아 평화와 세계 평화’란 주제로 국제 정치, 군사 질서를 조감하고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의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후 추상미 영화감독은 ‘상처의 연대’란 주제로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통해 고아로서 한국과 북한을 떠나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현지 폴란드인들이 따뜻하게 포용하고 사랑하여 서로의 연대로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들을 통해 한반도의 화해와 가능성을 스스로 느껴보게 하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추상미 감독이 제작한 씨네다큐 '폴란드로 간 아이들' 상영 후 추 감독과의 대화 시간. ⓒ2021 한반도 평화학교

국경선평화학교 정지석 대표는 ‘평화운동을 위한 제언’을 통해 평화를 꿈꾸고, 논의하는 사람들이 공유해야 할 가치들에 대해 현장감 있는 제안을 하였다. 주도홍 백석대 명예교수는 ‘평화의 국가, 개인의 역할’이란 주제로 거대 담론으로서의 평화와 동시에 우리 삶과 현장에서 평화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과 개인의 체험을 소개해 청중을 감동시켰다. 필자는 ‘동북아 평화와 경제협력 및 남북 통일’이란 주제로 경제의 관점에서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과 의미를 제안하고 한반도 통일의 경제적 편익들을 소개하였다.

일행들은 제주도 4.3평화공원을 방문하여 4.3의 원인과 과정, 의미에 대하여 정종훈 연세대 교수의 ‘4.3의 역사’ 특강을 통해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울러 현장의 아픈 이야기를 통해 평화의 의미와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깊이 있는 강의와 토론에 이어 한반도 평화학교는 다양한 현장 탐방과 체험을 통해 우리 역사 속에 숨 쉬고 있는 평화의 가치와 이를 위한 선배들의 투쟁과 헌신의 역사들을 배울 수 있었다.

임진각과 평화누리공원, DMZ와 철원 노동당사의 역할, 소이산에서 바라본 북녘의 산하와 백마고지의 동족상잔의 비극과 전쟁과 평화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었다. 제주도의 4.3평화공원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이어진 군인과 민간인 간 이해 차이, 진압과정의 희생 등으로 야기된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평화의 가치를 드높이며 관련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와 지위를 회복하기 위한 공간이다.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의 건설과 평화를 위한 제주를 지키려는 주민들과의 긴 대화와 투쟁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일제의 태평양전쟁 당시 공군 기지로 사용했던 알뜨르비행장은 난징대학살의 중간 기착지로 전쟁 말기 일본군 최후의 저항기지로 이용되었다. 이어 송학산과 새별오름을 오르며 일행은 평화의 섬 제주의 아름다움과 평화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제주 강정마을 앞에 내걸린 현수막. ⓒ2021 한반도 평화학교

이번 한반도 평화학교는 추운 날씨에도 현장 탐방과 실내 강좌와 토론 등 참신하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 구성으로 참여자들의 열띤 참여와 토론 및 풍성한 온오프라인을 통한 토론과 소통의 한마당으로 평가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결실은 외국 7개국에서 온 청년들의 한반도에 대한 이해 증진과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과 국제적 의미를 체득하고 깊은 관심을 가진 점이며, 평화의 가치와 의제가 자기들의 조국에도 큰 의미를 갖는 점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를 함께 모색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행사 중에 우리 머리를 맴도는 말들은 “소통과 만남이 평화다”, “평화가 통일이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더 향기롭다” 등이다. 70여년 분단되어 갈등하고 있는 우리에게 평화는 무엇이며 통일은 가능한 것인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우리 젊은이, 지식인들이 지금 생각하고 꿈꿔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 우리 삶 가운데서 탐구하고 눈을 크게 떠 답을 구할 과제들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김홍섭/ 인천대 명예교수, 평화통일연대 동북아평화교육원장

김홍섭 ihom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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