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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시설 철거’ 요구를 통해 본 북한의 개방전략

기사승인 2019.11.08  11: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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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LOFO 칼럼 제482호

김정은 위원장이 10월 23일 금강산 시찰을 통해 “(남측이) 금강산에 꾸려 놓은 시설들이 민족성을 찾아볼 수 없는 범벅식이고, 피해지역의 가설막이나 격리병동처럼 들어앉았다”며 “그것마저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하고,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강령적 교시’를 이행하기 위해 10월 25일 한국 정부와 현대그룹 측에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철거해 가라며 실무적 문제를 협의하자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내왔다.

우리로서는 북한이 2008년 7월 이후 11년이 넘도록 금강산 입산료를 받지 못하고 시설이 노후화하여 금강산 경관을 헤치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현대아산이 50년간 금강산 관광 독점권을 행사해 왔는데 북한이 남한의 경제외적 이유로 11년간 돈을 받지 못하고 있고 금강산 관광이 언제 재개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계약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금강산을 중국이나 서방에 개방하여 돈을 벌겠다는 심사인 것이다. 2008년 7월 ‘박왕자 씨 사건’은 정상적인 국가관계라면 유족에 대한 보상과 북측 관계자의 처벌로 해결하고 관광은 지속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이념과 정치논리로 금강산관광을 중지하였다.

이 문제는 향후 우리 당국, 현대아산, 북측 당국 등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해결해야겠지만 금번 김 위원장의 ‘금강산 관광 시설철거’ 요구를 계기로 우리는 김 위원장의 향후 ‘북한 식 개방’의 일단을 유추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단초는 김정은의 발언이다. 김정은은 10월 23일 완공을 앞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방문해 “금강산관광지구와 정말 대조적”이라며 “적당히 건물을 지어놓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 자본주의 기업들의 건축과 근로인민 대중의 요구와 지향을 구현한 사회주의건축의 본질적 차이를 종합적으로,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것은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도 서방자본을 끌어들여 발전전략을 세운 ‘등소평식’, ‘베트남식’, ‘박정희식’ 개발독재를 원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위의 발언으로 보아 김정은은 ‘독특한 북한식’ 개방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과 ‘북핵 문제’를 두고 ‘밀당’을 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를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한국,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국가들, IMF, ADB 등 국제금융기구들의 경제지원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트럼프도 북핵문제만 해결되면 자신이 북한을 ‘부자나라’로 만들어 주겠다고 여러 차례 큰 소리쳤다. 그리고 일부 논자들은 금번 기회에 북한을 자본주의 시장경제체로 끌어내어 북한 내 민주화 시위를 촉발시키자는 주장도 하였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에게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해 달라는 요구는 7,000조 원에 달하는 자신의 자원, 우수한 인력 등을 수출하여 외화를 획득한 후 그것으로 북한식 풍요로운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 금번 사태에서 들어났다. 김정은은 남한의 일방적인 금강산 관광 중지를 보면서 ‘대외 의존형’ 경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달은 것 같다. 물론, 이미 김일성 주석은 1950년대에 ‘주체’를 강조하면서 대외의존 경제는 나라가 주권을 상실하고 바보가 된다는 것을 경고한 바가 있는데 김정은이 새삼 인식한 것 같다.

북한은 북핵문제 해결 이후라도 외국과의 합영, 합작보다는 자기 자본을 통한 ‘자력갱생적’ 국가발전 모델을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평양, 원산, 양덕 등을 비롯한 각종 건설을 ‘서구 자본주의+북한 사회주의 모형’을 창안하여 순전히 자력으로 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놓쳐 김정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한 것은 북한을 남한경제영역으로 편입시켜 북한의 변화를 꾀한다는 김대중 정부의 원대한 전략을 무산시킨 것이어서 무척 아쉽다. 정부도 미국도 김정은의 ‘새로운’ 발전 전략을 잘 파악하고 북핵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 남북물류포럼 이사 

전현준 korealofo@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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