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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이종석·류길재 전 장관의 대북·통일정책 제언

기사승인 2017.06.14  08: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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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새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변화의 입구에서 길을 찾는다’ 대담

거대한 촛불 민심에 힘입어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지만 북한을 상대하는 게 만만치 않다.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은 이제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를 통해 남북간 불가역적인 교류와 평화의 시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13일 오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주최 ‘새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 변화의 입구에서 길을 찾는다’ 심포지엄에서는 김대중·노무현·박근혜 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이종석·류길재의 대담 ‘바람직한 대북·통일정책을 위한 제언’이 있었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만들었던 장관들임에도 이날 대담에서는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만큼 북핵을 둘러싼 남북·한반도 관계가 복잡 미묘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탓인지 대담은 중간중간 웃음도 나오긴 했지만 시종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1부 전문가들의 발제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대담 사회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맡았다. 다음은 대담 전문.

13일 오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새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변화의 입구에서 길을 찾는다' 심포지엄 모습. 사람들이 가득 들어찼다. ⓒ유코리아뉴스

정세현 “솔직히 남북관계 해법 안보여”

▲윤여준: 현재 남북상황을 한마디로 진단한다면?

△정세현: 이 시기에 통일부장관 하지 않은 게 너무 감사하다(웃음). 지금에 비하면 김영삼-김대중 정부 때는 요순시대였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실험 5번, 미사일능력 시험도 지난 9년간 굉장히 고도화됐다. 이 얘기하면 ‘첫 핵실험은 노무현 정부 때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할 것이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노무현 정부의 햇볓정책 때문이 아닌 부시 정부의 압박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된 것이다. 7차 당대회(2016년 5월)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북한은 핵보유국임과 앞으로 비핵화는 없다고 못박았다. 핵동결에서 시작하는 건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핵포기는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김대중, 노무현 나아가 김영삼 정부 때는 없었던 미중 갈등이 심화됐다. 1부에서 2010년 이후 미중 관계가 복잡해졌다고 하는데 저도 거기에 동의한다. 미국이 아시아지역에서 누려왔던 군사적 패군, 국제정치적 헤게모니를 중국이 도전하게 되면서 미국이 북핵을 중국 압박카드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비핵화’의 개념상 문제도 있다. 미국과 우린 북한 비핵화를 요구하지만 북한과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얘기한다. 한반도 핵우산을 접으라는 것이다. 칼빈슨함을 그만 들여오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핵화를 조건으로는 남북관계를 풀 수 없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새 정부가 통일정책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유코리아뉴스

결론적으로 아까 김근식 교수가 솔직하게 털어놔야 한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핵동결 입구로 들어가 비핵화 출구로 나오는 데 5년 내는 불가능하다. 북핵동결 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걸 입구로 삼아서 최종적으로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맞바꾸는 걸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좀더 용감하게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 통일부장관(조명균) 발표를 했다. 대북접촉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일을 잘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때는 고민 없이 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햇볕정책은 요순시절의 대북정책이다. 지금은 그걸로 안된다. 북한은 최근 통전부장(정찰총국장 출신의 김영철)이 바뀌었다. 김양건 통전부장(2015. 12. 29 사망) 때는 남북관계를 일정정도 유지하면서 당국간 관계가 가능했다. 그러나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대남비서(김양건 때와 마찬가지로 김영철 때도 당 통일전선부장과 대남비서를 겸직하고 있다)가 되면서 상황이 바뀌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번에 우리민족서로돕기 방북이 무산됐고, 6·15 공동행사가 무산된 걸 보면서 ‘이 사람들(북한)이 왜 이러나?’ 생각했다. 일단 이 사람들(남한 민간단체)이 가져가는 보따리가 작아서 거부했나, 아니면 민간단체들을 경쟁시켜서 그걸 통해 ‘하청부 통일전선’(당국간은 상층부 통일전선)을 형성하려는 게 아닐까. 만약 이렇게 되면 남남갈등이 더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전 솔직히 남북관계 별로 해법이 안보인다.

▲윤여준: 안보위기에 해법은 뭘까?

△이종석: 북한 핵문제가 벌써 25-26년 됐다. 북한핵문제는 어쩌면 일제 36년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똑같은 방식 혹은 몇 가지 방식으로는 어렵다. 현재 26년간 북핵 문제가 생기고 나서 위기 아니라는 시절은 별로 없었다. 최근 그 위기가 일상화됐다. 지금도 위기다. 지난 4월 본 것처럼 위기는 해결 안되고 있다. 미중 갈등도 있고 저강도 수준의 위기가 있었다. 확실하지 않은 추측성보도에 의해서 4월에 전쟁 일보직전의 인위적인 고강도위기가 있었다. 지금은 저강도 위기다. 위기는 복합적 요소를 갖고 있다. 북한은 핵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그리고 경제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계속 간다면 제재와 압박을 해봤는데 제대로 안된다면, 지난 8-9년간 지속적인 압박을 했는데도 경제가 성장했다면, 북한핵은 그대로이고 우리의 방법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게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탄도발사 등은 모조리 다 유엔 제재 대상이다. 탄도미사일이 응용될 수 있기에 단 100㎞라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유엔제재에 걸린다. 북은 그걸 매년 쏜다. 그때마다 유엔은 규탄하고 제재한다. 이렇게 되면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는 타이밍을 잡을 수 없다. 시지프스의 돌처럼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걸 서방이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저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자성하지 않고 새 길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이 악화된 상황을 전향적으로 풀 수 있는 전향적 정세가 형성되어 있다. 북핵을 풀 수 있는 게임플레이어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해결됐다. 바로 남한의 정권 교체다. 과거 한국 정부가 균형자, 촉진자 역할을 할 때 북핵 문제가 해결됐다. 상황이 끊임없이 악화되는 것은 지난 4-5년의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핵의 촉진자 역할로서 중국이 역할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핵문제는 해결되지 않지만 악화된 이 문제를 뭔가 해볼 수 있다는 정세는 이뤄지고 있다. 이걸 실천해내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지혜를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우리가 지켜보고 성원하는 것이다.

류길재 “동북아 패권시대가 우리에게 꼭 불리한 걸까?”

▲윤여준: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서 완전한 북핵 폐기 위해 흔들림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했는데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자는 게 과연 북한이 남북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을까?

류길재 전 통일부장관

△류길재: 앞의 두 분이 북한핵 문제를 얘기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문제나 북핵문제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간 충돌 이런 걸 더 크게 걱정할 게 아닌가 생각한다. 북한이나 북핵문제는 그 틀 속에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시야를 더 크게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북핵이나 북한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고 뭐가 더 크고 근본적인 결정요인이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안보문제의 총제적 난국, 난세라고, 또 ‘19세기의 귀환’이라고도 한다. 지난 26년 동안 위기 아닌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한 발 떨어져서 보면, 기회는 보인다고 생각한다. 우린 트럼프나 아베, 푸틴, 시진핑을 마초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그 때문에 동북아의 귀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에서 유래한 말.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미.)이란 말이 나왔을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이미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트럼프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책 『The Rise Of the Rest』라는 책에서도 지적했듯 그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갈 것이다. 강대국들의 각축전은 이미 징조가 있었고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다.

이걸 상수로 놓고 봐야 한다. 이걸 바꿀 수 있거나 이걸 헤쳐나가기 위해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은 이런 상황 속에서 맞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상황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 과연 불리하기만 한 걸까? 답은 자명하다. 우리가 잘 하면 기회가 되고 못하면 고래싸움의 새우 신세가 될 것이다. 이걸 잘 헤쳐나가는 것은 우리의 외교력에 달렸다. 그렇다고 외교관이 중요한 걸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사회 전부가 다 나서야 한다. 공무원들만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뭐고 우리가 할 수 없는 건 뭔지를 가지고 대화를 해야 한다. 이런 걸 하려면 남남사회 갈등이 좀 없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우울함이 좀 줄어든 것 같다. 심지어 미세먼지도 없어진 듯 하다(웃음). 이게 좋은 모멘텀이라고 생각한다.

▲윤여준: 류 전 장관은 핵문제보다 미중간 충돌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성을 언급했는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분야 정책브레인(문정인)이 언론인터뷰에서 ‘한반도 상황을 풀어가는 데 있어서 우리는 운전석, 미국은 조수석에 앉아서 함께 협력해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는데, 남북관계가 북미관계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서 주도해 갈 수 있을까?

△정세현: 우리가 운전석에 앉고 미국이 조수석에 앉는 것은 2000년 정상회담에서 나온 것이다. 그때 클린턴 정부가 들어서서 김대중 대통령이 클린턴을 설득했다. 햇볕정책 설명을 하니까 클린턴이 ‘당신이 운전석 우리는 조수석’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때가 클린턴이었다는 게 중요하다. 그는 관여정책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려 했었다. 지금은 트럼프인데 그런 동의와 설득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1998년만 해도 미중관계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2013년 시진핑이 집권한 이후 중국몽(中國夢)이 군사분야에서도 나타나면서 미국이 경계하게 된 것이다. 미중갈등이 심화되면서 북핵은 동아시아에서 헤게모니를 놓지 않으려는 레버리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북핵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우리가 주도할 수 있도록 트럼프가 양보를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난 자신이 없다.

▲윤여준: 노무현 대통령은 운전석에 앉으려고 노력했나?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이종석: 둘 다 운전할 줄 아니까 마음 맞을 때는 피곤하지 않은 사람이 하면 된다. 원래는 누가 운전석 앉고 조수석 앉는 문제가 아니다. 어떨 때는 대북압박정책에 둘 다 공감하면서 이런 고민이 필요없었던 때도 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류길재 교수가 핵문제보다 미중갈등이 더 큰 문제라고 하는데 한편은 옳지만 미중갈등이 한반도에서 일어난다면 그건 내 일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한 ‘우리 얘기를 들어줘’라고 미국에 얘기하고, 미국이 그걸 들어줄 때 진정한 동맹이지 않을까. 조금은 까칠해지더라도 내 땅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집권 초기를 염두에 두며) 내 얘기 지금 못하면 다음엔 못한다.

△류길재: 요즘은 AI(인공지능)가 발달해서 운전사가 필요없는 자동차도 나올 것이다. 저는 운전석에 누가 앉는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한반도 문제 당사자는 우리다. 우리가 당사자가 되어야 하고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데 미국의 도움, 중국의 협력이 없으면 우리가 의도한 대로 가기가 어렵다. 박근혜 정부가 미국과 중국에 대해 압박 공조만 하려 했다. 저는 개방 공조를 강조했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핵이나 미사일 문제가 심각해졌지만 아무리 그 문제가 심각해진다 하더라도 미국 입장에서는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체로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는 무관심이다. 미국으로 하여금 관심 갖게 하는 것은 우리다. 미국이 북한 또는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게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자꾸 미국에게 설득하고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미국이나 중국을 압박 공조하는 데만 활용한 게 아쉬움이 있다.

정세현 “그래도 미국에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정세현: 동지애를 가지고 이종석 장관 말을 얘기하고 싶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한 우리한테 결정권을 달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좋은 포인트다. 이러려면 미국에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 때 부시 정부가 들어서서 고농축우라늄 문제를 꺼냈다. 견제하러 들어왔다. 그때 미국이 하자는 대로 했으면 북핵문제 해결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는 2005. 9.19 공동성명은 못나왔을 거다. 미국은 북한 압박만 할 때 한국은 '노'라고 했다. 북핵문제는 6자회담으로 풀고, 남북관계 통해 북핵문제 풀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해서 둘을 병행한 것이다.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노’라고 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자서전에 ‘미국에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라고 해서 <뉴욕타임즈>에 보도돼 논란이 된 적 있다. 이건 국민들이 좀 도와줘야 한다. 일본도 90년대 초에 ‘미국에 노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해서 일본 위상이 올라갔다. 정치인들의 대미종속적 자세를 우리 국민들이 좀 뜯어고쳐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 미국 가서 ‘우리가 내는 안을 미국도 존중해달라’고 해야 한다. 대외관계에서 국내여론은 큰 힘이 된다.

△류길재: 이 자리가 논쟁 자리는 아니지만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운전석이냐 조수석이냐, 물론 정책적 입장을 선명하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학자들이 어떤 얘기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얘기가 정부당국자 입에서 나올 필요는 없다. 정 장관이 문 대통령 후보 시절 ‘미국에게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 후보시절엔 말할 수 있지만 대통령이 되어서는 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너무 쉽게 꺼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레토릭으로는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정확하게 길을 가는 게 중요하다. 균형자, 주도적 역할이라는 말도 레토릭 차원에서 나올 수는 있어도 실제 우리가 처한 난관을 돌파하는 게 더 중요하다. 실제 우리에게 도움되는 실리적인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

'새 정부의 대복통일정책 변화의 입구에서 길을 찾는다' 심포지엄 대담 모습. 왼쪽부터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이종석 류길재 전 통일부장관 ⓒ유코리아뉴스

“한미동맹, 지나친 대미의존적 자세는 바뀌어야”

▲윤여준: 한미관계 얘기 안할 수가 없다. 한미정상회담이 이 달 말에 있고 거기 사드 문제도 나올 걸로 보는데, 지난 11일 의정부 2사단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민주노총, 노동당 소속 사람들이 시위를 해서 출연 예정이던 가수들에게 협박성 문자가 가서 행사가 파행이 됐다. 의정부 시 말로는 ‘2사단이 동두천으로 이사 가니까 미리 당겨서 행사를 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기간이 미순효순양 사건 발생한 날과 겹쳤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는 한미동맹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는 이도 있다. 앞으로 한미동맹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정세현: 저는 동맹을 목적시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동맹은 어디까지나 안보의 수단이다. 동맹 그자체가 국가 목표가 아니지 않나. 그런데 조금이라도 동맹에 대해 문제시 하면 ‘그러면 나라를 북한에 갖다 바치자는 건가?’라고 하는데 우리 국민이 동맹은 수단이라는 걸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동맹 깨자는 건 아니다. 유지해야 한다. 다른 수단이 없기에, 한미동맹이 유지되기에 중국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동맹이 목적이 되는 것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동맹에 종속되어버리면 북핵문제도 풀지 못한다.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종석: 우리 사회의 '반미문제'와 관련해서 저는 한국사회에는 이념으로서의 반미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념이라는 것은 정권과 상관없이 항상 존재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는 효순미순양 사건 이후에 탄생해서 그런지 럼스펠드 왔을 때 시위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올브라이트 장관이 왔을 때 미국 반대했나? 힐러리 장관 왔을 때 미국 반대했나? 아니지 않나. 특정 정책으로서의 미국 반대이지 이념으로서의 반대는 아니다. 한국사회가 마치 반미주의가 있어서 큰일났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스스로 그렇게 몰아가는 것이다. 동맹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냉전시대 개념이다. 어떤 특정 세력을 배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한미동맹도 온전한 의미에서 학문적으로 보자면 미래지향적인 것은 아니다. 동북아에서 공동체를 만들 수 없다. 중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거대 중국과 우리가 함께하면서 기회요인을 포착해 발전해 나가야 한다. 한미동맹은 중국 발전 이전에 맺은 것이기에 중국이 뭐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이 무시 못하는 중요한 발판, 탈냉전시대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게 한미동맹이다. 그러나 여기에 중요한 전제는 맹목적으로 가면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전작권까지 미국이 갖고 있는 이런 동맹은 더 이상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도 장기적으로 의존적인 한국보다 상호적인 동맹이 필요하다. 우린 동북아에서 동맹만 아닌 동북아 다자협력으로 가야 한다. 형용모순적이지만 다자협력지향의 한미동맹의 발전을 추구해 나간다면 어렵지만 그것이 한국외교의 나아갈 길, 한국 국가전략이지 않을까 싶다.

△류길재: 저도 두 분 장관님 말씀에 동의한다. 이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시민사회에서 논쟁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저는 대미종속적인 걸 우리 국민이 다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 물론 반미적인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 미 제2사단은 6.25 때 가장 먼저 우리나라에 왔는데 이런 식으로 한미동맹을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윤여준: 한미동맹은 북한의 군사위협에 맞서서 맺은 것이다. 최근 미국은 한미일 3각 동맹을 지향하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해서다. 앞으로 지역동맹에 대한 압력이 계속될 텐데 우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정세현: 중국의 힘이 커졌기에 아시아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는 미국 정책이 나오게 된 것이고, 한미일 동맹을 하나로 묶으려는 게 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고 위안부 합의 그런 것이다. 한미동맹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되 외교는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 의식 속에 한미동맹의 변화가 오면 죽는 줄 안다. 마치 조선시대 때 명나라를 배반하면 죽는 줄 아는 것과 같다. 그 속에서 우리의 레버리지를 키우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해야 한다. 한미일 3각 동맹도 피해갈 수 없는데 그 속에서 우리 레버리지를 키워가려면 남북관계 개선밖에 없다. 남북관계 개선하려면? 김대중 정부 때는 선민후관(先民後官, 정부가 민간을 앞세워 남북관계 개선을 진행하던 것)이었다. 그게 먹혀들어갔는데 이젠 20년 전 전략 가지고는 안될 것 같다. 통전부 수장이 바뀌었다. 관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한미정상회담에서 얘기하고 미국으로부터 쓰기 싫은 표현이지만 ‘허락’을 받아야 한다. 북핵문제 풀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다. 설명을 잘해야 할 것이다. (대북) 특사얘기도 나왔지만, 낮은 단계부터 해서 북한에 큰 보따리 줄 수 있는 메시지 보여야 한다. 북한은 대북지원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보고 SOC 이런 걸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도 우리가 역할 할 수 있는 걸 키워야 한다. 북한도 아마 선관후민(先官後民)을 바라지 않을까 싶다.

△이종석: 한미일 3각 동맹은 안된다. 그리고 우린 명분이 있다. 한일침략사에 대해 일본의 사과가 없고, 독도문제도 걸려 있다. 한국외교가 지난 20여년간 꽤 많은 성취가 있었다. 9.19공동성명에서 우리가 노력한 게 남북관계 회복도 있지만 동북아 다자협력이었다. 동북아 공동안보를 위한 다자안보를 주장하면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게 우리가 지난 시기 이뤄놓은 성과다. 한미일 3각동맹이 이뤄지는 순간 동북아는 다시 엄청난 격전의 장소가 된다. 우리는 동북아가 안정된 구조에 있어야만 살 수 있다. 동북아 다자안보 의제는 따라서 계속 강조해야 한다. 이미 지닌 시기 2차례 합의한 적도 있다.

△류길재: 솔직하게 볼 필요 있다. 한미일 3각동맹 절대 안된다고 했는데 실제 그렇게(3각 동맹으로) 되어 있다. 주일미군도 한반도 유사시 다 전개하게 되어 있다. 더 주목하고 싶은 게 중국이 지금처럼 계속 팽창할 경우,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처럼 충돌할 경우 앞으로 미래는 그런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충돌에 우리도 빠져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 주한미군이 주둔한다면 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윤여준: 북한이 인도적 지원에는 관심없고 협력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하셨는데, 문 대통령도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바꾸겠다고 했는데, 이건 남북의 경제공동체를 얘기하신 것이다. 그걸 어떻게 정책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정세현: 이번에 한미정상회담에서 그 얘길 해야 한다. 경제공동체 비전으로 한반도 전체를 풍요의 나라로 바꾸겠다면 북핵 문제와는 별도로 북핵동결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쌍중단’(중국의 표현)하자고 해야 한다. 이걸 북한이 주장했다고 해서 안된다고 하면 안된다. 저는 정상회담에 직접 배석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급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면 미국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대략적인 것(대북정책)만 있을 텐데, 우리가 구체적인 계획을 얘기하면 결국 따라올 것이다. 그것이 운전석-조수석 개념이다.

▲윤여준: 말씀 들으니 고무적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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