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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토착왜구’라는 색깔론과 상호필멸전략

기사승인 2019.08.13  15: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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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한국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에 두 나라가 있다. 북한과 일본이다. 북한은 우리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고, 일본은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 두 나라는 가장 가까이 있다는 것 외에 몇 개의 공통점이 있다.

우선, 두 나라 모두 한국을 침략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69년 전에 우리를 침략했다. 그 결과 수백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전 국토가 파괴되었다. 일본은 100여 년 전에 우리를 침략해 식민 지배했고, 400여 년 전에는 7년 전쟁을 통해 전 국토를 유린했다.

이 침략의 결과 두 나라는 모두 한국에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북한 공산 치하에서 고통받고 북한의 침략으로 가족이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은 이후 강력한 반공주의자, 반북주의자가 되었다. 이들에 의해 ‘빨갱이’와 ‘종북세력’은 결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35년간 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400년 전 임진왜란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우리에게 ‘친일파’ 나아가 ‘토착왜구’는 우리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증오심과 분노를 일으킨다.

빨갱이, 종북세력이라는 색깔론은 한국전쟁과 그 이후 냉전시대, 그리고 적대적 분단이 지속되는 지금도 정적을 타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역사문제와 독도문제로 바람 잘 날이 없는 오늘날 한일관계로 인해 친일과 토착왜구는 냉전시대의 빨갱이만큼이나 강력한 색깔론이 되었다. 이제 그 동안 빨갱이라는 오래된 색깔론에 지긋지긋하게 시달렸던 세력은 ‘토착왜구’라는 새로운 색깔론으로 무지막지하게 역공을 가한다.

그런데 이 북한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만 우리와 가까운 것이 아니라 혈연적으로, 문화적으로도 가깝다. 북한은 수천 년의 역사를 함께 해온 우리의 동족이고, 말과 글도 같다. 일본은 인류학자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 민족과 가장 DNA가 유사하고, 언어 구조마저 흡사하다. 2천 년 이상의 역사를 통해 일본 인구의 거의 절반은 한반도에서 넘어간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친형제라면 일본은 4촌 형제 쯤 되는 그런 관계이다. 그리고 일본은 우리 한국과 이른바 ‘자유민주적 기본가치’를 공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혈맹인 미국과도 동맹관계이다. 그러나 북한 또한 우리 한국의 제1의 무역대상국이자 수천 년간 문화를 공유해온 중국의 혈맹이다.

2018년 북한을 둘러싸고 불꽃처럼 타올랐던 남북, 북중, 북미의 화해 분위기가 한미연합훈련의 지속과 북한의 거듭되는 단·중거리 미사일 발사로 불씨마저 위태로운 상태가 되었다. 일본 국민의 거의 70%가 한국을 호의적으로 보았던 2011년에서 8년이 지난 지금 한일관계는 1965년 이후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3차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아직 실무회의는 열리지 않고 있다. 미중간의 패권경쟁이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일본은 한국이 정부간의 위안부합의를 파기하고, 한일청구권협정을 깨 신뢰를 훼손했다고 하면서 수출을 규제하고 백색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은 이를 ‘경제침략’이라 규정하고, ‘죽창’과 ‘거북선’, ‘의병’과 ‘관군’ 총동원령을 내린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친일이고 매국이 된다.

한국에게 북한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그런데 더 깊이 보면 가장 큰 원수이다. 그런데 더 깊이 보면 가장 가까운 형제들이다. 북한은 피를 나눈 형제이고, 일본은 자유민주적 기본가치를 나누는 이웃사촌이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남북관계와 한일관계를 동시에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관계를 발전시키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면 시킬수록 한일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동북아의 역학구도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 내의 정치구도 때문이기도 하다. 남한-일본-미국의 남방(해양) 3각과 북한-러시아-중국의 북방(대륙) 3각 관계의 특성상 남북의 관계발전은 한일의 관계발전을 통해 보증된다. 또한 한일의 관계발전은 남북의 관계발전을 통해서만 온전해진다.

우리 한국 내에는 여와 야, 보수와 진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양세력(미일)과 대륙세력(중러)도 있다. 친북도 있고, 친일도 있으며, 친중도 있고, 친미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미·소가 냉전을 시작할 때처럼 본격적인 패권전쟁을 벌이는 이때 우리 내부가 해방정국처럼 다시 대륙과 해양, 친북과 친일, 친중과 친미로 분열된다면 한반도에서는 평화도, 번영도, 통일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우리 내부에서부터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친북과 친일, 친미와 친중의 대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는 미중의 원심력에 의해 나라가 파탄 나게 될 것이다. 외교안보적인 면만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퇴락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후손들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땅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후손들은 우리나라가 황폐해진 궁극 원인을 조상들이 ‘빨갱이(종북)’와 ‘토착왜구(친일)’라는 색깔론(프레임)으로 ‘상호확증파괴’(MAD)*를 일삼은 행위에서 찾을 것이다. 색깔론이라는 핵무기 앞에서 진실과 존중, 합리성과 배려는 모두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배기찬/ 통일코리아연구원 원장

*상호확증파괴(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 핵무기를 통해 서로를 필멸(必滅)시키는 것. 이것은 ‘미친 짓(MAD)’이라고도 불림.

배기찬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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