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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교회, 과거사 사죄하며 화해의 뜻 전해

기사승인 2019.08.12  04: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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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한일공동시국기도회 &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 연합예배 개최

11일 오후 서울복음교회에서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공동시국기도회가 열렸다. 이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국제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의 초청으로 방한한 일본교회 대표들은 한반도를 침략하고 식민지배한 일본의 과거사를 사죄하고, 아베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를 규탄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일본 정부의 반성과 한일 양국의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했다. 

11일 오후 서울복음교회에서 열린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공동 시국기도회에서 세키타 히로오 목사가 ‘사죄와 주 안에서의 화해를 원하며’라는 제목으로 고백과 성찰을 이어갔다. ©유코리아뉴스

이날 일본기독교단(UCCJ) 가나가와 교구 소속 세키타 히로오 목사는 “일본 정부가 전쟁 책임을 윤리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반도체 규제라는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다”며, “일본 그리스도인으로서 진정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한일관계의 올바른 회복을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히로오 목사는 또 “식민지화가 없었다면 남북이 이렇게 분단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죄책과 남북의 자주 통일을 위한 노력에 일본인들도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명예교수인 히로오 목사는 UCCJ가 1967년 발표한 ‘식민지배 시 국가의 범죄를 방기한 일본교회의 죄책 고백’ 문서의 신학적 계승을 연구해오고 있다.

김성제 일본기독교협의회(NCCJ) 총간사는 “일본 헌법의 2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일본에서 사라졌다”며, 일본의 민주주의, 인권을 위해 한국교회가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정치적 위기에 있지만, 그리스도인들은 힘을 합쳐 우애와 평화를 이뤄가자”고 말했다. 김 총간사는 또 “1965년 일본과 소련이 맺은 조약에도 청구권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1991년 원폭 피해자들과 소련 측에 억류돼 강제 노동한 일본 국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을 땐 국가 간 청구권은 사라졌어도 개인이 국가나 조직에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은 남아 있다는 일본 국회의 입장이 이었다”면서, “왜 이것이 한국 강제징용공에겐 해당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성제 목사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로 재일대한기독교회 총회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재일한국인으로는 최초로 NCCJ 총간사에 선출됐다.

일본교회 대표들의 죄책 고백 후엔 참석자들이 다 함께 일본의 경제 제재 철회와 양국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공동기도문은 김충섭 목사(기장 총회장), 야하기 신이치 신부(NCCJ 부의장, 일본성공회 총주사), 원성웅 감독(감리교 선교국위원장), 오시마 수미오 목사(UCCJ 목사), 한영수 장로(한국YWCA연합회 회장)가 대표 낭독했다.  

재일대한기독교회 총간사인 김병호 목사의 방북 보고도 있었다. 지난 7월 27~31일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와 재일대한기독교회는 평양을 방문해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공식 사죄문을 조선그리스도교련맹(조그련)에 전달했다. 일본교회가 북한 땅에서 일제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교회의 사죄문에는 “일본 그리스도인들이 조선반도에 대한 침략과 탄압과 부당한 지배에 반대하지 않았던 점, 오히려 전쟁 수행이라는 국책에 협력하여 자신의 안전을 꾀했던 점을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주일 연합예배에서 NCCK와 조그련이 합의한 남북 공동기도문을 대표자들이 낭독하는 모습©유코리아뉴스

이어 같은 장소에서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라”라는 주제로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주일 연합예배가 열렸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매년 8월 15일 직전 주일을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공동기도주일로 지정하고, NCCK와 조그련이 합의한 공동기도문을 예배 중에 사용하고 있다.

연합예배 설교를 전한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이양호 총회장은 “한반도의 통일은 과정도 결과도 평화로워야 한다”면서,  “군림하는 자들이 만든 평화가 아닌 섬기는 평화가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NCCK와 조그련이 서신 연락을 통해 합의·작성한 남북 공동기도문을 통해 “어떤 외세도 무너뜨릴 수 없는 강고한 평화체제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길” 바라면서, 전 세계 그리스도인의 뜨거운 기도가 삼천리 금수강산 구석구석에 희망의 꽃으로 피어나길 기도했다. 

다음은 ‘2019년 8.15 평화통일 남북/북남 공동기도주일 기도문’ 전문

주님, 우리는 하나였습니다. 100년 전, 일본제국주의의 폭압에 맞서 맨 손으로 대한(조선)독립을 외칠 때도 하나였고, 36년 동안의 긴 사슬을 끊고 삼천리 방방곡곡 자유의 함성이 메아리칠 때도 우리는 하나였습니다. 우리는 5천년 동안이나 하나였습니다. 주여, 우리를 하나로 인도하신 그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주님, 우리는 강제로 나뉘었습니다. 그토록 분단의 장벽을 세우지 않고 자유롭게 오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썼지만, 일제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감격 속에는 분단이라는 커다란 상처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단절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좇아 우리의 염원을 외면했습니다. 광복의 은총이 곧 역사의 아픔이 되었습니다. 주여, 다시 하나가 되려고 하는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주님, 우리는 간구합니다.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의 시도조차도 일어나지 않게 하시고, 어떤 외세도 무너트릴 수 없는 강고한 평화체제를 우리 손으로 만들게 하소서. 강한 나라들이 우리 땅에서 자기 이익을 챙기느라 우리의 평화와 안전에는 무관심하다 해도, 우리끼리 마음과 뜻과 힘 모아 정진하면, 그 어떤 세력도 평화를 향한 우리의 자주 행진을 막아설 수 없습니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스스로 개척해 가는 것임을 되새기게 하소서. 주여, 우리가 하나 되게 하소서.

주님, 남과 북/북과 남이 서로에게 기대어 살기를 원합니다. 남이 부족하면 북에서 주고 북이 부족하면 남에서 주면서 서로 돕고 살기를 원합니다. 남과 북/북과 남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원합니다. 치열한 세계 경쟁구도에서 남북/북남이 서로 돕는 것만이 살길이요 미래의 안정과 풍요를 약속하는 상생의 지혜임을 믿습니다. 이 지혜로 너무 오랫동안 닫혀 있는 개성공단을 다시 열게 하시고, 금강산의 절경들을 더 이상 묵히지 않고 다시 찾아볼 수 있게 하소서. 우리끼리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에 남의 눈치 보느라 실현 못 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남북/북남의 공존공영을 위해 과감히 실행하는 용기를 주소서.

주님, 사랑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한(조선) 반도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드리는 기도를 받아 주옵소서. 남북/북남의 민이 서로 웃으며 만나고, 외세의 간섭을 근본적으로 청산하여 온전한 평화를 이루게 하옵소서. 남과 북/북과 남이 우리 자신의 의사에 따라 나누는 것이 평화입니다. 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내려주소서. 평화의 주님이 주시는 은총을 어떤 세력도 감히 막아서지 못하게 하소서. 우리가 어떤 이유로도 회피하거나 미루지 않게 하소서. 지금 당장 사랑할 수 있는 믿음을 주소서.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뜨거운 기도가 우리 마음속에, 그리고 삼천리반도 금수강산 구석구석에 희망의 꽃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주님, 백두에서 한라를 지나는 오늘의 이 기도가 전 세계에 울려 퍼져 지나는 길목마다 남과 북/북과 남 그리스도인들의 숨결이 평화와 통일의 기운으로 되살아나게 하소서.

평화의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2019년 8월 1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조선그리스도교련맹중앙위원회(KCF)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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