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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부간 합의와 정의(正義) 사이

기사승인 2019.09.12  1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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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 즉 한일협정 50여년 만에 대한민국 각 분야의 지성인들이 일본과의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지성인들이 정치권력자에 대항하며 정의로운 방향으로 사회와 역사를 이끌어가려는 열의는 필요하며, 과거에 대한 분명한 규명 없이 밝은 미래는 꿈꿀 수 없기에 이에 대해 논하려 한다.

1965년 한일협정은 “양국 간의 관계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여... 양국의 공통의 복지 및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고 국제평화 및 안전을 유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염두에 둘 것은 을사조약, 즉 한일합방조약도 “양국 간의 특수하고 친밀한 관계를 고려하여, 상호 행복을 증인하며 동양의 평화를 영구히 확보코자 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일협정과 을사조약은 ‘구을사조약’과 ‘신을사조약’으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 목적이 유사하다.

다음으로, 한일협정 제2조는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하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다른 어떤 국제 조약에서도 ‘이미 무효’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이는 일본이 을사조약에 의한 한국 식민 지배를 합법화하고 한국이 일본에 대해 갖는 청구권(대일 청구권)의 법적 근거를 잃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당시 일본 정부는 일본 국회에서 한일협정의 ‘이미 무효’라는 문구는 1948년 8월 15일부터 무효라는 뜻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일본은 한국의 ‘대일 청구권’에 대하여 ‘청구권’이라는 용어 대신 무상·유상 공여라고 표현하였다. 이는 당시 한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포착하여 일본 정부가 한국에 부담하는 의무를 시혜적인 것으로 돌리고, 침략행위에 대한 대가를 원조라는 명분으로 바꾸어 제국주의 통치를 정당화하려는 의도였다. 뿐만 아니라 한일협정은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도 모호하게 규정하여 60만 동포들의 발목을 잡았으며, 일본에 삶의 터전을 가진 동포들의 아이들은 일본 정부가 일방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집행할 수 있는 ‘강제퇴거 조항’ 때문에 삶의 위협을 받아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8년 2월 9일 평창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한국 정부는 한일협정을 엎은 적이 없다. 일본 정부가 문제라고 주장하는 대법원 판결은 한국 정부가 아닌 대법원이, 일본 정부가 아닌 사기업에 대해 강제징용 문제에 관한 보상 문제를 둘러싼 판결이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 달리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안을 제시하기도 하였기에, 무조건 협의를 거부하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조약을 위반하고 국제법 질서를 흔드는 국가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조약을 준수하고 법을 지켜야 법질서가 운용된다는 것은 그 조약이나 법이 국민이 생각하는 정의와 합치해야 되고, 그 조약이나 법을 운용하는 통치자나 공무원이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아야 함을 전제로 한다. 피해자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납득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국민들에게 법을 억지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법으로 정했으면 무조건 따른다는 정신은 전체주의와 군국주의적 사고에 불과하며, 이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지닌 국민의 합의로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는 실질적인 법치주의와 인권존중의 정신, 나아가 국제법 존중의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최근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없는 정부 간 합의로 인권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의견을 제시한 것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정의의 인사는 노예제도를 합리화하는 부정한 법 같은 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 그는 이런 법사회에 대하여는 납세를 거부하여야 하고 이러한 사회에서 정의의 인사를 위한 곳은 감옥 밖에 없다는 것으로 체념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였다. 한일협정은 겉으로는 지극히 기술적이고 인공적으로 구축된 결과물이며, 피해자들에게는 통치자나 몇몇 소수 정치인의 의사를 강요하는 부정한 법질서이다. 그러나 일본은 정의를 저버리고 대한(對韓) 수출규제 등을 통해 한일협정을 강제로 관철하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법을 어기는 것이 곧 정의를 방위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일본은 한국에게 한일협정을 준수하라고 호통을 치며 경제적 보복조치를 취하기 전에 과연 강제징용 피해자와 대한민국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정의를 구현하고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관계자들은 진정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다 같이 피해자들에게 깊이 반성하고 허심탄회하게 상호 협력을 도모하여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릴 필요가 있다. 한일정상회담의 재개에 앞서 일본 정부의 지혜와 용단을 바라마지 않는다.

전수미/ 변호사, 본보 편집위원

전수미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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