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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한반도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파국의 원인과 해법

기사승인 2020.06.18  1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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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교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강경민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 윤은주 뉴코리아 대표로부터 이번 파국의 원인과 전망, 또 해법은 어디에 있는지, 교회나 시민사회의 역할은 뭔지 정리해 봤다.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특사 거절 등 잇따른 거친 언사를 어떻게 보나?

-강경민 대표: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정부 책임이 크다. 언론이나 자칭 전문가란 사람들도 북한의 일탈을 오로지 북한 내부 사정으로 돌리는 데만 급급하다. 강자의 횡포가 몸에 밴 탓이다. 상호 비방하지 않기로 정상들끼리 약속해 놓고 그걸 준수하지 못했으니 무슨 변명이 통하겠는가? 정부가 북한을 국내 정치집단 대하듯 하면 무슨 일이 되겠는가?

-김영윤 대표: 하노이 ‘노딜’ 이후 한국 정부는 어떻게 했나? 철저하게 미국과 보조를 맞추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 합의하고 이의 실천을 장담했지만 헌신짝같이 내팽개치는 상황을 연출했다. 평양선언과 9·19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거기다 한미연합훈련과 함께 이보다 더 민감한 탈북자들의 전단 살포에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 북한의 대남 실망과 격분은 차곡차곡 쌓여져 갔으며, 끝내 이번 탈북자의 전단 살포로 폭발한 것이다.

-윤은주 대표: 북한의 행동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분명한 예고가 있었으니까. 우리 정부가 그동안 무사안일하게 처신해온 결과다. 미국 탓만 하고 뒷짐 진 채 있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 구체적 실행으로 이어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강경민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윤은주 뉴코리아 대표(왼쪽부터). ⓒ유코리아뉴스


▲앞으로 남북관계 전망과 우리 정부의 역할은 뭐라고 보나?

-김영윤 대표: 문재인 정부는 당분간 북한을 자극하는 대북 메시지를 내는 데는 자제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는 대 북한 굴종이 아니다. 강경한 대응은 자칫 남북 군사적 긴장관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나고 속상하지만 지금은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비공개 접촉은 계속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비밀 대북 접촉을 북한이 공개하더라도 당분간은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3국을 활용하는 것도 유의미할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 스웨덴 또는 독일을 통해 우리 의사를 전달하면서 이들 국가로 하여금 중재를 부탁하는 것이다. 의사전달에는 남북관계 전환을 위한 신실한 조치들을 담아야하며, 그 실천을 확실하게 담보해야 할 것이다.

5·24조치의 공식적인 철폐도 중요하다. 실효성이 소멸되었다고 하나, 이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지자체나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과 교류협력은 살얼음판이 될 수밖에 없다. 실효성 소멸이 언제 살아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인사쇄신도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이 모양으로 온 것에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자존심이 패대기쳐지는 상황에서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하는 청와대 안보담당자들은 일말의 책임도 느끼지 않는가?

-강경민 대표: 대통령을 보좌한 핵심 참모들이 교체되어야 한다. 비서실장, 안보실장 정도는 이번에 반드시 바꿔야 한다. 대통령이 연초에 대국민 약속을 했지 않은가! 미국 입장만 보고 따라가지 않겠다고. 그런데 그동안 참모들은 무얼 했나? 대통령의 약속이 실천되지 않은 것을 대통령에게 돌리려면 찰떡같이 자리 지키고 있으라. 대통령께 숨 돌릴 여유를 드리려거든 자진사표가 최선이다. 아울러 확실하게 대북정책이 변화될 거라는 사인을 대내외에 선언하고 가을쯤 가서 대북특사를 파견해야 한다. 한시가 급하지만 국격도 생각해야 하니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 신뢰 쌓기 노력도 없이 특사 제안을 했다가 거부당하는 망신을 당한 걸 보니 참모의 전면 개편이 절실해진다. 경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최선의 참모진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윤은주 대표: 통일부 장관이 책임지고 사의를 표했지만 청와대에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면 기존의 인사들로서는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정의용 안보실장은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신속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북한도 접었던 희망을 다시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때 한국교회나 시민사회의 역할은 뭘까?

-윤은주 대표: 교회는 더 이상 이데올로기의 피해자가 되어선 안 된다. 새 시대를 준비하는 새 그릇을 준비해야 한다. 새 그릇이란 반공이념을 비우고 용서와 화해의 마음을 채우는 일이다. 이미 한국교회는 북한동포를 위해 앞장서서 지원했었다. 다만 흡수통일론이나 북한정권에 대한 적개심을 바탕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노골적으로 앞세우는 일은 전략적 실패라고 본다. 대북전단지 사태가 가져온 결과가 바로 남북관계를 발목잡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성경은 우리에게 인간관계의 황금률을 가르치고 있다. 남에게 대접받기 원하는 대로 먼저 행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더 많이 인내하고 양보해야 한다. 성경은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말씀한다.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혐오심을 내려놓고 제사장적 중보자의 위치에서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지원하는 일만이 하나님의 섭리를 이루는 지름길이다.

-강경민 대표: 한국교회는 대략 1960년대 까지는 목숨 걸고 평화를 지키는 자의 반열에 서서 한몫을 했다. 1970년대 이후 한반도 정세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걱정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깨어 있는 시민들과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피스 키퍼’에서 ‘피스 메이커’로 변신해야만 한다. 일찌기 DJ가 설파했다. 우리가 북한을 관리해야 한다고! 북한의 자존심이 이를 허락지 않을 터이니 조심조심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 오래 참아야 한다. 심히 지혜로워야 한다. 북한이 막장에 이르러 못할 일 없는 상황이 도래하지 않도록 진실로 진실로 상생의 길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 어느 날 하늘이 열리고 역사가 열릴 것이다. 그게 바로 평화의 길이다.

-김영윤 대표: 일반 국민들은 이제 미국에 대해 촛불로라도 항의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남북관계의 진전을 미국의 생각과 방식에 맡겨서는 안 된다. 한마디 말도 못하는 동맹이 동맹인가 말이다. 모든 대응은 차분하게 하면서 대북, 대미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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