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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으로 치닫는 남북관계,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사승인 2020.06.17  17: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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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속기고-위기의 남북관계 어떻게 평화를 만들 것인가]①

우리 정부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대북특사로 파견하겠다는 제안을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거절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6/17)했다. 거절의 이유를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불순한 제의”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통신은 “지금의 정세도 분간하지 못하고 타는 불에 기름 끼얹는 격으로 우리를 계속 자극하는 어리석은 자들의 언동을 엄격히 통제관리하면서 자중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은 탈북자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울분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탈북자들의 전단지에 코로나 환자들 사용품을 묻혀 보낼 수도 있다는 점에 더욱 격앙되어 있는 듯하다. 그런 이야기가 실제 탈북민 단체에서 거론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실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스스로도 밝히고 있듯이 특사 거부와 함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 이미 시행하고 있는 비무장지대 군사시설 재설치, 금강산 지역에 있는 이산가족 면회소 파괴, 개성공업지구 군부대 진입, 접경지역에서의 육상 및 해상 군사훈련, 대남 전단 살포를 포함, 트럼프 정부를 겨냥한 미사일 시험발사 등이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의 결정이다. 당의 결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김정은 위원장도 따라야 한다. 그만큼 북한은 집체성이 강한 공동운명체의 국가다. 밥 한 끼 더 먹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조치가 남한과 충돌을 유발한다면, 이를 불사하겠다는 신념과 각오에 함몰되어 있는 듯하다. 우리로서는 북한이 이성을 잃었다고 할 것이다. 이는 이성을 잃을 만큼 화가 나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한과 함께 정말 다른 길을 걸어보겠다는 그들 나름의 진정성에 처절한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의 약속과 기대가 철저하게 유린·농락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마음속으로 형님같이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취할 행동에 대해 문 대통령에 대해 상의하듯 하지는 않았을까?

북미 하노이회담에서 북한은 영변핵시설을 국제전문조사단 참관 하에 폐기하는 대신, 민생과 결부된 대북제재 6가지를 해제해 줄 것을 끝까지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은 끝내 이를 거부했다. 미국이 영변+ά를 요구한 것은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단지 민생 관련 대북 제재 6가지를 해결하는 데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것만으로도 불평등한 거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국의 요구는 북한이 거절할 것을 기대하고 내민 거래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미·북 관계개선이 미국의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패권 확보와 국익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노딜’로 갔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후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북한은 그 해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의 답을 달라고 했으나 미국은 결국 응하지 않았다. 하노이 ‘노딜’ 이후 한국 정부는 어떻게 했나? 철저하게 미국과 보조를 맞추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에 합의하고 이의 실천을 장담했지만 헌신짝같이 내팽개치는 상황을 연출했다. 평양선언과 9·19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거기다 한미연합훈련과 함께 이보다 더 민감한 탈북자들의 전단 살포에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 북한의 대남 실망과 격분은 차곡차곡 쌓여져 갔으며, 끝내 이번 탈북자의 전단 살포로 폭발한 것이다.

북한은 현재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경제제재의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형국이다. 경제제재가 풀릴 기미는 하나도 없다. 코로나 사태로 국내 경제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대외적인 접촉을 일체 중단한 채 버텨오고 있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도취에 빠져 있다. 북한 문제와 관련, 자신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북한이 더 이상 장거리 미사일을 쏘지 않게 했고, 핵실험도 하지 않게 했으며, 미군 유해도 송환받았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재선에 몰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북한을 염두에 둘 상황이 아니다. 대처해야 할 국내외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북한으로서는 어떤가? 속절없이 가만히 있으면서 강화된 경제제재를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이는 엄청난 자존심의 손상이다. “정면 돌파”는 미국이 행동했을 때만 응하는 전략이 아니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문재인 정부는 당분간 북한을 자극하는 대북 메시지를 내는 데는 자제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는 대 북한 굴종이 아니다. 강경한 대응은 자칫 남북 군사적 긴장관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나고 속상하지만 지금은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둘째, 그러면서도 비공개 접촉은 계속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비밀 대북 접촉을 북한이 공개하더라도 당분간은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3국을 활용하는 것도 유의미할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 스웨덴 또는 독일을 통해 우리 의사를 전달하면서 이들 국가로 하여금 중재를 부탁하는 것이다. 의사전달에는 남북관계 전환을 위한 신실한 조치들을 담아야하며, 그 실천을 확실하게 담보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의 제정과 함께 남북관계를 정부주도 차원에서 민간주도 차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북한 방문 신고나 허가제를 폐지하고, 대북지원에 대해서도 일일이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 하는 것을 폐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회를 통한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함께 남북공동선언의 국회비준을 도모함으로써 남북합의 이행의 추동력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5·24조치의 공식적인 철폐도 중요하다. 실효성이 소멸되었다고 하나, 이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지자체나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과 교류협력은 살얼음판이 될 수밖에 없다. 실효성 소멸이 언제 살아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넷째, 즉각적인 인사쇄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이 모양으로 온 것에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자존심이 패대기쳐지는 상황에서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하는 청와대 안보담당자들은 일말의 책임도 느끼지 않는가?

일반 국민들은 이제 미국에 대해 촛불로라도 항의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남북관계의 진전을 미국의 생각과 방식에 맡겨서는 안 된다. 한마디 말도 못하는 동맹이 동맹인가 말이다. 모든 대응은 차분하게 하면서 대북, 대미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김영윤 kimyy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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