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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단’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기사승인 2020.06.16  13: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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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6월은 우리에게 잔인한 달이지만 평화의 달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연평해전 등 전쟁의 기억들이 초연(硝煙)의 자취를 느끼게 하지만,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평화와 번영을 꿈꾸게 하는 뜻 깊은 달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전쟁과 평화의 길목 위에 서 있다. 지난 6월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대북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난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지난 3월 3일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에 경악’한다고 비난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직접 개성공업지구 완전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하고, 다음 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통보에 이르렀다.

이 갈등의 직접적 원인이 된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 장관급 회담이나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한 신뢰를 구축할 때 논의 전제가 될 정도로 오래된 문제였다. 그런데도 왜 지금까지 대북전단이 살포되고 있는 것일까.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생존을 위한 여러 수단을 강구한다. 북한인권 활동은 명예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지만 남한 정권에 따라 후원금 규모가 달라진다. 한국은 미국 등과 달리 후원 규모가 적은 편이라 후원금만으로는 사무실 운영도 어렵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한다며 북한 관계자들과 접촉하다간 북한 내 가족들이 위험해지고,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이 될 수도 있다.

‘삐라’는 선택지가 제한된 상황에서 탈북민들이 지속적으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템이다. 원래 삐라는 냉전 때 적극적으로 활용된 선전·선동 수단이었다. 분단 상황에서도 남북은 냉전기부터 현재까지 삐라 날리기, 정부기관 해킹, 대북·대남방송 제작 및 전파 송출 등 상대국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한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벌였다. 이런 활동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로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아니한다”고 합의하고, 2000년 6월 15일 남북공동선언으로 ‘선전활동 중지’가 이루어져 공식적 영역에서는 중단되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아직 ‘대북전단’을 제작하여 북한 지도자 비방과 자유남한의 체제적 우월성을 과시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들 민간 활동은 미국 레이건 전 대통령이 설립한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원조자금(NED)’의 지원을 받는다. NED는 반공주의에 기반하여 우방들의 민주주의 체제를 강화하고 공산주의 국가에 민주주의 확산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NED는 탈북민 단체에도 북한 붕괴와 민주주의 확산을 위한 자금을 제공한다. 결국 NED에게 자금을 지원받고,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다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상황이다.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사람들은 역풍이나 대북전단 살포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은 고려하지 않는다.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릴 수 있는’ 삐라를 날려야 NED나 후원단체에게 자금을 받고 남한에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북한인권운동가 수잔 솔티의 적극적 지원사격, 언론 노출 시 북한인권 열사로 부각되어 더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은 과격한 행보를 부추긴다.

대북전단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통일부가 발표한 탈북민 단체 대표 수사의뢰와 법인허가 취소는 실효적 조치로 보기 어렵다. NED나 Freedom House 등 탈북민 단체 지원 기관은 거의 미국에 있고, 이들은 해당 탈북민 단체들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법인이라 지원하는 것도 아니다. 처벌을 받으면 남한 정부는 ‘김정은 눈치나 보면서 북한인권운동하는 탈북민을 탄압한다’고 목소리 높일 여지도 생긴다. 언론 노출은 처벌받는 탈북자들과 단체들의 인권 투사 이미지를 부각시켜 미국에서 돈을 지원받는 원천이 된다.

결국 대북전단 살포가 효과가 있는지, 퍼포먼스인지를 밝혀야 한다. 일부 탈북민들은 삐라를 보고 북한 인민들이 자각하여 남한으로 올 수 있도록 대북전단을 살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탈북민들은 ‘실제로 북한에서 삐라를 발견하여 직접 줍는 순간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는 신세’라고 말한다. 북한 주민들은 삐라를 집는 것은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발견하면 통상 보위부나 안전부에 알린다. 당국 관계자들도 본인 신변과 안전 문제로 삐라가 손에 묻지 않도록 긴 집게로 주워 큰 비닐자루에 넣는다. 보위부마다 설치된 각 특수부 팀이 아침마다 삐라를 줍기 위해 순찰을 하므로 일반 인민은 삐라를 보기 쉽지 않다.

몇몇 탈북민들은 사업계획서에 북한 인민들에게 인권과 자유의 소중함을 알린다는 목적으로 수십 만 장 분의 예산을 기재한다. 실제로 날려 보낼 수 있는 대북전단 수는 훨씬 적고, 일부는 남한에 떨어지고 멀리 가더라도 해주 정도이다. 그러나 사업계획서에는 그렇게 써서 실제보다 몇 배 큰 금액을 수령하는 상황이다. 역풍이 불더라도 퍼포먼스만 보여주면 되므로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런 사정들을 고려해 대북전단 문제를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부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내포된 근본적 문제를 고민하고 관련법과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대북전단 살포는 반세기에 걸친 낡은 심리전 수단인 점, 대북전단 살포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도 중요한 점, 대북전단 살포도 남한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상인 점을 인식하여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전수미/ 변호사, 숭실대 숭실평화통일연구원 교수

전수미 waveofpe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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