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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단체들이 그토록 김정일 조문을 반대하는 이유

기사승인 2011.12.21  18: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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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조문은 김씨 왕조를 견재할 잠재 민주세력의 싹을 자르는 일"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30여개 탈북단체들이 모임을 갖고 '독재자 김정일 추모 반대를 위한 탈북단체들의 비상대책회의'(한창권 대표회장)를 결성했다. 이들은 21일 김현욱 민주평동 수석부의장과 오찬을 한 뒤 곧바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 발표가 끝난 오후 4시경 약 10만부의 대북 전단지가 담긴 풍선을 북쪽을 향해 날려 보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 30분에 미리 10만부의 대북 전단지를 띄워보내기도 했다.


   
▲ 21일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행사는 성명서 발표, 탈북자 단체장들의 자유발언, 북한민주화를 위한 구호제창, 전단살포 순으로 진행됐다. ⓒ유코리아뉴스

“북한의 민주화 더 늦어진다”
김일성 사망에 대한 조의 표명 ‘반대’
독재 정권의 세습지지 ‘반대’

비상대책회의가 가장 강력히 주장하는 것은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김정일에 대한 추모 반대다. 이유는 김정일에 대한 조의 표명은 북한의 민주화만 더 늦출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독재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이미 북한에 전했다. 여기에 일본과 한국에서 독재자 김정일 사망에 조의를 표한다는 개탄스러운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북한주민들에게는 '독재자에게 굴복하여 숨죽이고 살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것은 김씨 왕조를 견재할 수 있는 잠재적인 민주세력의 태동을 좌절시키는 일이다."

 이들은 나아가 조문단 파견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에 조문단을 파견하거나 조문추파를 던지는 정당과 단체들에 대해 2만5천여 탈북자들이 총집결하여 끝까지 투쟁하여 조문망동을 분쇄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서 지금이라도 양심 있는 언론과 정계의 인사들이 나서서 북한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고 밝히고 “우리는 북한인민들의 편이다, 북한이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세습독재를 반대한다, 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성명서를 발표중인 북한인민해방전선 장세율 사령관. ⓒ유코리아뉴스



“반세기만의 기회, 놓칠 수 없다”

김정일 참배 모습은 ‘가짜’
대북지원 끊어, 김정은 체제의 희망 끊어야

이들은 또 북한에서 계속 방송하고 있는 김정일 사망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참배는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북한 주민들은) 속으로는 수십 년간 거듭되던 김일성왕가의 장기독재가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북한에서 거주하면서 김일성 사망을 경험한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다.”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대북지원 중단이다. 이를 통해 정권 연장의 희망을 끊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앞으로는 어떠한 형태의 대북지원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 주민들이 희망을 품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비상대책회의 한창권 대표회장은 “UN이나 대북인권단체의 구호품은 지속적으로 보내야 할 것"이라며 모든 대북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금의 한반도 정세를 '하늘이 준 기회'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 땅에서 종북역적들을 청산하고 조국통일의 날을 앞당기려는 우리 탈북자단체들의 강력한 투쟁은 이미 시작되었다”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 전단살포 풍선, 총 20만부의 전단지가 북쪽 하늘로 향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다소 격양된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30여 탈북단체장들은 김정일의 죽음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도살자 김정일의 비참한 죽음을 환영한다’ ‘김정일의 급사는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이다. 도살자에 대한 역사의 심판을 환영한다’. 아울러 전단지가 담긴 대형 비닐 풍선에다가는 '지옥에 떨어진 김정일' '3대세습 끝장내자' '악마에게 조문가냐' 등의 큼직한 글씨를 파랑, 빨강, 초록색으로 적어넣기도 했다.

 비상대책회의는 김정일 사망에 따른 북한의 변화를 민첩하게 감지해 향후 북한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공동대처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범진 기자(poemgene@ukoreanews.com)



"지금이야 말로 하나님 주신 한반도평화의 기회"

임진각 대북전단 살포현장에서 만난 노정선 연세대 명예교수


2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 광장엔 100여명의 탈북단체 대표들과 회원들이 대북전단 삐라를 살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보다 훨씬 많은 기자들이 이들을 취재하느라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이 자리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한 노 교수가 어깨너머로 탈북단체들의 주장을 귀기울여 듣고 있었다. 노정선 연세대 명예교수다.

노 명예교수는 영국 BBC 방송 등에 분단이나 통일과 관련해 분석해주고 브리핑해주는 일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날은 그냥 조용히 탈북단체들의 주장을 듣고만 있었다. 통일이나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진보노선을 일관되게 걸어온 그가 탈북단체들의 주장을 어떻게 들었을지 궁금했다. 궂고 쌀쌀한 날씨에도 그는 거침없이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눈에 띄는 것은 탈북단체들이나 노 명예교수나 일관되게 ‘지금은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본다는 점이다. 탈북단체들은 북한 체제변화의 기회로, 노 명예교수는 남북화해의 기회로 각각 여기고 있었다. 다음은 노 명예교수와의 일문일답.

   
▲ 우연히 마주친 노정선 연세대 명예교수 ⓒ유코리아뉴스


-탈북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장면을 지켜본 심정은?

이분들도 나름대로 입장을 갖고 계시니까 이분들의 소원에 잘 귀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땅 탈북자들도 얼마나 한이 많은 사람들인가. 이것 때문에 전쟁이나 폭동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지금 남한의 주가는 어느 정도 안정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위해 정부가 얼마나 지원을 하면서 떠받치고 있는지 모른다. 실제 국제통화시장에서 한반도는 불안정하다고 보고 있다. 지나친 충돌이나 긴장 조성은 남한에 투자했던 외국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도울 뿐이다. 북한에 의한 군사적 도발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주어야 한다. 개성공단 규모도 20배 늘리고, 대북지원도 하고, 개성공단 북한 직원들의 월 6만원 월급도 두 배 이상 올려줘야 한다. 중국은 나진 선봉지역 직원들에게 개성공단 직원들의 두 배 월급을 주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체제 변화’라고 하는 기회를 시급히 잡지 않으면 중국에게 북한을 몽땅 빼앗길 수밖에 없다.


-김정일의 죽음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체제가 바뀔 거라는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상당히 진정된 체제로 갈 것으로 본다. 김일성 때도 혼자 다 한 것이 아니다. 북한 내부에도 다양한 그룹이 있기 때문이다. 김일성이 난상토론을 거쳐 의견을 수렴했으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다. 김정일도 마찬가지였다. 김일성이나 김정일 정권이 제일 두려워한 것은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체스쿠처럼 되는 거였다. 만약 북한에도 차우체스쿠 당시 상황과 같은 폭동과 처형이 일어난다면 한반도는 경제 혼란은 물론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을 것이다.

난 탈북자 단체들과도 깊이 얘기한다. 우리 가족이나 친척 중에 북한에서 내려온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세미나 같은 데서 만나서 얘기해보면 서로 통하는 게 많다. 탈북단체들은 북한에서 인민 봉기가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되면 북한 주민 중 최소 10만명은 희생된다고 봐야 한다. 나도 20번쯤 북한에 다녀왔지만 북한에도 시위가 있다. 20~30명이 경찰서에 몰려가 항의하는 걸 직접 보기도 했다. 그런 것 쯤은 허용되고 있는 게 북한 사회다. 난 북한에 갈 때마다 북한이 고쳐야 할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봉수교회에서 예배 드릴 때도 교인들이 가슴에 김일성 뱃지를 달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하나님께 예배드릴 때는 김일성 뱃지를 떼고 드려야 한다’고 했더니 몇년 후엔 정말 김일성 뱃지를 떼고 예배를 드리더라. 북한도 대화와 설득을 하면 얼마든지 통할 수 있는 나라다.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김정은은 유럽에서 오래 살았다. 남한에서 진보적이라고 하는 보편적 복지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직접 체험했다. 어쩌면 그는 남한의 진보세력보다 더 진보적일지도 모른다.


-김정일 죽음, 김정은 체제에 대해 남한 사회, 한국 교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정은 체제의 등장은 한반도에 드디어 하나님의 타이밍이 왔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완전히 걷어내야 한다.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시절 ‘난 전쟁을 싫어한다’ ‘동포가 굶주리고 있는 것이 싫다’라고 썼다고 한다. 원수는 사랑으로 갚아야 한다. 대북지원을 중단하는 식으로 미움으로 갚아서는 안된다. 남한 정부가 할 일도 개성공단을 확장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해주공단도 세우고, 서해 공동어로 구역도 설정하고, 남북 왕래가 잘 되도록 하면 된다. 지금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북한에 가도 그런 얘기 많이 한다. 탈북자들 방치하지 말고 차라리 매년 3만명씩 비자 얻게 해서 해외로 내보내면 돈도 벌고, 지식도 습득해서 다시 돌아오는 게 훨씬 유리한 것 아니냐고. 지금은 100% 확실한 기회가 찾아왔다. 이명박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해야 할 일이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해야 할 유일하고도 확실한 조치는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해 개성공단 기숙사를 지어주는 일이다. 북한 여공들은 개성공단에 출근하기 위해 3시간씩 걷는다고 한다. 그러니 기숙사 지어주면 얼마나 호평을 받고 남북 화해에 기여하겠나. 이명박 정부가 제발 이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김성원 기자(op_kim@ukoreanews.com)


이범진 기자 poemgene@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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