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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소이산 정상에서 한반도를 기도하다

기사승인 2020.02.07  13: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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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통일코리아선교대회 현장 스케치 [7신]

2020 통일코리아선교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1일 오전, 25명의 대회 참석자들이 철원행 버스에 올랐다. 노동당사를 거쳐 소이산, 연천 민통선 마을 해마루촌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의정부-포천을 지나는 동안 버스 안에서 짧은 대회 소회의 시간을 가졌다. 짧은 나눔이지만 뭉클한 감동은 깊이 박혔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하나님이 가르쳐주신 것은 하나님이 한반도를 사랑하신다는 것, 한반도를 향한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참석한 호프의 말이다. 호프는 “이 땅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이뤄지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번 DMZ 탐방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탐방에서는 원래 DMZ 내 전망대를 방문하려고 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전망대 대신 다른 코스를 선택한 것이다.

역시 텍사스에서 참석한 페이스도 “남북관계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고, 실제로 남북을 위해 나 자신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미국인으로 남한에 와서 사람들과 이렇게 교제할 수 있는데 북한에서도 이런 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라 역시 “대회가 내 눈을 뜨게 했다”면서 “한국전쟁, 북한-남한에 대해 다양한 퍼즐들이 맞춰지는 시간이었다. 한반도를 통해 하나님이 행하실 일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감격해했다.

수원에서 참석한 한채경 씨는 “이번 대회에서 한반도가 하나되기 위해서는 다음세대가 하나되어야 한다는 걸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특히 대회에 참석한 탈북 청소년 사역자들을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도 했다.

점심은 미리 준비한 컵밥. 배가 고프지 않다는 이들에게도 소이산이 야산이긴 하지만 등산인 만큼 먹지 않으면 힘들 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25명이 모두 뚝딱 버스 안에서 컵밥을 해치웠다.

서울에서 1시간 반을 달려 드디어 철원 노동당사에 도착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코로나바이러스까지 겹쳐 주말인데도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주말이면 서는 장터도 이날은 겨울이서인지 아니면 전염병 때문인지 아예 보이질 않았다.

철원 노동당사 앞에서. ⓒ유코리아뉴스

노동당사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총탄, 포탄 자국이 더욱 선명해 보였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철골 구조도 곳곳에 보였다. 건물이 허물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 전까지는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던 곳인데, 지금은 철원 관광, 안보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 코스가 됐다.

노동당사 앞 광장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곧바로 소이산을 향했다. 소이산 하면 의정부-동두천의 소요산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소이산을 잘 모른다는 반증. 소이산은 드넓은 철원평야와 북한 땅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민통선 밖의 야산이다. 노동당사에서 걸어서 갈 만큼 지척이다. 그런데 소이산을 가본 사람은 별로 없다.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기 전까지 버려지다시피 했던 노동당사 같은 곳이랄까.

노동당사에서 소이산 입구 가는 길 중간엔 ‘경원선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말 그대로 서울에서 출발한 기차가 원산, 금강산으로 향하는 중간 기착지였다. 일제시대엔 서울 명동에만 있었을 법한 백화점, 은행도 있었다. 어디 딴 도시 얘기 같게만 들리는 이런 내용은 노동당사에서는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다. 소이산에 올라야만 ‘그랬겠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산행은 단체가 한꺼번에 갈 수가 없다. 몇 명이 무리지어 자연스레 인생 역정을 펼쳐놓는 길이 또한 산행길이다. 한 참석자는 알고 보니 선교사였다. 중국에서 탈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20년 넘게 사역하다가 최근 추방을 당했다. 한국에 오면서 마음이 힘들었다고 했다. 선교지에서 추방당한 것 때문이 아니었다. 진보-보수로 싸우는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모습 때문이었다. 이 선교사는 “하나님이 열방을 섬기는 기회를 한국교회에 주실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여지껏 한반도에 통일을 안주시는 이유도 북한에 있기보다 남한 교회가 준비가 안 되어서라고 생각한다”고 거침없이 말하기도 했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말이었다.

얘기가 끝날 때 쯤 어느 덧 정상이 코앞에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정상에 오른 사람들로부터 “와!” 하는 탄성이 들려야 하는데 너무나 조용했기 때문이다. 뒤따라 올랐더니 다들 정상 귀퉁이에 걸터앉아 침묵기도를 하고 있다. 이날은 미세먼지와 안개까지 겹쳐 시계(視界)는 철원평야를 넘지 못했다. 그 마음, 그 기도는 하늘에 닿았기를.

강원도 철원 소이산 정상 입구에 내걸린 한반도기. ⓒ유코리아뉴스
철원 소이산 정상에 오른 통일코리아선교대회 미국 참가자들이 철원평야와 그 너머 북한을 바라보며 침묵기도를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소이산 정상에 오르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지만 막혔던 게 뻥 뚫리는, 그러면서 뭔가로 채워지는 게 있다. 그 뿌듯한 마음으로 다시 차에 올라 1시간을 달렸다. 마지막 코스인 해마루촌을 간다. 원래는 60호 정도 되는 해마루촌을 한 바퀴 걸어보자는 심산이었지만 해마루촌 수도원 장 목사님의 얘기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민감해 한다니 수도원만 살짝 들르기로 했다.

전진교 입구에서 군인들에게 신분증과 여권을 모두 맡기고,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 방제로 ‘세례’를 받은 후 차는 전진교를 지났다. 한참을 달려서야 수도원 입구에 일행을 내려놨다. 지난해 말 교회를 조기 은퇴하고 이곳에 수도원을 개척해 통일을 위한 기도사역을 시작한 정성진 목사님. 바쁜 일정에도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신다. 수도원 본당에 앉아 통일이 뭔지,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30분 가까이 강의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요는 진보-보수가 만나고 대화하는 게 통일을 위해서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경기도 연천군 해마루촌 해마루수도원을 찾아간 일행을 위해 정성진 목사가 기도를 해주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정 목사님은 다른 일정을 위해 떠나고, 일행은 동네 입구에 있는 해마루촌 휴게소로 걸어서 향했다. 저녁 식사는 미리 예약해 둔 한식 뷔페. 직원들이 모두 하얀 마스크를 쓴 채 우리를 맞았다. 마스크를 쓰면 활짝 웃는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긴장 그 자체로 다가온다. 하지만 뷔페는 끝내주게 맛있었다. 스무 가지는 족히 되어봄직한 각종 나물과 생선, 돼지고기까지 등산을 하고 온 일행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엔 충분했다. 혹시 미국인들은 식사에 어려움이 없을까 해서 돌아봤더니 그래도 맵지 않은 반찬 위주로 즐거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한국의 맛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어느덧 땅거미가 찾아왔다. 또 다른 꽉 찬 당일치기 컨퍼런스를 한 것 같은 뿌듯함으로 일행은 서울행 버스에서 편안히 각자 감상에 빠져들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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