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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으로 본 ‘대북 식량지원 찬반’의 논리들

기사승인 2019.05.19  17: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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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밤 KBS가 주최한 심야토론 <대북 식량지원, 어떻게 볼 것인가?>는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의 입장과 논리를 잘 보여준 시간이었다. 이를 토대로 향후 대북 식량지원을 놓고 어디서 접점을 찾아야 할지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감 없이 양측의 입장을 정리해 봤다.

패널로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정봉 유원대 석좌교수가 출연했다. 토론 시작부터 갈렸던 서로의 입장차는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조차 수그러들 줄 몰랐다.

“쌀 지원 반대하지 앟는다. 북한이 진솔하게 대화에 나서면 좋겠다.”(김정봉) “정치권이 속히 만나서 지원 결정해야 한다.”(양무진) “북한이 요청도 하지 않은 쌀을 지원하려 하지 말고, 북한이 미사일 개발대신 주민에게 식량지원하라고 정부가 말해야 한다.”(백승주) “남북경협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풀어가야 한다. 이 큰 목표를 이뤄가는 데 있어서 너무 작은 데 일희일비하지 말고 큰 틀에서 통크고 자신감있게 대북관계 주도해갈 필요가 있다. 이번 식량지원 문제도 그렇게 풀어가면 좋겠다.”(김경협)

18일 밤 KBS가 주최한 <대북 식량지원, 어떻게 볼 것인가?> 주제의 심야토론 모습. 'KBS 심야토론' 화면 캡처

토론 중간에 등장한 방청객들의 의견도 확연히 갈렸다. “인도적 지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뢰구축이 가능하다는 점과 전략적으로 좋은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행중인 지피 철수나 공동어로구역 등은 굉장히 위험부담 가지고 있지만 식량지원은 위험이 적고 언제든 중단할 수 있기에 상당히 유연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식량지원한다는 것은 남한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영향력도 높아진다.”(방청객1) “인도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북한에게 식량을 주는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인도적 지원이라고 하지만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다. 미사일 도발이 있었는데 계속 인도적 지원이 맞는지 의문이다. 이번 정부의 대북정책의 가장 큰 성과가 도발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의 도발은 두 번의 약속을 깼다는 의미다. 이런 현실을 부정한 채 인도적 지원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방청객2)

 

그렇다면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찬반 양측의 논리를 본격적으로 파고들어가 보자. 우선, 국내 보고서가 아닌 유엔식량계획(WFP) 보고서가 말해주듯 북한 식량난이 심각한 만큼 대북 식량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 김경협 의원은 WFP 보고서를 인용하며 “가뭄 등으로 북한이 지난 10년 이래 식량난 가장 심각한 상태”라며 “특히 산모나 어린이 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국제사회에서도 식량지원 절차에 들어가 있다. 우리도 여기에 발맞춰 식량지원을 적극 검토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배알도 쓸개도 없나”

그러자 백승주 의원은 “우리 정부는 정말 배알도 쓸개도 없느냐”며 “미사일 발사하는 북한에 식량을 갖다주느냐”고 비판했다. 백 의원은 “북한 식량난 있다고 인정한다. 문제는 왜 생겼나 하는 것”이라며 “식량으로 인민을 먹여야 하는데 전부 핵, 미사일 개발하느라 쓰니 힘든 것이다. 식량지원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비핵화, 인권,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느냐인데 지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양무진 교수는 “인도적 지원은 북한 정부가 아닌 주민에게 지원하는 것”이라며 “정치와 인도적 지원을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정봉 교수는 “식량 지원 받는 곳에서 달라고 해야 하는데 달라고 하지 않았다”며 “그것은 아직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 움직임에 북한 언론이 연일 비판을 내고 있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쌀을 받을 태도가 안 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도적 지원 물품인 쌀이 군량미로 전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백 의원은 “쌀은 인도주의 물자이긴 하지만 군에서는 전략물자”라며 “주민에게 주면 군량미로 전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양 교수는 “(쌀이) 전략 물자인 것 배제할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WFP 등 국제기구들이 북한에 식량지원할 때 지원에 대한 양해서, 모니터링에 대한 모든 것 할 수 있다. 접근할 수 없으면 지원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고 반박했다.

‘달라고 하지 않는데 왜 주느냐’는 김 교수의 주장에 김경협 의원은 “북한은 유엔을 통해 지원 요청을 했다”며 “그래서 유엔이 북에 가서 조사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문제는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인데, 그동안 불신과 적대감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포로써 교류협력과 통일의 대상이다. 이 양자를 놓고 늘 논쟁이 있었다”며 “북한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대응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우리가 좀 더 어른스럽게,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어른스럽게,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김 교수가 다시 반박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학생들 대상 책자를 냈는데 우리 대통령을 삽살개로 표현했다”며 “이건 쌀을 주는 대상의 국가 원수에 대한 태도가 아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가 김 의원도 “사사건건 그런 식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며 “자꾸 적대적인 문제를 부풀려서 대응하면 남북문제 해결 어렵다. 남한이 하면 북한이 대응하고 그게 반복되어 온 게 남북문제”라고 했다.

‘식량 지원했더니 핵개발로 돌아왔다’는 논리도 등장했다. 백 의원은 “식량지원하자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쳐 2조 원이 넘는 식량을 지원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 의원은 “(북한이) 평화적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2006년 핵실험을 했다. 이번에도 북한이 어려우니까 식량 지원하면 남북 교착국면도 풀 줄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난 정권에서 3조원 가까이 지원했는데 핵개발을 했다. 이걸 왜 반복하자는 것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이에 김 의원이 “지원되고 교류협력 됐을 때는 핵개발이 노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핵개발이) 중단됐던 시기도 있다. 관계가 악화됐을 때 분노가 표출됐을 때 핵개발은 급속도로 진전됐다. 2008년부터 9년 동안 핵개발이 급속도로 진전됐던 것이다. 이런 것들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백 의원이 다시 “핵개발은 1990년부터 2006년까지 집중됐다. 그 기간에 식량지원 가장 많이 했다. 이건 진실이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양 교수가 백 의원의 논리를 반박했다. 양 교수는 “우리가 식량지원한 대가로 핵개발 했다고 하는데 식량지원 안했을 때도 핵개발을 했다”며 “그 인과관계를 논의한다는 건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대북 쌀지원은 민족동포애적으로 한 것이다. 종합적으로 봐야지 백 의원처럼 ‘식량지원=핵개발’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해결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대북 식량지원, 어떻게 볼 것인가?> KBS 심야토론 패널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 김정봉 유원대 석좌교수(왼쪽부터). 'KBS 심야토론' 화면 캡처

“북한 자존심 살려주기 위한 것인데 무상, 차관 따질 수 있나?”

김 교수는 그동안 북한에 지원한 쌀을 차관 형식으로 지원했는데 북한은 이자조차 갚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리 수출입은행이 북한 조선은행에 원리금 갚으라고 세 번 얘기했는데 들은 척도 안한다”며 “이번에 식량 줄 때는 차관인지 무상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일단 과거에 식량 지원한 것부터 짚고 넘어가야 간다. 그렇지 않고서 또 식량을 준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 세금 집행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 교수는 김 교수를 향해 “잘 아시면서 그러신다”며 “북한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북한의 과거 식량지원 받은 걸 가지고 따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번 인도적 대북 지원의 결과로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 내려 한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김 의원은 “정치성 없고 공익성 있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지원이 인도적 지원”며 “2년 전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불 공여는 집행을 보류하고 있다가 이번에 북한의 영유아 상태가 심각해서 집행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 같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해서는 인도적 지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론 지원의 결과가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그것은 부수적인 효과가 되어야지 이걸 조건으로 걸면 오히려 반발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은 조건부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 의원은 “많은 국민과 전문가는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왜 식량지원을 거론하는지에 대해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미북 대화와 남북 관계도 교착 국면에서 식량지원을 하나의 계산된 제안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사회자가 “그런 수단으로 이(식량 지원) 카드를 쓰면 부적절한가?”라고 물었다. 백 의원은 “우리 국민 정서로는 북한이 미사일 쏘니까 그 압박에 굴복해서 식량을 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미사일 압박에 굴복해 식량 준다?”

북미, 남북 교착 국면의 원인과 관련해 김 의원은 “식량문제 때문이 아니다”며 “더 본질적인 걸 해결해야 교착상태가 해결된다. 식량은 대화를 만드는 결정적인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보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 북한인권법 7조에도 북한에 긴급 지원할 시기에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며 “현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결정은 부수적인 것은 한반도 문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대화 국면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1990년대 중반같이 수십만이 굶어죽고 그렇다면 지원해 줘야 하지만 아직은 북한에 아사자가 나왔다는 얘기도 없고 북한 쌀값도 안정적이다”며 “아직은 급할 필요가 없다. 노동신문 등의 논조가 굉장히 고자세다. 아직은 우리한테 머리를 숙이질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량의 식량지원이 필요할 만큼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북한의 장마당 쌀가격이 지난해보다 내려가는 등 안정적이라는 것에 대해 김 의원은 “북한의 장마당은 우리처럼 완전히 자유시장 경제 제도로 가격이 결정되지 않는다”며 “어떤 언론이 3개 장마당 쌀가격을 조사해서 보도한 것이다. 그것보다는 국제기구가 북한 가서 조사한 것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레이건 대통령, 최근 종교계의 인도적 지원 요청 목소리, 심지어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의 ‘인도적 지원 필요’ 언급을 예로 들며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핵개발 안하면 주민들 다 먹여 살릴 수 있어”

그러자 백 의원은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나도 찬성한다”며 “다만 북한의 필요한 소요량이 불명확하다. 통일부 집계는 150만 톤인데 이걸 태국쌀로 살 경우 6억 달러면 다 채운다. 북한이 핵개발 하지 않고 미사일 개발 안하면 다 먹여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북한 체제가 책임져야 할 것을 왜 우리 정부가 대나?”라고 따졌다.

김 교수는 WFP 등 유엔 기구의 보고서에 의해 북한의 식량난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국제기구는 대북식량난이 일어나야 일자리를 잃지 않는다. 북한에 10만 톤 지원할 경우 그 중 1만 2000~2만 톤은 그 사람들(국제기구 직원들) 월급으로 나간다. 식량이 부족하다고 강조해야지만 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식량 지원과 함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대해 양 교수는 “차관으로 지원할 경우 모니터링을 요구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은 국제기구가 상당부분 북한과 양해각서로 아주 촘촘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백 의원은 모니터링보다는 식량난의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식량지원을 하기 전에 미사일 개발을 그만하라고 해야 한다. 식량이 필요하면 우리 정부에서 전문가 중심으로 실태조사하고 실시해야 한다. 주민에게 직접 보내지 않으면 지배층이 쓰고 그걸 팔아서 군사비로 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원에 있어서 인도적 취약계층을 찾아서 직접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북한이 안받겠지만 그렇더라도 인도적 지원 의미에 맞게 취약계층 지원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공식기구의 보고서를 잘 안믿으려 한다”

그러자 김 의원은 “백 의원은 유엔 공식기구가 직접 북에 가서 실태조사한 결과를 잘 안믿으려 하는 것 같다”며 “일단 그걸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전용 가능성이 있지만 (모니터링 팀이) 식량분배센터, 창고, 사업장을 직접 방문할 수 있다. 북한 내 11개 도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만약 식량 지원을 할 경우 정부의 직접 지원이 좋을지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이 좋을지에 대해 김 의원은 “지금은 우리가 북의 전달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국제기구를 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우리가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하더라도 북은 우리가 지원하는 걸 안다. 효과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백 의원은 “김 의원은 북한 행정과 노동당에 대해 너무 많은 신뢰를 가지고 계신 것 같다”고 비꼬았고, 김 의원은 “얘기를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백 의원은 “탈북자들 얘기로는 외국 요원들이 식량을 나눠주고 조금 지나면 또 거둬간다고 한다. 그런 부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주고 나면 다시 걷으러 다닌다고 하는데 확인이 안 된 거다. 수많은 얘기들이 많지만 근거를 가지고 얘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 교수도 거들었다. 그는 “탈북자들 조사해 보면 식량 줬다가 걷어간다는 사람도 있고, 어려울 때 고맙게 받았다는 사람도 있다”고 반박했다. 쌀 지원량과 관련해 양 교수는 “큰 규모는 안 되지만 적어도 10만 톤 이상은 되어야지 남북관계의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남한은 인도적인 지원을 했다고 하는 국제사회에 큰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쌀지원 재원과 관련해서는 백 의원이 “국회 동의 없이 남북협력기금으로 하거나 국회 동의 거쳐서 하는 방법이 있지만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게 좋다”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국회 상임위 동의를 얻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또 “우리 당대표(황교안)도 만남을 회피한 적 없지 않나”라며 “회담의 형식과 절차 걱정하지 말고 만나서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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