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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에스더 아닌 가짜뉴스 용인하는 한국교회”

기사승인 2018.11.10  0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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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더기도운동’을 바라보는 통일선교 분야 사역자 4인의 시선

언론사 <한겨레>와 에스더기도운동(이하 에스더)의 ‘가짜 뉴스’ 공방이 치열하다. <한겨레>가 에스더를 ‘가짜 뉴스의 진원’지라고 지목하고 관련 보도들을 낸 가운데, 에스더 측도 “<한겨레>의 보도 자체가 가짜 뉴스”라며 6차 반박자료까지 낸 상황이다. 에스더는 그간 한국교회의 통일선교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다. 한겨레 보도가 나간 이후인 10월 3일 진행된 ‘원코리아연합기도’에서도 에스더 관계자가 기도인도를 맡았다. 그렇다면 통일선교 분야에서 에스더와 협력해온 이들은 ‘가짜 뉴스’ 공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5일, 서울 관악구 기독교 통일전략 연구센터에서 윤은주 평통연대 사무총장, 오성훈 PN4N 대표, 하광민 기독교 통일전략 연구센터장, 배기찬 통일코리아 대표가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5일, 서울 관악구 기독교 통일전략 연구센터에서 통일선교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4인이 만나 한겨레와 에스더기도운동의 가짜 뉴스 공방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왼쪽부터 윤은주 평통연대 사무총장, 오성훈 PN4N 대표, 하광민 기독교 통일전략 연구센터장, 배기찬 통일코리아 대표ⓒ유코리아뉴스

에스더 한국교회 통일선교에 긍적적·부정적 영향 동시에 끼쳐

한국교회가 에스더 용인한 이유, ‘반공의식’과 ‘열정’

침소봉대식 문제제기가 ‘가짜뉴스’로 이어져

윤은주 평통연대 사무총장(이하 윤) : 북한선교 사역을 하면서 기도회나 포럼 등을 통해 에스더기도운동과 협력해왔던 분들로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오성훈 PN4N 대표(이하 오) : 우선 일부만 보고 전체를 덮어버리진 않았으면 한다. 에스더는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통일선교에 무시하지 못할 영향을 끼쳐왔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쪽만 보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통합적인 시각으로 봤으면 좋겠다. 한겨레 기사에도 (기독교의) 내부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광민 기독교통일전략연구센터장(이하 하) : 에스더의 주장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들이 왜 그랬는지는 이해된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계속 받아줬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그들을 용인해온 데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반공의식과 열정이다. 반공의식이 강한 한국교회에 에스더의 주장은 ‘사이다(답답하고 꽉 막힌 속도 뻥 뚫어준다는 의미)’였다. 전쟁 경험과 공포심을 갖고 북한을 우려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속 시원히 말해주니 좋은 것이다. 물론 한국교회 내에 에스더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에스더는 기도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에스더는 특히 금식기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에스더가 주관하는 금식 기도회나 집회에 다녀오면 청소년들이 변해서 오곤 한다. 그러니 한국교회가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끌려가는 것이다.

배기찬 통일코리아 대표(이하 배) : 그 열정이 한국교회의 강점이면서 약점이다. 따지지 않는 게 믿음 좋은 것처럼 돼 버려서, 믿음이 강한 크리스천일수록 의심하지 않는다. 에스더가 하는 주장들을 찾아보니 곳곳에 성경 구절을 넣었더라. 맥락을 보면 잘못된 내용인 걸 알 수 있는데, (기독교인들이) 성경 구절만 보고 전체를 성경적 메시지처럼 받아들인 것이다.

오 : 에스더가 이슈 선점을 잘하기도 했다. 동성애와 이슬람 이슈로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으로 북한을 보는 한국교회의 전통적 관점을 확대재생산하는 데도 기여했다. 크리스천들은 “세상이 더욱 악해지고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성경은 종말이 다가올수록 세상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씀한다. 정작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어두운 세상을 밝혀야할 교회가 빛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에스더는 어두워지는 세상에만 초점을 맞춰, 두려움과 증오의 프레임을 짜왔다고 본다.

배 : 이슈 자체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슈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 확산시키니 문제다. 대표적인 게 ‘땅굴’이다. 반공이라는 이슈를 제기하는 방법으로 (상식적이지 않은) 그런 것들을 쓰니 문제가 된다. 무슬림이나 동성애에 관해서도 너무 과도하게, 침소봉대하는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하니까 그게 ‘가짜뉴스화’ 되는 것이다.

윤 : 순수한 종교적 열성만 가지고 이렇게까지는 못 왔을 것이다. NGO 활동을 수십 년 해온 입장에서 봤을 때, 에스더의 자금력이나 조직 동원력은 특정한 지원 없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국정원이나 기무사 등을 통해 한국교회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하는 정치 세력에 에스더가 창구 역할을 한 것은 아닌가 의심된다.

배 : 국정원이나 정치집단과 연결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더라도 에스더는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교회 대부분이 보수적 성향이고 보수 정당과 연결돼 있다. 보수적 토대가 굳건한 상태이기 때문에 에스더의 주장이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오 : 이용희 교수나 에스더가 일부러 가짜뉴스를 만들고 유통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에스더에 속한 사람들은 이런 활동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목숨을 걸고 한다. 북한 주민들을 구원해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청년들의 마음속에 이런 걸 심어야겠구나, 싶으니까 그런 활동을 했을 것이다. 이용희 교수가 계속하는 말도 “에스더는 어느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하지 않는다”이다. 하지만 에스더가 가진 색깔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아주 분명하다.

하 : 가짜뉴스가 다 에스더 쪽에서 흘러나온 것처럼 됐지만, 실제로 그렇진 않다. 또 가짜뉴스를 유통했다고 하는데, 에스더가 원래 SNS에 강하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니 쉽게 확산되는 메커니즘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오 : (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토론회에서 이야기하고 나면 끝이다. 근데 이분들은 정말 열심히, 사명감을 가지고 퍼다 나른다. ‘우리나라가 큰일 났다’, ‘한국교회가 큰일 났다’는 생각에 금식하고 철야로 기도한다.

하 : 에스더가 구체적으로 법을 위반 사례가 있으면 처벌을 받을 것이다. 철퇴를 맞으면 정화의 계기가 되지 않겠나. 분단 구조가 해체되는 전환기에 나오는 현상이라고도 생각한다.

이날 좌담에 참여한 4인은 에스더기도운동을 바라보는 견해에 다소 차이를 보였으나, 한국교회에 진지한 성찰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유코리아뉴스

공의와 정의로 사회 이슈에 접근할수록 좌파로 매도

한국교회, 사회·정치 문제 건전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탈북민 매개로 해온 북한선교,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 필요

배 : ‘기독교인으로서 사회문제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한 한국교회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그동안 교회가 “사회문제를 뱀처럼 지혜롭고 명확하게 바라보라”고 이야기했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사회나 정치 문제에 대해 건전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윤 :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게 성서한국이나 복음과 상황이었다. 복음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조명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공의와 정의를 토대로 사회 이슈에 접근하고 행동할수록 점점 좌파로 매도돼 왔다. 박성업이 ‘교회에 침투한 종북세력’이라고 그린 조직도는 아직도 인용되고 있다. 이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겠나. 한국교회가 그동안 성경에서 강조하는 공의나 정의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몰랐다는 증거다. 이번 사건을 한국교회는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오 : 에스더나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을 완전히 외면해선 안 된다. 한겨레 보도 후에 그동안 에스더로부터 공격받았던 (기독교 내) 진보적인 분들이 이번에는 에스더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접촉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듯, 옛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과도 소통을 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하 : 대다수 한국교회는 그동안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고 통일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이제 북한선교 패러다임도 지난 20년간 탈북민을 매개로 해왔던 것에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윤 : 보수는 대북지원을 퍼주기라고 비난한다고 알려졌지만 반공의식이 강한 한국교회가 대북사업에 앞장서 온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종교적인 열성과 함께 동포로서 돕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단체들 중에 앞으로도 대북사업을 가장 잘해나갈 수 있는 곳도 교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곳들이다. 이번 에스더기도운동 사건을 좀 더 성찰해서 한국교회가 통일선교 전략을 새롭게 정비해가길 바란다. 

 

정리. 정지연 기자

유코리아뉴스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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