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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발사, 그러니까 ‘한반도에 평화를!’

기사승인 2017.07.05  10: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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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도 거센 시련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 평화 만들기(peace making)는 문 대통령의 표현처럼 ‘멀고도 험난’하기만 하다.

미국의 한반도/동북아 정책 기조는 △북한을 위험하고 적대적인 불량국가로 묶어두고 △북한을 매개로 한국과 일본을 미국에 의존케 하여 미국 중심으로 단결시키고 △그 힘으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더 크게는 중국을 봉쇄하여 중국이 태평양으로 뻗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은 이 목적에 반하는 한반도와 일본의 움직임을 역전시키면서 이 지역에서의 패권을 유지해왔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위해왔지만, 한국이 주도하여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로 이행하려 하면, ‘한반도의 평화=미국의 영향력 퇴조’라는 인식하에 한반도의 분단대결구도를 원상 복귀시켜왔다.

지난 두 번의 보수정권은 미국이 원하는 수준 이상으로 북한을 매개로 하는 한반도/동북아에서의 대결구도 형성에 열심이었고, 박근혜 대통령 파면 직후의 기습적인 사드배치는 그 절정에 해당한다. 사드배치는 북한의 미사일공격에 대비하는 것이지만 인접국인 중국을 적대국으로 전환시켜 새로운 안보위협을 야기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사안이다.

황교안-김관진이 주도하여 미국의 요구대로 사드를 기습 배치함으로서 한국은 중미 대결의 한복판에 자리잡게 되었다. 향후 초중량의 중미 패권대결을 평화로 전환시켜내지 못하는 한, 한반도는 거대한 패권대결에 여과 없이 노출되어 안보·민생의 앞길을 장담할 수 없게 할 것이다.

10년 전에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막 실험하고 추진하던 단계였지만, 지금은 북한 핵무기는 완성되고 미사일도 고도화되어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까지만 해도 북한은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한반도 평화를 만들려는 기조를 유지하였지만, 김양건 사망 이후의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뒤로 하고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집착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시켜 미국과 직접협상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단계적이고 평화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킨다.

한미 정상회담 전에 한국의 보수언론은 문정인 특보의 발언을 집요하게 문제 삼았다. ‘미국이 노여워하여 주한미군을 철수하기라도 하면 한국은 어떡해?’라며 두려움에 가득 찬 논평을 쏟아냈다. 한국에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대통령이 등장하였지만, 오히려 주류 언론과 전문가들은 분단대결을 당연시하며 미국에 대한 의존적 결속에서 안보를 찾으려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ICBM 발사 직후인 4일 오전 11시 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무거운 표정으로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하지만 맑은 눈과 양심으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노여움을 살까 호들갑떨던 언론인들과 전문가들이 토해내는 두려움의 안개를 헤쳐나가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동북아에 평화의 작은 희망을 되살려냈다. 취임한 지 두 달도 못돼 한반도 문제에 대한 대한민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미국을 일단 설득해냈다. 큰 성과다. 미국의 비행기를 사오고 현지투자를 통해 미국 사람에게 경제이득을 주겠다는 40조 원의 투자 발표를 대가로 한반도 문제에서의 주도권을 인정받는 교환은 한미 양국에게 나쁘지 않다. 미 해병 1사단이 전멸하였던 장진호전투에 대한 감성적 회고와 흥남철수작전에 대한 고마움의 언어는 웜비어 사망으로 인해 극도로 악화된 북한과 한반도에 대한 미국인의 마음에 일정 부분 치유효과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큰 파열음 없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었지만, 사드를 결사반대하는 중국의 벽을 넘어서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대통령의 복안은 환경영향평가로 사드배치를 잠정 중단시켜 놓고, 그 동안에 <핵동결 평화협정>을 성사시켜 사드배치의 명분을 원천 소멸시키려는 계획인 듯하다. 중국에게는 <핵동결 평화협정>을 위해 공동노력을 제안하고 사드에 대한 환경평가를 종료하기 전에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안정 프레임을 정착시킨 후에, ‘사드의 필요성이 소멸되었으니 중국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드배치를 강행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미국에게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동결과 대규모 한미군사훈련의 축소를 교환하고 비핵화협상과 평화협정을 교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동북아에서 조여 오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포위망을 한반도의 평화를 통해 뚫고 나가려 한다.

그러나 중국의 한반도 평화정책은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북한·중국을 압박하면서 지역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정책과 배치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일단 문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해 주었지만, 미국의 속내는 변함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은 한반도/동북아에서 긴장대결의 유지를 원할 뿐 아니라, 그렇게 통제할 방법과 수단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한반도/동북아에서 미국의 우월적 지위가 유지되는 방식이 아니고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문 대통령은 평화정책을 의미 있게 추진해내지 못한다는 것이고, △향후 문 대통령의 평화정책이 미국의 입지를 약하게 만드는 듯하면 언제든지 미국에 의해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남갈등, 남북대결과 중미대결이 중첩된 한반도/동북아 상황에서 평화를 만들어 내려고 신중하게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를 만들어 내려는 문 대통령의 노력은 까마득한 암벽을 맨손으로 넘어가려는 산악인처럼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남한 분단유지 세력의 반발, 북한의 통미봉남, 미국의 중국 봉쇄,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수많은 난관들이 한반도 평화를 이루려는 문 대통령의 평화 행보를 가로막고 있다. 한반도 상공위에 펼쳐지는 거대한 대결의 운동력에 휘말려 결국에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칠 수도 있다.

문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는 분단대결의 거대한 암벽 넘기는 불가능하다. 평화를 만드는 자들(peacemakers)이야 말로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하나님은 지금 오래고 질긴 한반도의 대결을 마감시킬 당신의 자녀들을 찾고 계시다(마태복음 5장 9절, 이사야 6장 8절).

최은상/ 희망정치시민연합 사무총장

최은상 dwarriorcho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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