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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이 남긴 숙제

기사승인 2017.07.05  17: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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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50여일 만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인수위도 없이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빨리 미국과 정상회담을 한 셈이다. 한반도 핵문제의 핵심 이해당사자 가운데 하나인 동맹국 미국과 대화를 통해 시급하게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선거 전인 2017년 4월과 같은 한반도 전쟁위기가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발 다양한 고지서가 예견됨에도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을 포함한 외교안보정책의 골간에 대한 국내적,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른 한미 정상회담이란 미답의 길을 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의 길에 오르기 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성과도출에 연연해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우애와 신뢰를 쌓을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시적 정책조정보다는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거시적 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 틀은 북핵의 동결 이후 비핵화로 가는 2단계 접근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는 발언도 했다. 정상회담 이후 7시간 20분 정도 지체된,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한 한 의원이 그 시간이 7년이나 걸려 나온 것 같다고 했던, 한미 공동선언문(Joint Statement)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미동맹의 재확인이다. 미국은 “재래식과 핵 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반복했다. 그러나 만약 향후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된다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포함한 핵전략자산의 한국 내 반입이 쟁점이 될 수도 있다.

둘째, 한국의 군사력 강화다. 전시작전통제권의 조속한 전환과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의 도입 그리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는 한국의 군사능력 확보가 적시되었다. 한국이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한다는 표현과 함께였다. 그러나 사드배치와 관련한 쟁점을 한국 내 절차적 정당성 확보 문제로 축소한 상태에서, 자주국방의 길처럼 보이는 한국 군사력의 강화는, 사드와 더불어 자칫 동북아와 한반도 안보딜레마를 가속화할 수도 있는 선택이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7월 3일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은 사드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사드를 무력화하는 다단투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셋째,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한미의 합의다. 한미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하기 위해 계속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전쟁과 같은 폭력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공동선언문의 일부다.

넷째, 북한에 대한 제재와 대화의 병행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외교의 수단”으로 언급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더불어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언급도 주목의 대상이다. 북한은 핵개발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언급하곤 했다.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하”고,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하였다”는 공동선언문의 구절은 한국이 자율성을 가지고 남북관계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한 이후 남북대화의 재개가 언급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한미일 3국 협력에 대한 언급이다. 공동선언문에는, “역내 관계들을 발전시키고 한미일 3국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하였”고, “3국 안보 및 방위협력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여 억지력과 방위력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한다는 구절이 포함되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재균형정책이 지역의 불안정을 제고했고 미국의 군사적 힘을 동아시아에 투사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로 읽힌다.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은 “한미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규범에 기초한 질서를 지지하며”와 함께 중국에 대한 견제로 읽힐 수 있다.

여섯째, 한미 경제관계에 대한 모호한 합의다. 공동선언문에는, “양국간 상호적 혜택과 공정한 대우를 창출하면서 확대되고 균형된 무역을 증진시키기로 공약하였다”는 구절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과정에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공정한 부담”과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장벽, 한국산 철강제품의 관세 등을 언급했다. 한미FTA의 재협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안보를 제공하고 경제적 대가를 얻으려는 트럼프식 외교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한미 공동선언문의 주요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상회담 이후의 한미관계에는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다. 첫째, 최대의 현안이었던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해결의 첫 단계인 북핵동결의 입구가 공동선언문에 등장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핵문제 해결의 궁극적 목표로 설정한 한반도 평화체제도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전인 6월 20일 인도주재 북한대사의 발언을 통해, 그리고 6월 24일 민족화해협의회 “공개질문장”을 통해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과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을 교환하자는 제안을 반복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 제안을 환영하며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중단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그리고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연계하는 협상을 다시금 정식화했다. 북핵동결의 입구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은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했다. 미국이 설정한 금지선을 넘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한미 연합 미사일 발사실험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북한에 맞대응했다. 8월로 예정되어 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즈음하여 한미 사이에 북핵동결의 입구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반도에서는 2017년 4월과 같은 전쟁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

둘째, 남북관계에서 한국의 자율성을 확보했지만 공동선언문에 따르면 인도주의적 사안에 국한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국경제의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서 남북관계의 개선, 즉 평화경제론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반도 평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즉 핵문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평화경제론이 작동할 수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6·15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이란 단서를 달고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핵문제는 남북대화의 의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대북정책 독트린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미국에 대한 위협제고로 인식하는 미국의 정상과 함께 하는 7월 초 G20 현장인 독일에서 그 작업이 수행될 예정이다.

셋째, 문재인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관계에서 안보와 경제가 분리될 수 없는 사안임을 보여주었다. 안보와 관련하여 큰 틀에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세부사항에 들어가면 미결정의 사안들이 산재해 있다. 안보와 관련하여 미국에게 어떤 양보를 얻어낼 때 어떤 경제적 선물을 줄 수 있을지를, 또는 그 역의 방향의 협상도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안보와 경제의 교환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있다.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제재까지 생각한다면, 안보와 경제를 총체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정책결정과정의 제도화 문제도 첫 한미정상회담이 준 숙제 가운데 하나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 글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IFES)에서 제공합니다.

구갑우 kwkoo@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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