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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기사승인 2017.07.03  00: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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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제 그 첫발을 떼었습니다. 멀고도 험난한 길이 될 것입니다. 하나하나씩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풀면서 가겠습니다. 당당하고 실리적으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국민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3박 5일간의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2일 저녁 서울공항에서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평화로운 방식의 해법 △평화통일 환경 조성을 위한 우리나라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트럼트 대통령의 지지 등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내용을 언급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관계에서 우리의 역할이 더 커지고 중요하게 되었다”며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긴 여정이 시작됐음을 선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표현했듯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우선 국제사회가 일치된 목소리로 우려하듯 북한의 핵·미사일이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G2로 부상한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사이의 갈등 국면도 ‘신냉전’이란 표현이 말해주듯 한반도 화해 분위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 점은 우리에겐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한미 양국 정상간 상견례 및 만찬이 29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트 대통령 내외가 나란히 앉아 있다. ⓒ청와대

트럼프를 설득시킨 문재인의 열정

이러한 ‘기회’와 관련해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몇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우선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 조성에 있어 우리나라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 대목에서 양 정상은 “북한 정권에 의해 자행되는 끔찍한 인권 침해와 유린 행위를 포함, 북한 주민들의 안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대북제재 조치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한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면서 공동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하였다”고 명시했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와 책임 규명 사이에 ‘남북간 대화’가 들어간 것이다. 그만큼 남북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이 같은 열망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했다는 점은 향후 한반도 문제의 한국 주도를 가속화하는 추진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적대시 하지 않고 대화하겠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두 정상은 북핵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직접적인 위반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도록 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 외교적‧경제적 압박 긍정 평가 △북핵에 대한 중국 역할을 촉구했다.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러면서 공동성명은 이렇게 적시했다. “양 정상은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한·미 양국이 공히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양 정상은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대북 제재가 북한을 고사시키기 위한 작전이 아니라 대화를 위한 ‘외교의 수단’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올바른 여건’이란 애매한 표현을 담긴 했지만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도 북한에겐 대화 복귀에 대한 분명한 명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미 양국 공히 북핵 문제 해결 최우선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은 점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 등은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 복귀를 주저할 근거를 허물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다음날인 1일(현지 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해)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 군사옵션도 포함된 것 같다. 트럼프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에 대해 어떤 대화 나눴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정부가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은 미국의 일이죠.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합의했느냐(이다). 합의하는 자리에서는 평화적 해결로 합의했고,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 펼치지 않는다, 공동성명 명시했고 그것이 합의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군사옵션을 포함한 어떤 대북 카드를 만지작거리든 그건 미국 입장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미간 합의사항인 남북간 대화, 평화적 해결을 명시한 점이 중요하고 그것이 곧 한반도 문제의 방향이고 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든 것은 ‘한미공조’ 위에서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한미간 긴밀한 공조 속에 추진해 나가기로 한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양 정상은 공동성명 서문에서 “한‧미 동맹은 그 태동부터 한반도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 그리고 번영의 핵심축으로 역할해 왔으며, 이는 점차 전세계로 확대되어 왔다. 미국의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공약은 한국전쟁 발발 67주년이 되는 지금도 철통과 같이 유지되고 있다”며 “상호 신뢰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라는 공동의 가치들에 기반한 한‧미 양국 간 파트너십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양 정상은 한‧미 동맹을 더욱 위대한 동맹으로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 정상은 기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 등 정례 협의 채널에 더해 한반도 현안 관련 공조를 위해 외교‧국방 당국간 2+2(외교‧국방) 장관회의,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개최 정례화를 지시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확고한 확장억제력 강화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약속’은 남북 대화 추진 과정에서 ‘안보를 소홀히 한다’는 국내 보수층의 우려를 상당히 불식시키는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처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사드 배치 논란 등으로 제기됐던 한미 공조 균열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었던 데는 문 대통령이 미국 방문 첫 공식 일정으로 워싱턴DC의 장진호 전투기념비를 헌화하면서 보여줬던 언행들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장진호 전투기념비 헌화식 기념사를 통해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미동맹은 그렇게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다. 몇 장의 종이 위에 서명으로 맺어진 약속이 아니다”며 “한미동맹은 저의 삶이 그런 것처럼 양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저녁 열린 백악관 환영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이 연설을 언급하며 “어제 장진호 전투기념비에서 대통령께서 하신 연설을 봤다. 매우 훌륭하고 감동적인 연설이었다. 어제 연설에 대한 칭송의 얘기를 여기저기에서 들었다. 축하의 말씀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에 칭송을 여기저기서 들었다는 걸로 봐서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덕담 수준은 훌쩍 뛰어넘은 격찬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기념비 헌화식 연설에 대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셨다. 비행기 안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이 (연설) 원고를 다시 재수정하시는 그런 모습을 보이셨는데, 굉장히 공을 들이시면서 줄을 치고 긋고 다시 수정하는 그런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미국 방문 첫 일정으로 28일(현지 시간) 워싱턴DC의 장진호 전투기념비에 헌화했다. ⓒ청와대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사드 배치 철회’ 논란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빠졌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사드배치 문제는 공동성명에 담을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중국과 협의는 별개· 과제로 남은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미국 정부 관계자, 상하원 의원들,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관계자들과의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모든 분들이 절차적 정당성 거쳐야 한다는 점을 너무 당연하게 얘기했다”며 “당연히 민주국가에서 치러지는 절차고 미국도 마찬가지 아니냐. 이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 평가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했던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한미정상회담 후기’ 제목의 글에서 “평화적 수단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과 한국의 주도권 인정,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비롯해 그동안 문 대통령이 주장해왔던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거의 모두 공동성명에 담겨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의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으로 성공할 가능성도 그만큼 올라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사드 배치 등으로 인한 한미 공조 균열이라는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킨 시간이었다. ‘강 대 강’이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북한의 끊임없는 핵·미사일 도발에 대화는 없이 제재와 대결 일변도의 정책으로 한반도를 더욱 긴장으로 몰아갔던 기존 정책을 바꿔 대화를 통한 해결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조를 통해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한반도 문제의 한국 주도라는 당연하지만 그동안 방기했던 본연의 역할도 재확인한 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문 대통령은 2일 저녁 서울공항에서 발표한 귀국 인사말에서 “이번에 다시 한번 절실히 느낀 것은 우리 국민들이 촛불혁명과 정권교체를 통해 보여준 수준 높은 민주역량과 도덕성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당당한 나라로 만들어주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번에 우리가 받은 대접과 외교적 성과도 전적으로 그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장 사드 배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중국이나, ‘핵 포기는 있을 수 없다’는 북한을 설득하고 상대해야 한다. 중국의 반발에 대해 문 대통령은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적어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북핵문제 대응을 위해서는 (한미일이) 함께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한다. 그 점은 중국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은 그런 것(한미일 3각 공조)이 다 넘어서서 중국까지도 다 포함되는 러시아도 포함되는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그렇게 가는 것이 언젠가 궁극적으로 이뤄야 할 과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북핵문제 해결돼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돼야 가능하다. 북핵문제 위해 일본과 협력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사드라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라는 큰 틀에서 협력하고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조건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 대해서는 “북한이 추가 도발 않겠다는 확실한 약속도 하나의 여건이 될 수 있고 미국인 석방도 여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특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의하면 그것은 변화하는 정세에서 감으로서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가까이 있는 한국이 감이 더 좋지 않겠느냐 오히려 더 신뢰하는 모습 보여줬다. 지금 단계로 특정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문정인 특보가 밝힌 북한 핵동결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전략자산 배치나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대해서는 “개인자격 교수로서 간 것이지 대통령 입장을 말한 것 아니다”고 전제하고, “대화 시작에 대한 올바른 여건은 특정하기 어렵다. 제가 제시한 것은 북한이 핵동결 확실히 약속하면 북핵 폐기 대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북핵 동결은 대화의 입구가 되고 출구는 완전한 핵폐기”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입구부터 출구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서로 동시 이행을 해나가야 하는 관계다. 물론 하나하나의 단계는 철저한 검증돼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단계에서 북한은 어떤 조치 취해야 하고 한미는 어떤 것을 해줄 수 있는지 이러한 것은 한미간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공동성명에도 그렇게 썼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2005년) 9·19 선언 때보다는 상황이 더 엄중해졌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더 발전해서 그때와 같은 접근법은 안된다고 본다. 지금 상황에 맞춰 고도의 전략 전술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북핵에 대한 당장의 해법 찾기는 쉽지 않다. 북핵 동결을 입구로, 완전 핵폐기를 출구로 한 전략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북 특사’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5일 독일에서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데 이어서 7~8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는 한미일, 한중 정상 등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을 이해시키고 북한을 납득시킬 만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 직후 국민들에게 밝혔듯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나아가 평화적인 통일을 향한 여정은 멀고도 험난한 길이다. 그렇지만 이제 비로소 대장정의 첫 시작일 뿐이라고 여기며 뚜벅뚜벅 걸어간다면 크고 작은 난관은 의외로 쉽게 극복해 나갈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국민들의 참여와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은 물론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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