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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가야 할 대북·통일 정책방향

기사승인 2017.06.12  15: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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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게 대체적인 국민들의 평가인 것 같다. 90%에 육박하는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그 근거다. 남북관계에서도 지난 수년간 계속됐던 적대적 대결관계를 접고 대화와 교류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궁극적인 통일·통합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국민들의 열망을 모아 문재인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은 어떻게 가야 하는 것일까.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되고 있는 지금, 과연 새 정부가 이 같은 국민 여망을 대북·정책에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최근 나온 전문가들의 진단을 이슈별로 분석해 봤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최근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북핵 및 대북정책 방향’ 제목의 <세종정책브리핑>에서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초빙연구원의 2020년엔 북한 핵무기가 100개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 2020년까지 50~100개 핵무기 보유와 2020~2025년 핵탄두 미사일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는 미국 랜드연구소의 전망 등을 근거로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지 않으면 한국과 미국은 수년 내에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북한의 핵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만 모두 4차례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란 게 정 실장의 분석이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압박이나 제재 위주의 국제사회 대응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

지난달 3일 (현지 시간 )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있었던 중앙일보-CSIS 공동주최의 포럼. 오른쪽 두 번째가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왼쪽 두번째가 현 서훈 국정원장이다. ⓒ정성장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했던 6자 회담 등은 이제 당장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이라는 방향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그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립하고 있는 미·중의 협력뿐만 아니라 한미중의 절대적인 협력은 당연하다. 정 실장은 우선 문재인 정부에게는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강행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행정부에도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에 대해서는 군사적 행동도 배제할 수 없다’는 강력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북한이 6자 핵실험을 강행하거나 ICBM 시험발사를 할 경우 중국은 대북 원유 공급을 전면 중단하고 밀무역도 완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이 같은 대북제재 기조가 3~6개월 정도만 유지돼도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결국 북한은 대중 특사 파견 등을 통해 핵실험·ICBM 시험발사 중단 및 핵동결 등 국제사회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강경 자세를 고집할 경우 “한국정부는 독자적 핵무장화, 전술핵무기 재배치, 김정은 정권교체 시도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정 실장은 덧붙였다.

이처럼 급박한 북한의 6차 핵실험·ICBM 시험발사 유예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정 실장의 주장이다. 정상회담 추진 과정이나 그 결과로 북한이 핵실험·ICBM 발사유예를 선언할 경우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이산가족 상봉 협조·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북한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북한이 6차 핵실험과 ICBM 발사유예를 선언할 경우, 남북미중 4자회담을 통한 북한의 핵동결 →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 → 북한의 평화적 위성 발사 허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북한의 핵동결이 이뤄질 경우 과거 6자 회담의 합의사항이기도 했던 북한 핵시설 불능화 → 북한 핵무기 폐기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등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역시 <통일연구원 현안분석>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핵·미사일 발사 중단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대화의 조건으로 2012년 북미간 2·29합의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 2·29합의 속엔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유예),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농축우라늄 활동 중단이 담겨 있다. 이걸 위해서는 북한이 요구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조정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최종 목표인 비핵화를 위해 핵동결을 시작으로 단계적 접근법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해 북한에게 제공할 수 있는 체제보장, 경제제재 해제 및 경제지원, 국교정상화 등의 포괄적 이슈의 이행방안을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미간 대화나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이나 실무회담 개최, 5·24조치 부분 완화, 민생협력,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관광 재개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현안 진단>에서 “남북관계 정상화는 정부의 의지와 객관적 조건이 선순환으로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며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하지만 당장의 북핵현실과 북미갈등의 조건에서 문재인 정부의 의지만으로 남북관계 정상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만큼 북핵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정상화 그 자체보다는 북핵문제 진전에 우선순위를 두고,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신뢰회복을 통해 한미중이 북핵문제에 일정한 돌파구를 마련하도록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것이 사실상 남북관계 정상화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물론 북핵 문제가 진전되기 이전이라도 민간 차원의 대북 교류, 인도적 지원 등은 재개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마중물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흥규 소장 역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현안 진단>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당장의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북핵문제 진전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소장은 “트럼프도 최대의 압박 이후 최대의 관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고 북미협상의 시도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북미 협상의 진전으로 북핵문제에 일정한 입구가 열리면 이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정상화를 적극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유예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본다. 이를 통해 핵능력 폐쇄, 봉인, 검증 후 되돌릴 수 없도록 불능화한 후 핵무기 완전 폐기라는 비핵화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려면 북핵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에 대해 물질적 보상보다 제재해제를 우선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ICBM 발사까지 성공한다면 카드를 더 세분화하여 요구할 수도 있다. 유예와 제재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취해야 할 역할로는 △미국에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대화를 조속히 시작할 것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 △제재국면 하에서도 가능한 대북지원 및 남북교류의 물꼬를 터 나가는 것 등이다.

김 교수는 “남북관계(회복)는 북미대화와 비핵화에 촉진제이지 장애물이 아니다”며 “한미동맹과 남북관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공조를 적극 활용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차단하면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단계적(유예-동결-불능화-비핵화), 다원적(6자 비핵화-4자 평화포럼-남북/북미 양자), 포괄적(안보-경제)’이라는 정교한 한국형 로드맵을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북한의 미사일 순항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사드 문제 해법

북핵 문제와 사드(THAAD)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북핵이 한국을 비롯해 주변국들에게 골칫거리이듯이 사드 역시 국내는 물론 주변국들에게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이 같은 사드 문제의 해법으로 정성장 실장은 △중국이 북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책임지고 막는 조건으로 사드를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 △사드 철수 후엔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감축, 밀무역 통제 등 중국은 모든 수단 동원해 북한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것 △미국의 사드를 한국이 구입해 직접 운영하는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사드를 한국이 구입하는 것에 대해 정 실장은 “이렇게 되면 미국이 한국에 배치한 사드로 중국의 핵미사일을 탐지할 거라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며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의 1년간 경제 피해 규모가 최대 16조~17조원에 달할 것을 고려하면 사드를 약 1조원에 사들여 중국의 보복을 피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 선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흥규 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등장한 대중(對中) 낙관론을 경계한다.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미동맹, 한국의 안보적 이해, 중러의 전략적 이해를 해소할 수 있는 타협안을 찾아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우리 정부의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실무적으로는 사드 배치와 용도를 한반도에 한정 짓는 프레임을 유지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 대안”이라며 “한미동맹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동시에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과 이미 타결한 ‘북핵 대응용, 1개 포대, 종말단계 레이더 고정배치’의 원칙은 앞으로도 고정 불변해야 한다는 점, 추가적인 용도의 변경이나 배치 및 비용의 발생은 한국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회의 위상을 인정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김 소장은 “새로운 현상변경은 한국의 안보 환경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하고, 막대한 추가 예산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에 국회동의 사안으로 공표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정책은 주한 미군의 안전에 대한 우려에 성의를 다하면서도, 중러가 우려하는 사드의 대중러 견제용이라는 우려를 최소화하는 조치이며, 한국의 외교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대북특사·남북 정상회담

정성장 실장은 대북 특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적절한 시기’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북한에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북 특사를 통해서는 △새 정부가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 △남북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개성공단 재가동 △이산가족 문제의 획기적인 해결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교류협력의 확대 희망 등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김근식 교수는 북핵이라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북 특사에는 부정적이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정권교체 이후 판에 박힌 듯이 대북특사를 거론하지 않는 모습은 다행”이며 “야당 시절 주장했던 개성공단 재개와 5·24조치 해제를 지금 당장 강조하지 않는 것 역시 신중한 입장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현실에 기반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더디 가더라도 제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실장은 대북 특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조율을 거쳐 실제 정상회담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하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시기는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전, 혹은 가능하다면 올해 10·4선언 발표 10주년 기념일 전후다. 그러니까 올 9월 말부터 내년 1월까지가 남북 정상이 만나는 절호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물론 정상회담 시기나 내용은 미중일 지도자들과 조율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 실장은 또 가칭 ‘한반도평화발전위원회’ 신설을 여야정 협의체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 시급한 북핵 위협 대응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권변화에 따른 대북정책의 일관성 부재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 기구는 대통령령이 아니라 국회 입법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임을출 교수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필수과제’라며 개성공단 재가동을 주문했다. 핵문제가 현실적인 최대 걸림돌이긴 하지만 마냥 소극적·수동적으로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개성공단 재가동을 가장 확실히 앞당기기 위해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큰 결단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세계적 수준의 경제개발과 건설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만큼 개성공단 개발의 성공이 그것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폐쇄 직전의 지지부진했던 개성공단 개발과 운영방식으로는 개성공단을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시킬 수가 없다”며 “개성공단의 문을 다시 연다면 획기적으로 개발과 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북한 지도자가 핵개발보다 경제개발에 더 큰 관심을 갖도록 유인하는 특단의 경제협력조치를 제시해야 한다는 게 임 교수의 제안이다. 단순히 과거 버전의 ‘개성공단 어게인’이 아닌 개성공단과 북한 지역개발, 도시·국토개발과 연계시키는 담대한 구상을 김 위원장에게 직접 설명하고 협의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물론 이를 위해서는 남북 정상회담 역시 필수다. 임 교수는 “전략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개성공단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거의 제로상태의 남북관계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남북 정상이 개성공단 재개와 핵문제 해결에 합의한다면 전세계에 큰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문재인 정부가 시동을 걸려는 대북·통일 정책에 대해 다양한 그룹에서 제안들을 쏟아놓고 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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