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좌담] 20대는 왜 보수화되었는가?

기사승인 2020.02.06  15:32:27

공유
default_news_ad2
ad43

선거권 연령이 낮아지면서 정치권이 청년표심 잡기에 분주하다. ‘청년세대가 보수화됐다’는 분석 아래 여야에서 이런저런 전략을 내놓고 있다. 통일 문제에선 이러한 청년층 보수화 현상이 보다 일찍 드러났다. 지난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발표한 <2019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남한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전 연령대 중 20·30대에서 가장 낮게 나왔다. 통일에 대한 개별 정서도 20, 30대는 불안 정서가 가장 높고, 40, 50, 60대는 희망 정서가 가장 높았다. 통일에 관해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는 ‘왜’ 보수화되었을까? <유코리아뉴스>는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파동 카페효리에서 이 주제로 좌담을 열었다. 아쉽게도 20대 없이 30-60대로 구성된 패널들이 20대 보수화 현상에 대해 짚었다. 이번 좌담에는 유코리아뉴스 편집위원인 신영욱 대표(예사랑선교회), 윤은주 박사(뉴코리아 상임대표), 박예영 이사장(통일코리아협동조합), 전수미 변호사(화해평화연구소), 신세계  통일교육 전문강사, 김성원 사무총장(평화통일연대)이 참여했다. 다음은 좌담회 전문.

 

김성원 : 아들이 10대인데, 통일을 반대한다. 우리도 살기 어려운데 왜 돈을 대가면서까지 북한을 도와야 하느냐고 하더라. 그러면서도 남북 교류는 찬성한다. 통일은 반대하지만 평화는 좋다는 것이다. 20대도 그렇지 않을까. 어떤 면에선 합리적이다. 우리 세대는 막연히 민족 담론으로 통일에 접근하지만, 젊은 세대는 왜 우리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 점을 기성세대가 주목해야 한다. 

윤은주 박사(뉴코리아 상임대표). ⓒ유코리아뉴스

윤은주 : 적대적 긴장 관계를 해소할 수 있으면 교류하고, 그러다 독자적 국가로 인정할 수 있으면 유럽연합처럼 국가연합으로서의 남북연합을 이루겠다는 게 우리의 3단계 통일방안 중 2단계에 해당하는 과정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주장하기에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 같아 한편 반갑다. 분단비용을 잘 얘기하지 않는데, 한 해 국방예산만 50조 가량이다. 북한의 1년 예산에 맞먹는다. 하루에 1,500억 원을 기회비용으로 쓴다는 것은 우리에게 굉장한 마이너스다. 복지비용으로 돌린다면 청년들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을 독립된 국가로 바라보고, 통일 편익을 따진다면 (청년세대가 갖는) 염려는 많이 사라질 것이다

신세계 : 북한을 아프리카와 다를 바 없는 가난한 나라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먹여 살리려면 비용이 드니까 통일을 반대하면서도, 적대적 관계는 해소하고 싶어한다. 청소년 대상으로 통일 강의를 할 때 보면 가장 관심 가진 분야가 국방예산이다. 분단비용, 통일편익이라고 하면 어려워하는데 국방예산이 너희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하면 바로 이해한다. 구체적으로 몇 만 대의 아이패드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하면 더 호감을 느낀다. 

남한에 처음 와서 “북한을 왜 도와주느냐?”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땐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한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경험이 학습돼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자체에 마음이 안 생기는 것이다. 제대로 된 통일교육도 없었으니 젊은 세대가 보수화 되는 것은 당연하다. 

박예영 : 남한에 처음 와서 “북한을 왜 도와주느냐?”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땐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한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경험이 학습돼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자체에 마음이 안 생기는 것이다. 제대로 된 통일교육도 없었으니 젊은 세대가 보수화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을 비롯한 다른 가난한 나라에 대해 그들의 존엄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자본의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안 좋다고 본다.

전수미 변호사(화해평화연구소장). ⓒ유코리아뉴스

전수미 : ‘북한 퍼주기’라는 프레임과 헬조선이라는 현실 인식이 (20대 보수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달라진 매체 탓도 있다. 유튜브에 가짜뉴스가 너무 많다. 소위 ‘우파코인’이라고 불리는 돈을 모으려고 자극적으로 생산한 가짜뉴스를 젊은 세대들이 필터링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보수화되어 가는 것이다. 제대로 된 교육의 부재, 헬조선, 유튜브의 영향력 속에서 통일에 대한 오해와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소위 ‘우파코인’이라고 불리는 돈을 벌려고 자극적으로 생산한 가짜뉴스를 젊은 세대들이 필터링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보수화되어 가는 것이다. 교육의 부재, 헬조선, 유튜브의 영향력 속에서 통일에 대한 오해와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신영욱 : 우리 세대는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도 통일을 놓지 않았는데, 남한의 20대 친구들은 어려움을 겪어보지도 않고 통일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다. 복잡한 걸 생각하기 싫어하고, 불안정성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그걸 이기적이라고 표현하든 현실적이라고 표현하든 그 생각을 억지로 이타적으로 만들 순 없다. 

체코슬로바키아가 원래는 한 나라였는데 지금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뉘었다. 우리는 통일을 생각하는데, 그 나라는 한 나라에서 두 나라로 나뉘었다. 그 단계가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런데 어떠한 무력 충돌이나 민족간 대립이 없었다. 타협과 협상을 통해 평화롭게 갈라섰다. 그걸 보면서 느낀 게 있다. 적대 속에서 억지로 하나를 만들려고 하니까 갈등이 생긴다는 점이다. 우리도 평화로운 공존의 단계를 거쳐봐야 하지 않을까. 

신영욱 대표(예사랑선교회). ⓒ유코리아뉴스

체코슬로바키아가 나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이 경제 분야였다고 한다. 자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을 어떻게 배분하느냐 하는 등의 문제였다. 그러나 정말 현실적인 마인드로 이해관계를 조정했다. 그것이 기술이고, 협상력이다. 남북한도 이념을 내세워 이야기하기보단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20대에게도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것을 억지로 바꾸기보단 같이 상생할 수 있는 차원에서 접근하자고 하는 게 좋겠다. 통일은, 우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이웃나라의 관계를 정립하고, 필요성을 느끼면 같이 갈 수 있는 관계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혼도 떨어져 사는 것보다 같이 사는 게 좋겠다고 느끼는 과정을 거치지 않나. 

체코슬로바키아가 나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이 경제 분야였다고 한다. 자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을 어떻게 배분하느냐 하는 등의 문제였다. 그러나 정말 현실적인 마인드로 이해관계를 조정했다. 그것이 기술이고, 협상력이다. 남북한도 이념을 내세워 이야기하기보단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20대에게도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것을 억지로 바꾸기보단 같이 상생할 수 있는 차원에서 접근하자고 하는 게 좋겠다.

윤은주 : 남북이 역사와 문화, 언어를 공유하는 것은 맞지만, 각각 독립된 국가이다. 서로 시집가서 다른 삶을 사는 자매로 비유할 수 있다. 그 둘을 결혼해야 할 대상이라고 봐선 안 된다. 비유하자면 북한은 결혼 생활을 하다 남편이 죽은 경우다. 동구권 국가와의 바터제 무역과 중국과의 경화결제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경제난이 왔고,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겪었다. 반면 남한은 결혼해서 애 낳고 잘살고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전수미 : 대학만 나오면 취업 걱정 없던 시대와 지금은 다르다. 고스펙을 가져도 취업이 어렵다. 죽도록 노력해도 취업은 안 되고, 앞으로 바뀌는 것도 없으리라는 좌절감에서 오는 보수화가 심하다. 그런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기성세대부터 바뀌는 모습을 보인다면, 10-30대도 바뀔 수 있으리란 희망 속에서 진보화되는 과정을 밟지 않을까. 

남북이 역사와 문화, 언어를 공유하는 것은 맞지만, 각각 독립된 국가이다. 서로 시집가서 다른 삶을 사는 자매로 비유할 수 있다. 그 둘을 결혼해야 할 대상이라고 봐선 안 된다. 

박예영 이사장(통일코리아협동조합). ⓒ유코리아뉴스

김성원 : 통일이 돼도 그 수익이 나에게 오지 않을 거라는 분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크다. 사회의 분배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20대들이 충분히 통일을 찬성하고 진보적 가치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윤은주 : 통일문제가 너무 정치화된 게 문제다. 분단의 적대적 대결 구도에 정치권이 편승해오던 것을 빨리 단절시켜야 한다. 정부 정책과 시민사회가 연결되는 정책 거버넌스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는 정부대로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위축되고 있다. 보수 기독교인들이 이럴 때 나서야 한다. 전광훈 류의 분단적폐 세력에 맞설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한다. 

통일이 돼도 그 수익이 나에게 오지 않을 거라는 분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크다. 사회의 분배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20대들이 충분히 통일을 찬성하고 진보적 가치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수미 : 강의를 하면서 북향민들이 받는 지원에 대해 얘기했더니, 한 학생이 자신도 월북하면 안되냐고 묻더라. 지방에서 서울로 공부하기 위해 올라온 학생이었다. 자신은 월세 내고 등록금 내기가 너무 힘든데, 탈북한 사람은 집도 주고 정착지원금도 주니 얼마나 좋냐며, 북한 갔다 다시 내려오겠다고 하더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신세계 통일교육 전문강사. ⓒ유코리아뉴스

신세계 : 그만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데, 거기에 또 다른 어려움이 들어올 것 같으니까 두려운 거다. 청년들에게 말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무관심한 것도 있지만, 다른 세대와 자연스럽게 이런 얘기를 할 만 한 곳이 없다. “사랑의 불시착 봤냐?”고 하면서 일상적으로 북한 얘기를 풀어갈 수도 있는데, 나이 든 세대는 “무슨 사랑의 불시착이냐?”면서, <한국현대사>나 읽으라는 둥 이야기한다.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해 점점 생각의 범위를 넓혀갈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청년들에게 말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무관심한 것도 있지만, 다른 세대와 자연스럽게 이런 얘기를 할 만 한 곳이 없다. “사랑의 불시착 봤냐?”고 하면서 일상적으로 북한 얘기를 풀어갈 수도 있는데, 나이 든 세대는 “무슨 사랑의 불시착이냐?”면서, <한국현대사>나 읽으라는 둥 이야기한다.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해 점점 생각의 범위를 넓혀갈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윤은주 : 요즘 젊은 세대는 학교에서도 공동체 없이 개별화돼 있다. 우리만 해도 같은 학번끼리 뭉치거나 하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서 9급 공무원이 꿈이다. 너무 안됐다. 그 날개를 누가 꺾었을까. 하지만 한편에선 BTS, 김연아, 박태환 같은 친구들이 나온다. 자질들은 무궁무진한데 꽉 눌려 있는 것은 아닌지, 요즘 유행하는 소셜 다이닝을 하면서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김성원 : 오늘 30대 이상이 모여 20대 보수화 현상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다음엔 20대들과 진짜 그들의 얘기를 해보고 싶다. 

<끝>

 

※ <유코리아뉴스>는 세대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오는 2월 25일(화) 저녁 6시30분 서울 용산구 청파동 효리카페에서 ‘밥&톡’ 행사를 진행합니다. 함께 식사를 나누며 통일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관심 있는 20대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신청은 ukoreanews@gmail.com으로 "밥&톡 참여합니다"는 제목과 함께 간단한 자기소개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d41
ad42
ad40
ad39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