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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기사승인 2020.01.16  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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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리아뉴스>의 새해 첫 좌담회가 14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효리카페 열렸다. 주제는 지난달 예고한 대로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방위비 분담, 호르무즈해협 파병, 한미워킹그룹 논란 등 한미동맹을 돌아보게 하는 사건들 속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였다. 

먼저 북향민인 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이 포문을 열었다. 박 이사장이 전하는 북한의 반미정서는 남한의 친미정서 이상으로 공고했다. 한미동맹에 대한 과도한 맹신과 함께 북한의 반미정서가 이제껏 한반도를 떠받쳐온 불안한 기둥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번 좌담에는 강경민 목사(일산은혜교회), 신영욱 대표(예사랑선교회), 윤은주 박사(평화통일연대 사무총장), 김영식 목사(낮은예수마을교회), 박예영 이사장(통일코리아협동조합), 전수미 변호사(화해평화연구소), 신세계  통일교육원 전문강사 등이 참여했다. 

지난 14일 카페효리에서 열린 본보 주최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좌담회 모습. ⓒ유코리아뉴스

박예영 : 북에선 미국을 ‘철천지원수’,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피맺힌 원수’라고 한다. 탈북해 나오기 전까지 나도 그것을 하나의 명제처럼 갖고 있었다.

윤은주 : 미국이 한국전쟁 때 평양, 원산, 신의주에 엄청난 폭격을 가했다. 맥아더가 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위협까지 줘서 북한의 안보 불안증을 키운 것이다. 그런데 전쟁을 처음 시작한 게 북한 아닌가. 북한은 자신들이 일으킨 정당한 전쟁이 미국에 의해 좌절되고, 폭격을 받은 트라우마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북한에서 미국 선교사가 떨어진 사과를 먹은 아이의 이마에 청강수로 ‘도적’이라고 새긴 일화는 유명하다.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약소국을 침략하는 나라로서 미국이 얼마나 나쁜 나라인지, 종교를 등에 업고 들어와 우리를 얕잡아 본 데서 시작한다.

박예영 : 더 깊은 뿌리는 미국 선교사들에 있다. 북한에서 미국 선교사가 떨어진 사과를 먹은 아이의 이마에 청강수로 ‘도적’이라고 새긴 일화는 유명하다.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약소국을 침략한 나라가 종교를 등에 업고 들어와 우리를 얕잡아 본 데서 시작한다.

윤은주 : 선교사 시절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쟁에 대한 인식을 살펴봐야 한다. 북한에선 전쟁의 책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남한과 러시아가 수교하면서 옐친이 비공개 문서 하나를 우리에게 줬다. 김일성이 스탈린에게 남한 침략을 도와달라고 한 문서였다. 전쟁의 책임이 밝혀지고도 북한은 외부의 적을 만들어 책임을 피해갔다. 반면 우리는 미군이 없으면 체제가 불안한 상황이었기에 미군과의 동맹이 중요해진 복잡한 연결고리가 있다.

박예영 : 북한에서 ‘미 제국주의자들과 남조선 괴뢰도당’이라고 표현하지만, '남조선 괴뢰도당'이란 말 속엔 미국의 식민지라는 인식이 있다. 주적인 미국은 나쁜 놈이고, 남조선은 언젠가는 우리가 해방해야 할 존재라는 것이다. 남한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었다. ‘황해도 신천박물관 사건’도 미군이 한 일이라고 알고 있었다. 신천 주민의 1/3을 미군이 들어와 학살했다고. 진실을 알게 된 건 여기 와서 황석영의 <손님>이라는 소설을 읽고서였다. 미군은 지나갔을 뿐이고, 같은 동네 주민들이 서로 죽이고 죽인 싸움이라는 걸 알고 너무 놀랐다. 하지만 북한 주민은 100% 미군 탓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이 영적으로 거대한 벽이 돼 버린 것이다. 

윤은주 : 북한 정권은 통치 담론 속에서 전쟁 실패의 책임을 외부의 적에 돌리면서 국민을 하나로 묶어 세웠다. 괴뢰 정부만 빼고 남한의 주민들을 자신들의 동포라고 한 것은 정부와 국민을 분리, 대응해 온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우리와 미국과 항상 생각이 같을 순 없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부 장관이 그렇게 얘기한 건 처음이었다. 점점 공간이 열려가는 역사적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강경민 : 북한은 미국에 대한 의식을 체제와 교육시스템을 통해 집단화해왔다. 그런데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금 태극기를 갖고 광화문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의식 형성 과정은 북한 사람들의 의식 형성 구조와 거의 같다. 과거엔 지식인에 속하는 사람도 5·18에 대한 전두환의 선전이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북한도 점점 열릴 것이다. 핸드폰을 5백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핸드폰 없던 시절처럼 통제하겠나. 근원적인 통제가 불가능한 사회로 가고 있다. 어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우리와 미국과 항상 생각이 같을 순 없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부 장관이 그렇게 얘기한 건 처음이었다. 점점 공간이 열려가는 역사적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윤은주 : 태극기 부대와 같이 공산주의에 대한 생각이 갇혀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남한에선 공산주의나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해 왔다. 그 결정적 계기가 80년 광주 사태다. 미군의 허락 없이 군대를 이동할 수 없었다는 사실, 미국에 이 일이 보고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미국을 달리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분단을 극복해야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미국 주둔으로 전쟁 억제 효과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문제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유엔사가 계속 남았다는 것이다. 미국이 관리하는 유엔사가 DMZ를 관리하는 제도적 문제와 ‘미국이 없으면 우리는 망한다’는 심리적 문제가 생겼다.

전수미 : 팩트 체크가 중요하다. 우리가 왜 방위비 분담을 하게 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방력 강화를 하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자주 국방’과 약소국이 강대국에 편승하는 ‘동맹’이다. 한국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동맹을 택했다. 상하적 배경에서 자율성과 안보를 교환한 것이다. 남한이 53년 미국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자, 북한은 61년 조중 우호조약과 조소 우호조약을 맺었다. 미국 주둔으로 전쟁 억제 효과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문제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유엔사가 계속 남았다는 것이다. 미국이 관리하는 유엔사가 DMZ를 관리하는 제도적 문제와 ‘미국이 없으면 우리는 망한다’는 심리적 문제가 생겼다. 트럼프가 1년 만에 5-6배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우리가 그만큼 과도하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제도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에서 문제의 시발점을 잡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좌담회 패널들. 전수미 변호사, 강경민 목사, 윤은주 사무총장, 박예영 이사장(왼쪽부터) ⓒ유코리아뉴스

윤은주 : 정책적 측면도 크다. 정책을 정권을 위한 프레임으로 이용해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일반 국민들은 당연히 전작권을 환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전수미 : 어느 나라가 총 한 번 쏘는 문제를 다른 나라에 의존하나. 우리 안보를 미국에 오랫동안 맡겨 놓으니, 그게 정상처럼 느끼는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강경민 : 팩트 체크를 두 가지 면에서 봐야 한다. 팩트 자체를 전혀 모르는 것은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지만, 팩트에 대한 해석은 다 다를 수 있다. 팩트 체크를 한다고 해서 생각이 다 같진 않다. 해석의 다양성에 대해선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얘기해야 한다. 

윤은주 : 과거 반공주의 시각에서 미국에 감사하는 마음이 세계관처럼 우리에게 형성돼 있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의 이해를 위해 우리를 지켰다.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권과 자유주의권의 대결 구도 속에서 우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1989년 탈냉전 후 미소가 화해를 하고 우리도 사회주의권과 국교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중국과 미국의 틈바구니에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남한만의 국가 이익은 무엇인가. 남북의 국가이익은 또 무엇일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신세계 : 얼마 전 한국일보에서 Z 세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밝혔다. 젊은 세대가 미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중국이나 북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국을 좀 더 좋게 보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방위비 분담의 경우 남녀가 조금 다르지만, 대체로 무리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강경민 : 시대정신이란 게 있다. 아무리 보수적인 교회라도 젊은 사람들은 다르다. 태극기 부대 논리로는 보수주의 안에 있는 젊은 세대도 설득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런데 젊은 목사들은 왜 태극기 부대에 동조하는 것일까? 목사들은 신학적 프레임이 강해서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 떨어진다. 신학적 프레임에 갇히면 사유의 진보라는 게 없다. 그래서 젊은 목사들이 시대 정신에 민감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불안정한 신학적 프레임에 너무 갇혀선 안된다. 

신학적 프레임이 강해서 다른 것에 대해선 얘기하려 들지 않는다. 그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자유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도움 주는 분 같다. 신앙보다 이념이 앞선 경우가 많다. 

신세계 : 신학대학원 갔다 오면 사람이 이상해진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한다. 반공주의를 배워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지 않던 친구들이 갑자기 바뀌더라. 신학적 프레임이 강해서 다른 것에 대해선 얘기하려 들지 않는다. 그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자유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도움 주는 분 같다. 신앙보다 이념이 앞선 경우가 많다. 

김영식 : 미국의 관점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중국을,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상대해야 하는 교차점에 있기 때문에 외교 문제를 생각하는 국민들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독일 통일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다. 과거 독일의 전범재판이 끝으로 갈수록 흐지부지됐다는 점이다. 미국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펼친 봉쇄 전략 때문이었다. 2차 대전 전승국인 소련이 동유럽까지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이를 지연시킨 것이다. 소련이 붕괴한 이후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봉쇄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반도는 이 전략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곳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있어 ‘린치핀(linchpin)’이라고들 한다. 린치핀은 움직일 때 중요한 구심점이지만, 평상시엔 중요하지 않다. 이 점이 북미회담을 결렬시키고,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교류를 막은 이유이다. 봉쇄 전략 이후의 프로그램이 없는 미국으로선, 남북관계가 앞서 가는 게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독일이 결국엔 동서독 교류를 하면서 미국의 전략을 바꿨듯이, 우리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중심의 외교만이 답이라고 해온 것을 상대화시키고,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한 진일보이다. 

좌담회 패널들. 김영식 목사, 신세계 전문강사, 신영욱 대표(왼쪽부터) ⓒ유코리아뉴스

신영욱 : 성경의 다니엘은 3년 동안 왕의 진수성찬을 거부했다. 왕이 자기의 음식을 준다는 것은 최상의 대우를 해준다는 뜻인데, 식민지의 포로로 잡혀 온 사람들의 의식을 개조시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책입안자들, 고위공무원, 군 장성 등 사회의 이슈적 메이킹을 할 수 있는 위치의 절대 다수가 미국에서 유학하고 왔거나, 풀브라이트 전액 장학금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미국을 ‘은혜로운 나라’라고 생각한다. 자기 같은 사람을 데려다 몇 년 동안 공부시켜서 그 위치에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럼 미국은 우리를 어떻게 보나. 글자 그대로 ‘졸’로 안다. 자기들의 이해에 따라 아무렇게나 움직이고, 폐기 처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영식 : (미국의 수혜를) 나쁘다고만 할 순 없다.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신영욱 : 그렇다. 바빌론이 대단한 제국이었지만, 역사를 움직이는 건 바빌론 제국이 아니라 하나님이었다. 미국이라는 제국의 힘을 어떻게 감당하겠나. 하지만 우리가 신앙인이라면 궁극적으로 역사를 움직이는 분은 하나님이라는 고백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힘에 휩쓸려 갈 것이 아니라, 분명히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하나님이 역사의 주인이라는 것과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계 경영 전략,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을 때 바른 길로 갈 수 있다. 장기를 두는 사람은 알 것이다. 마·상·차·포가 떨어지더라도 졸 두 개만 있으면 이길 수 있다. 졸이 아무 힘이 없는 것 같지만, 막판에는 그런 힘을 발휘한다. 스스로 ‘졸’이라고 생각할 필요 없이, 우리가 갖고 있는 분명한 정체성을 밀고 나간다면 힘이 될 것이다. <끝>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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