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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세습 문제, 어찌해야 하나?

기사승인 2019.07.25  16: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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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담임목사의 세습과 관련한 재판국의 판결이 미루어지고 있다. 2018년 9월 예장통합 총회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면 법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을 텐데, 판결을 미루는 것이 석연치가 않다. 재판국은 총회의 결의를 집행하는 하부 기구이지, 총회의 결의를 심의하는 상위 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명성교회의 주변을 보면, 명성교회 담임목사의 세습을 당연시 하는 일군의 목회자들이 있다. 이들은 기회만 되면 담임목사를 자신의 자식에게 세습시키겠다는 의지를 숨기고 있거나, 명성교회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았던(또는 여전히 받고 있는) 목회자들이다.

명성교회가 미자립 교회들과 어려운 목회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모든 교회가 하나님의 ‘하나의 교회’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코이노니아의 모습이다. ‘하나의 교회’의 머리이신 주님을 위해서 어려운 지체 교회들을 돕는 것은 초대 교회 이래로 모든 교회의 당연한 책무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명확히 해야 할 것은 명성교회의 원로목사인 김삼환 목사나 담임목사인 김하나 목사가 개인적으로 지원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교회’에 속한 명성교회가 ‘하나의 교회’에 속한 연약한 지체 교회들과 목회자들을 지원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지원받은 교회들과 목회자들은 김삼환 목사와 김하나 목사 개인에게 빚을 진 것이 아니라,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사랑을 베풀어주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예장통합의 상황을 보면, 명성교회의 세습을 반대하는 한 축과 용인하고 지지하는 한 축으로 나뉘고 있다. 이때 주시해야 할 문제의 핵심은 김삼환 목사, 김하나 목사와의 친밀한 관계 여부에 있지 않고, 세습을 금지하는 총회법 자체이다. ‘은퇴하는 목사’냐 ‘은퇴한 목사’냐의 말장난은 차치하고라도, 총회법이 세습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세습을 용인하고 지지하는 것은 적어도 총회법을 저촉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향후 예장통합 총회가 세습 조항을 설사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바뀔 수 없는 불변이다. 그러므로 나는 총회 재판국이 판결을 미루는 것이나 몇몇 노회들이 이 시점에서 세습 조항을 폐지하자고 총회에 헌정하는 것은 또 다른 불법임을 천명하고 싶다.

요즈음 예장통합의 전체적인 상황을 볼 때, 각자의 주장과 입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교단이 분열될 수도 있겠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명성교회의 세습을 용인·지지하는 축이 다수가 되면, 그 나머지 교회들과 목회자들이 교단을 탈퇴할 수도 있겠다는 것, 그 반대의 경우에는 명성교회를 비롯한 그 측근의 교회들이 새로운 교단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직 150년이 되지 않은 한국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면, 장로교파만 150개 내외의 교단으로 분열되어 있는데, 그 분열의 동기나 원인을 추적해 보라. 신학적인 문제에 있지 않고, 대개가 교단의 정치적 헤게모니와 개인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제 장자교단을 자처하는 예장통합 교단이 세습 문제로 인해서 또 다시 분열된다면 이는 한국교회의 치욕이 될 것이고, 수많은 젊은이들과 상식있는 교인들을 교회에서 축출하거나 새로운 유입을 막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나님의 교회를 사랑한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하나님의 ‘하나의 교회’에 속한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하려면, 썩어문드러진 환부인 명성교회를 과감히 도려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개된 복잡한 상황 속에서 가장 좋은 최선의 방안은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김삼환 목사와 김하나 목사가 결자해지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통회하면서 원로목사직과 담임목사직을 사임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하나님의 ‘하나의 교회’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어렵고 여의치가 않다면, 이제라도 예장통합 교단과 총회를 더 이상 흔들지 말고, 명성교회를 독립교회로 전환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담임목사의 세습도 인정받으면서 명성교회를 예장통합 산하의 교회로 머물도록 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자 하나님의 교회를 모독하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정종훈/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기독교윤리학)

*이 글은 청탁을 받아서 쓴 글이 아니다. 명성교회 세습의 상황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글의 책임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나의 이름과 소속을 명기한다. -필자 주

정종훈 chjeong5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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