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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평양 그리고 평화

기사승인 2018.01.09  14: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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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30년 전 88 서울올림픽 당시에 약 3개월간 올림픽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 보도본부에서 외국 언론기자들의 출입증을 발급하고, 주요 경기장을 찾아다니며 경기내용과 경기장 분위기를 요약 보고하는 일이 주 임무였다. 당시는 아직 공산권 세계의 대부인 소련이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통한 정치·경제 개혁과 언론개방정책이 추진되던 시기이긴 하였으나 여전히 공산주의를 표방하던 때였고, 중국에도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이 진행되고 있었으나 정치부문에서는 여전히 강경한 사회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는 등 동서냉전 시기였던 만큼 88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성공할지는 미지수였다. 앞서 있었던 1980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각각 반쪽 올림픽이었던 점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였다. 그런 우려 속에서 다행히도 88 서울올림픽은 IOC 회원국 167개 국가 중에서 161개 국가가 참여하여 그때까지 열렸던 역대 어느 올림픽보다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평창올림픽 민족위상을 과시할 절호의 기회

이것을 신호탄으로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는 빛을 발하게 되고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한국전쟁 당시 적국이었던 소련과 1990년 외교관계를 맺고, 1992년에는 중국과도 국교정상화를 이루었다. 물론,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가 대한민국 정부가 처음부터 단독으로 발의하고 추진한 것은 아니라는 설도 있다. 미국이 대한민국 정부를 앞세워 소련 및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하여 북방외교를 지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88올림픽에 자유주의 국가들은 물론이고 공산권 국가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88올림픽은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서 30여년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위상을 널리 알리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구권을 비롯한 여러 공산국가들이 민주화를 추진하는 촉진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헝가리 공산정권 종식(1989), 베를린장벽 붕괴(1989), 폴란드 자유정권 수립(1989), 독일 통일(1990), 소련 해체(1991), 유고슬라비아의 해체와 발칸 6개국 분리 독립(1991), 중국 천안문 사건(1991) 등이 그 좋은 예이다.

88서울 올림픽도 전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의 변혁을 이루고 장벽을 허무는 데에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18 평창 올림픽도 근년에 나타난 전 세계의 이상 징후(글로벌리즘에서 자국 우선주의로의 후퇴, 보호무역으로의 회귀, 중동지역의 새로운 불씨인 예루살렘, 중국의 패권도전과 지배권 확장, 한반도 전쟁유발 발언 등)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되도록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은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동북아의 조그맣고 가난한 나라인 북한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때문에 막말전쟁으로 위기를 향하여 치달았다. 지난 연말에는 미국의 장관, 의원, 사령관 등이 공공연히 전쟁이 임박한 것처럼 떠들고 다녀서 많은 외국인들은 한반도에서 금방이라도 전쟁이 발발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와 같은 분위기를 일소하기 위해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을 반드시 참여시켜 국면전환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비롭게도 금년 1월 1일 평양으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다. 당초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지난 연말에는 어떻게라도 평양과 접촉을 하여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이제 그 얘기는 할 필요가 없어졌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은 민족위상을 과시할 좋은 계기’라고 말하면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평창, 스토리텔링의 역사를 만들어야

이제는 차분히 계획을 수립하여 다른 전제조건 없이 오직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도록 협의하는 것만 남아 있다. 보수야당들은 ‘위장평화공세’니 ‘화전 양면전술’이니 ‘남남갈등 유발’이니 하면서 반대를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북핵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없고 남북연결고리가 전무한 현재 상황에서는 단계적으로 평창올림픽을 성공리에 끝내놓고 다음 단계로 회담테이블에 불러내는 것이 순서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신년사에 대하여 ‘지켜보자’라고 언급하였는데, 그 속에는 함축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평창올림픽에 북한 참여여부, 핵단추의 실제 운용가능성, 미·북간 또는 남·북간 대화추진 가능성 등 모든 부분에 대하여 유보를 해둔다는 뜻일 것이다. 88 서울올림픽이 그러했듯이 평창 동계올림픽이 매개체가 되어 평양과 뜻이 통하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한자로 평창(平昌), 평양(平壤), 평화(平和)는 모두 평(平)자로 시작된다. 영어로도 평창(Pyeongchang), 평양(Pyongyang), 평화(Peace)로 모두 P자로 시작된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우연 속에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 있다. 비합리적인 숙명론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그렇게라도 엮어 스토리텔링이 있는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평창올림픽을 통하여 평양과 소통만 잘 된다면 한반도에 평화를 불러 올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난다. 다만, 우리 정부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벌이려고 복잡하게 끌고 가지 말아야 한다. 복잡할 때에는 가장 단순한 것이 최선의 해법이다.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성공시키는 일 한 가지만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얀 순백의 평창 설원에서 푸른 하늘로 평화의 비둘기를 날려 보내는 심정으로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해 본다.

김은종/ 공학박사, 전 경상남도개발공사 사장

*본 칼럼의 저작권은 남북물류포럼에 있습니다.

김은종 kolofo.or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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