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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신 북방정책’

기사승인 2017.07.22  22: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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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재권 국회외교통일위원장·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공동주최 ‘한국경제, 북방에서 미래를 찾다’ 토론회

문재인 정부는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등 5대 국정목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 중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부문을 보면 동해안에서는 금강산, 원산, 청진, 나선을 공동 개발해 러시아와 연결하고, 서해안에서는 수도권과 개성공단, 평양, 남포 신의주를 연결해 본격적인 북방경제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구상했던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정책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아울러 이를 기반으로 동북아 협력, 나아가 유라시아, 남아시아의 진출도 도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신 북방정책, 신 남방정책을 아우른 이른바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구상이다.

과연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구상은 어떤 의미가 있고, 얼마만큼 실현가능성이 있을까.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뭘까. 21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공동주최의 ‘한국경제, 북방에서 미래를 찾다’ 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토론회에서는 심 위원장이 사회를, 김흥규 아주대 교수,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구미·유라시아본부장이 발제를 맡았고,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전략연구실장, 박종수 글로벌경제평화연구소 이사장, 임수석 외교부 유럽국장이 토론을 벌였다.

2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경제, 북방에서 미래를 찾다' 토론회에서 김흥규 아주대 교수(왼쪽 두 번째)가 발제를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김흥규 교수 “사드 문제 지나가도 한·중관계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

김흥규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있게 추진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를 한마디로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라고 소개했다. 교통, 경제, 물류를 통해 세계 경제의 흐름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지형까지도 바꿔놓겠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이 구상의 의미와 흐름을 우리가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한·중 경제의 구조적 변화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한·중이 1992년 8월 수교관계를 맺은 이래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양국 관계가 발전한 사례는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 친밀한 관계의 배경엔 경제적 분업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경제력을 한국은 가지고 있었고, 한국이 필요로 하는 시장을 중국은 가지고 있었다는 것. 하지만 2014년 이래 한·중 교역은 하강 국면이고, 경제관계는 ‘이혼 중’이라고 김 교수는설명했다. 그만큼 중국은 성자에 성장을 거듭해 왔고, 더 이상 과거 같은 분업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중간 갈등이 되고 있는 사드(THAAD) 문제가 지나간다고 해서 과거의 한중관계로 돌아가긴 힘들 것”이라며 “전략적 차원에서 새로운 한·중 관계를 리셋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한 중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중국에 다가가야 하고, 신 분업구조도 세팅해야 하며,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신 북방정책’과도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여러 가지 중국 내부 정치적 상황을 봤을 때 시진핑 주석은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장기집권의 길로 갈 것이라고 본다. 이 기간에 일대일로는 더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고, 문재인 정부의 신경제구상과 어떻게 접목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일대일로 전략은 전세계를 감싸는 세계 전략으로 이 전략의 추진 과정에서 중국-러시아의 협력이 필수불가결하다. 적어도 수십년간 앞으로 중국-러시아는 안보-경제 전략 차원에서 긴밀하게 협력될 것”이라며 “이 의미가 무엇일까를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북아의 판도가 단순히 경제만 아닌 안보·외교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금 김정은은 광개토대왕 신드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강대국이고 스스로 강대국들과 대응하면서 스스로를 세워나가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북한의 대외정책인 것 같다”며 “이러한 때 우리의 전략은 해상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남태평양 진출을 미국이 막고 있고, 중동으로 가는 서쪽 길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동쪽 바다(우리의 서해)로 진출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환황해 지역협력’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중국, 러시아, 남북한, 일본이 맞닿아 있는 환황해권 지역협력과 관련, “이 지역은 역사, 영토, 주권으로 점철되어 있어서 국가를 넘어 협력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곳”이라며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협력 공동체로 가야 한다. 여기에 북한도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면 한국이 허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단기간에 이뤄질 일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재영 본부장 “러시아 투자, 일본을 보라”

이재영 본부장은 한·러 관계에 대해 1990년 9월 수교 이후 다양한 관계에서 발전해 왔다고 밝혔다. 특히 2014년부터 비자면제 협정이 발효된 것은 경제 교역보다 더 중요한 인적 교류와 신뢰 증진이라는 면에서 ‘놀라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외무역에서 러시아 비중은 1~2% 수준으로 상당히 저조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유럽은 브렉시트에서 보듯 균열이 일어나고 있지만 유라시아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상하이협력기구 등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1996년 4월 출범한 상하이협력기구(SCO)에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이란까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제 등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 것은 물론 합동 군사훈련도 실시해오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총회에서 푸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대(大) 유라시아’를 역설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비롯해 유라시아경제연합(EEU), 중국, 인도, 파키스탄, 독립국가연합(CIS) 및 여러 국가들이 대(大)유라시아 협력동반자 관계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2015년 1월 공식 출범한 EEU는 유럽연합(EU)을 본따 경제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벨라루스,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5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한국과 러시아는 지금 성장기를 지나 정체기에 빠져 있다”며 “양적 확대만이 아닌 질적 확대를 가져오는 새로운 북방협력3.0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너지, 서비스 분야로 투자와 교역을 늘리고, 중국의 사드 보복에서 보듯 러시아 등으로 교역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일본의 경우 러시아와 북방영토를 두고 갈등이 있지만 지난해 아베와 푸틴이 3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일본은 통상담당 러시아 장관직을 신설하고. 많은 재원으로 수십 가지 대 러시아 프로젝트를 준비해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대응과 관련해 이 본부장은 “북방협력기금을 조성해 중소기업들이 많이 진출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인구가 넓게 분포되어 있는 러시아의 특성상 거대 시장을 필요로 하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러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거나 한·러 정상 및 외무장관의 2+2 회담을 정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북한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하면서 남·북·러 경제협력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계 발전의 단계로 한·러 정상회담 정례화 → 남·북·러 정상회담 →일본, 몽골 등과도 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이밖에 한·러 전략대화(1.5트랙) 진행, 러시아를 비롯해 인도·이란·터키·중앙아시아 전문가 배양을 통한 백년대계, 상징적 의미에서의 러시아의 한국 투자 등을 제안했다.

2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경제, 북방에서 미래를 찾다' 토론회 모습.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전략연구실장,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김흥규 아주대 교수,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구미·유라시아본부장, 박종수 글로벌경제평화연구소 이사장, 임수석 외교부 유럽국장(왼쪽부터). ⓒ유코리아뉴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중단한 나진-하산 프로젝트, 새 정부가 재개해야”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전략연구실장은 토론에서 “가장 큰 장애는 북한 핵이나 미사일”이라며 “이 부분에 노력이 진전되지 않는다면 신 북방정책도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 핵·미사일 문제는 단기간 해결이 쉽지 않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다시 살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정치의 실패일 뿐 모든 게 실패한 게 아닌 만큼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새 정부가 재개해도 된다는 것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와 북한의 국경지역인 하산과 나진항을 잇는 물류 협력 사업이다. 2000년 북한과 러시아가 나진-하산 개발 합의로 시작돼 2013년 두 나라 사이에 54㎞ 철도 연결 및 개보수 작업이 완료됐다. 한국도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연결한다는 구상으로 2007년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이 사업은 중단됐고, 2013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박근혜와 푸틴 대통령의 한러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러시아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협력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단일 경제권을 목표로 유라시아 국가간 교통·물류·에너지 등을 연계한다는 것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같은 개념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박근혜 정부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이재영 본부장은 △프로젝트를 추동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부재 △프로젝트 추동을 위한 러시아 인맥(人脈) 연결 소홀 △정부 부처별 백화점식 사업 나열 △재정 마련 방안 부재 △대북 리스크 고려 부재 등을 꼽았다.

박 실장은 “러시아와의 가스관 연결 및 철도망 연결 사업은 우리가 아시아 물류기지로 거듭나는 것으로 결코 이 꿈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지난 30년간 북방정책을 해왔는데 왜 이게 아직도 안 이뤄지고 있는가? 단순 북핵 문제 때문일까? 아니다. 우리의 관심 부족 때문이다. 우리의 관심이 너무 중국에만 치중돼 있었다. 신 북방정책은 반드시 러시아의 재발견이 필요하다. 최근 북·러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 러시아에 의미를 부여하고 러시아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 빠른 시간 내 문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져야 한다.”

나희승 수석연구원 역시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조속히 재개하는 게 필요하다. 이건 5·24조치나 유엔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했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남북물류포럼 조찬간담회 초청 강연에서 “개성공단 복원보다도 일차적으로 나진-하산 프로젝트 사업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러시아는 이 사업에 한국을 끌어들여 남·북·러 3각 협력사업으로 확대하는 데 공을 들였고, 한국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시범 운송까지 추진된 바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이 사업의 참여를 전면 중단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송 의원은 “하산에 한·러 합작공단을 만들어 러시아에 있는 5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면 사업의 경제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남북 경협의 취지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도 참석해 인사말을 통해 “아직도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 적대국가로 인식하는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 안에 상당부분 남아 있다”면서 “특히 언론에서 우리가 미국과 조금만 다른 소리를 하면 난리가 날 것처럼 한다. 미국보다 더 친미적인 언론이 바로 우리 사회 언론”이라고 비판했다.

박종수 이사장은 △대통령 직속 북방위원회 구성 △지자체 차원의 (북방)전담 창구 마련 △연해주 지역에 제2 개성공단 건설 등을 제시했고, 임수석 유럽국장은 “내년에 모든 광역 지자체가 참여하는 한·러 지방협력포럼이 출범할 예정”이라며 “여기에 러시아도 관심이 많고, 지방 정부와 지방 기업들도 참여할 예정인 만큼 신 북방정책의 본격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방청객은 “과거 (노태우 정부 때의) 북방정책과 지금의 신 북방정책이 근본적으로 뭐가 다른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과거의 북방정책이 북한 고립을 염두에 뒀다면 문재인 정부의 신 북방정책은 북한 개방을 염두에 둔 것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재권 위원장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북방정책의 핵심이 남북관계다. 모든 게 남북관계에서 막힐 수도 있고 열릴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보다 새롭게 남북문제를 접근하려고 하고 있다. 북방정책에 대해 이런 기조로 임하면서 너무 북한을 의식하지 않는, 연해주·동북3성의 관계를 확대하면서 북방정책의 방향을 찾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연해주에 독자적 공단 만드는 것도 신선하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토론회엔 러시아, 중국 대사관에서 공사가 참석한 것을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 연구소 직원, 언론, 시민단체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문재인 정부의 ‘신 북방정책’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줬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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