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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제언

기사승인 2017.05.17  1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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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IFES) ‘현안 진단’

지난 5월 9일 대통령 선거를 거쳐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대통령이 상당 기간 궐위된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산적해 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추진에 따른 안보 위협 증대와 10년 가까이 사실상 단절됐던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다. 이를 감안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장 산하에 있던 외교안보수석을 폐지하고, 국가안보실이 새 정부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되도록 청와대 조직을 개편했다. 조만간 새로운 대북정책하에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구체적인 실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고도화와 미·중간 패권 갈등 및 경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파고가 높아진 상황이다.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고도화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향후 상당한 기간 동안 미·중간의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과 평화를 이룩해 가는 데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현안인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 문제에 따른 한·중관계 경색 문제, 미국의 사드 비용 전가 문제, 한일간 위안부 합의 문제 등은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을 성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문제 해결을 위한 국면 조성이 긴요하다.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더욱 강화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지난 9년여에 걸쳐 대북 강경정책을 추진해 남북관계는 경색됐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가 더욱 심화됐고, 한반도 문제의 주인인 우리의 목소리를 찾을 수 없는 악순환이 이뤄졌다. 특히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것처럼, 우리의 운명이 걸린 북핵문제를 미중은 서로의 국익을 위한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직접 이해관계 당사자인 우리의 발언권이 바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확보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준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정상화를 주요 국정 목표로 삼아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 하고, 중국은 대화·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입장이다. 이러한 미·중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주인으로서 우리 입장과 이익이 미·중의 대한반도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해 우리가 주요 행위자로서 제 역할을 다 하며 미·중 등 주변국과 협력한다면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 국면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 및 주요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조속한 시일 내 정상회담 개최를 언급하고, 미·중·일·러 등 주변 4강에 특사를 파견하기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새 정부는 대북특사 파견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서도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압박·제재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동시에 고조된 한반도 긴장 수위 완화 및 문제 해결의 접점 마련을 위해 남북 양자간 및 다자간 대화·협력도 병행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중국과 함께 첨예하게 대립하던 미국과 북한을 중재해 북핵문제 해결의 로드맵으로 평가받는 「9.19 공동성명」을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공고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동시에 돈독한 남북관계를 기반으로 북한을 설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대북·외교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미중관계를 비롯하여 국제질서상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엇갈리며 사안에 따라 합종연횡하는 작금의 정세는 바로 우리의 생존과도 직결되어 있다. 사드배치문제는 이러한 우리의 처지를 웅변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최근의 변화는 미중이 북핵문제 해결에 과거와는 달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미중은 서로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지고 있으나, 무엇보다도 미국에 있어서 북핵문제의 우선순위가 크게 높아졌다. 북한의 핵개발수준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점도 있으나 미국으로서는 과거 중동전이나 이란핵협상 등과 같이 고도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현안이 당장은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북한문제 해결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한반도 문제의 해결이 국제공조를 떠나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감안할 때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신정부에게는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다른 하나는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한 국민적 합의에 기반해 대북정책을 수립·추진해야만 상대에 대한 힘과 신뢰가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북정책도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추진한 대북정책들을 타신지석으로 삼아 보다 진전된 실현가능한 방안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한 신뢰 회복 및 관계 개선을 위해 시급하게 이행해야 하는 사안이 무엇인지 또한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선별하여 속도조절을 하면서 차근차근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짧은 임기 중 너무 많이 하려 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윤대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윤대규 yoondk@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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