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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알 박기’, 국익 위한 것일까

기사승인 2017.03.08  16: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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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롯데가 국방부와 성주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로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한 이후, 한·중 간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중국의 보복이 노골화하고 있다. 거듭되는 중국의 반대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미 당국이 사드의 조기 배치 의지를 재천명하며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은 이미 시행되던 경고성 조치를 넘어 롯데에 대한 ‘보복’을 시작으로 전방위 경제 및 문화 보복에 나선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에 속도를 내자 중국은 자국 내 롯데마트 39개 점포에게 소방법 위반과 가격법 위반 등을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 중국 현지에서는 롯데와 한국 기업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보복 조치를 유감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중국이 사드배치를 왜 그토록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알 박기’ 하듯, 서둘러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이 과연 국가의 장래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현 정부는 사드 배치의 성급한 추진을 잠정 중단하고 차기 정부에 넘기는 것이 합당하고 현명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경제적 측면에서 당장 예상되는 커다란 손실은 물론, 앞으로 정치‧외교‧사회‧군사 등 여러 방면에서도 심대한 피해와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만일,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지난 25년 간 어렵게 축적해온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신뢰와 우호적 정서마저 크게 손상될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물론, 상호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경제 하에서 중국이 입을 손실 역시 작지는 않을 것이다.

첫째, 사드배치는 북한 핵 위협에 대처하는 방위적 조치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드배치는 동북아 안보지형과 세력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사건이다. 중국이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용인하면서, 한국을 묶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가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이며, 엑스밴드 레이더를 통해 자신을 근접거리에서 감시함으로써 유사 시 중국의 대응능력을 크게 훼손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이를 계기로 한국이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망(MD)에 편입되어 자신을 향해 칼날을 겨누게 될 것을 우려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사드배치는 어디까지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방위용이며 미국이 추진하는 MD 참여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누차 강조해왔다.

실제로 한국은 김대중 정부 이래 지역 MD 체계 편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3분 내외면 북한 미사일이 한국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MD의 효용성이 낮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미‧중 간 군사적 대립에 말려들 소지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의도가 한국을 미사일 방어망에 편입시키려는 것에 있음이 밝혀짐으로써 한국 정부의 주장이 무색하게 되고 말았다. 지난 2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미사일 방어체계(MD)를 강화하겠다”며 한국을 특정하여 MD 편입을 시사한 것이 그것이다. 따라서 중국에 있어 사드배치는 미·중 간 군사적 완충지대 역할을 자임해오던 한국이 미국 및 일본의 미사일 공동망의 참여를 통해 중국에 대항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파워게임에 한국이 해양세력의 편을 들어 중국에 맞서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지난달 말 롯데가 국방부와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한 이후, 중국의 보복이 노골화하고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

둘째, 성급한 사드 배치 추진은 자칫하면 군사적 자주권의 상실과 한반도의 발칸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만일, 중국의 양해 없이 사드 배치가 이루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 사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당장은 중국의 압력에 맞서 군사적 주권을 지켰다고 큰소리칠 수는 있다. 그러나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한국은 앞으로 북한 외에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군사력을 더욱 증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어쩔 수 없이 미국에게 안보를 더욱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미국은 당연히 한국의 부담 하에 사드의 추가배치를 요구할 것이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력을 견제할 목적으로 제주나 진해항에 줌왈트호 등 미 해군력의 배치 허용을 요구할 것이다. 이때 한국은 중국의 위협을 의식,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미동맹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추종하는 공격적 동맹으로 변질됨으로써 ‘한반도의 발칸화’라는 최악의 안보불안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셋째,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을 포함한 배치의 적합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은 국내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이 이루어졌다. 주무부처인 국방부마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로 사드 배치의 타당성만 강조했다. 의사결정 메커니즘의 허술함을 짐작하게 하고도 남는다. 정부는 물론, 국회 내에서라도 충분한 논의와 공론 과정을 거쳤더라면 사드 배치의 부적합에 따른 대안을 모색했을 것이다. 설사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더라도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이웃인 중국의 우려를 덜어주는 방안을 강구함은 물론, 설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넷째,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중국의 협력을 얻는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북핵문제 해결의 주요 당사자인 중국을 적대시한다면 앞으로 과연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까? 북한 핵은 기정사실화 되고 다시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향후 남북의 통일과정에서 중국은 한국의 통일을 지지하고 협력하는데 주저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이유는 차기 정부가 나서서 남북관계 복원을 포함한 큰 그림 속에서 사드 배치와 핵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정치적 도의라고 믿기 때문이다. 국내외적으로 사면초가에 처해있는 현 정부가 굳이 엄청난 희생을 무릅쓰고서라도 사드의 신속한 배치를 결행해야 할 만큼 절실하고 시급한 상황에 처해 있는 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만일 그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미국에 양해를 구하여 사드 배치 추진 문제를 차기 정부에 넘기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갓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것이 선거로 선출되는 민주주의 정부에서 오히려 당연한 도리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사)남북물류포럼에서 제공했습니다.(남북물류포럼 홈페이지 가기)

추원서 / 남북물류포럼 수석부회장

추원서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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