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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남북관계 전망

기사승인 2024.01.02  17: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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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는 태생적으로 국제관계와 맞물려 형성되어 왔다. 오늘날 남북관계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북한의 핵 문제 역시, 세계사적 전환기인 탈냉전 시대를 맞으면서 불거졌다. 현재의 제3차 위기 국면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있었던 국제사회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에 초래되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어 적대 관계 해소와 한반도 비핵화를 연동하는 ‘6.12 북미정상선언’이 발표됐지만 2019년 제2차 정상회담이 틀어지면서 북미관계는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대북정책은 노태우 정부 이후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의 ‘이어달리기’ 목표였던 한반도 평화 완성을 위한 노력이었다. 전쟁 없는 한반도를 위한 소극적 평화는 분단 비용을 최소화하는 적극적 평화로 발전해야 마땅하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북미관계를 중재했고 일정 정도 성과를 냈다. 아쉽게도 결실을 보지 못했지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을 재확인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끌어냈던 노태우 정부에 이어 한반도 평화 완성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기회였다.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후반으로 접어든 올해에도 국제 정세가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다양한 분야 조력을 무시할 수 없다. 2014년과 2022년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엔의 제재하에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은 과학·기술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협력하기 좋은 파트너 국가이다. 북러관계가 친밀해지면 북중관계 역시 더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예로부터 북한은 등거리 외교에 능하지 않았는가. 한 마디로 북한으로서는 양쪽 날개를 달게 되었다.

지난 한 해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한미 동맹을 뛰어넘어 한·미·일 군사협력에 가속도를 붙였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낮은 지지율로 3월 이후 퇴진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도 올 하반기 대선에서 승리가 불투명하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점쳐지고 있다. 윤 정부는 일본과 미국의 정권 교체 이후 달라질 대외정책에 다방면으로 대처해야 한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펼치고 있는 패권 유지 전략에 우리의 힘을 과도하게 싣고 있지는 않은지 검토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국제환경 변화가 예측되는 가운데 윤 정부는 여전히 하드 파워를 우선시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가짜 평화론으로 일축하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특히 대북 전단지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 제24조 관련 조항의 위헌 판결이나, 2018년 남북정상이 채택한 9.19 군사합의를 무력화한 조치는 남북관계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조마조마하다. 이러한 조치들이 우리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부정하는 신호가 되면 북한은 더더욱 남북관계를 외면할 것이고, 국제 사회 속에서 우리의 위치는 변방 중의 변방으로 밀리게 될 것이다.

2024년 남북관계에 있어서 가장 큰 우려는 북한의 핵 문제 해법을 놓고 국제사회 변수가 남북관계에 더 큰 난제를 던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우선 과거사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 사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양보를 거듭하며 복원하려 한 한일관계에 있어서, 기시다 수상은 실권(失權)하고 새로운 내각 수상이 우리에게 또 다른 영수증을 내미는 상황이 된다면 ‘말로 주고 되로 받는’ 격이 될 것이다. 이미 일본은 작년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렸던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납치자 문제를 공동성명에 포함시켰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그리고 북미관계에 더하여 북일관계 변수가 더해진다면 셈법은 그만큼 더욱 어렵게 된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어 바이든의 대외정책을 뒤집고(특히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 북한과는 직접 상대하려 한다면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은 명약관화(明若觀火)다. 한미동맹 강화를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최대 성과로 내세우는 윤 정부는 국내외 안팎으로 곤란한 처지가 될 것이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직접 당사자인 남과 북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과거와 같이 적대적 경쟁을 지속한다면 주변국들은 앞다투어 자국 이해 관철의 기회만 엿볼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에는 남북관계 본질과 역사를 성찰하고 또 성찰하여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 완성의 길을 새롭게 제시하길 바란다.

윤은주/ 북한학 박사, ㈜뉴코리아 대표

윤은주 ejwarrior@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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