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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희망은 ‘지켜보기’를 끝내는 데 있다

기사승인 2022.01.04  11: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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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재단 현안진단 제272호

내부 문제에 집중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

2022년에도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없이 당 중앙위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북한은 2021년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속개된 전원회의에서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관철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2022년에도 2021년과 별반 다름없이 내부 동원력 및 결속력 강화에 집중할 것임을 예고한다. 군사부문 및 대남, 대외관계에 대한 언급은 최소한에 그친 반면, 경제문제, 특히 농촌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전원회의 보도에서 읽을 수 있는 북한의 정세인식은 두 가지다. 첫째, 북한의 고립은 올해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팬데믹 상황은 오미크론 등장으로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비상 방역사업을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놓고 어떤 빈틈이나 허점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입장에서 방역을 위한 국경폐쇄는 불가피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한편, 미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무조건 대화 재개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남북관계는 3월 9일 남한의 대통령 선거 변수가 있다. 신정부가 들어서고 적어도 3개월 정도는 이에 대한 북한 자체의 검토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미·중 대결에 집중할 것이며, 2월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하여 미·중의 신경전은 심화될 것이다. 일본은 7월 참의원 선거 이전까지 기존의 강경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정세를 감안해서 2022년 한 해도 내부 결속을 통한 ‘버티기 전략’을 고수하기로 정한 듯하다. 먼저 움직일 수 있는 형국도 아니고, 또 먼저 움직인다고 해서 얻을 것도 없다는 계산이다.

둘째, 내부 자원, 특히 식량자원을 동원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다. 2021년 초 김정은 위원장은 5개년 경제개발계획 1차 년도 계획의 전면 수정을 지시했으며, 수정된 1차 년도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밝혔다. 경제 각 부문별 제시방향은 당적 지도, 정신력, 과학기술 등으로 자력을 키우자는 내용인데, 2021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1차 년도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장기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점을 곳곳에서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농업부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사회주의 농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당면 과업에 대하여”를 별도 의제로 설정하고 집중적으로 다뤘다. 단적으로 식량공급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북한 식량문제는 시장유통에 의존하는 사회 현상과 중앙집중에 머물고 있는 제도의 경직성 충돌로 발생한다. 한동안 부업농업을 중시하는 등 개별 생산력 향상에 집중했던 것에서 탈피하여, 이번에는 중앙집중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농업근로자’의 중요성과 책무를 강조하는 것은 협동적 소유의 협동농장을 전인민적 소유의 국영농장으로 개변함을 의미한다. 협동농장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농업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하는 점과 협동농장의 국가채무를 전면 탕감하기로 결정한 것 등이 이를 반증한다. 기관 단위로 식량을 조달하는 방식에서 중앙에서 협동농장의 생산물을 취합하여 일괄 공급하는 과거의 방식으로 회귀하려는 듯하다.

이렇듯 이번 북한의 전원회의 결과는 2021년의 방식을 지속할 것임을 예고한다. 다만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다루었겠지만 핵이나 미사일 문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던 점, 대남 및 대외 관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자제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불확실한 대외 환경에 맞춰 임기응변식의 대응을 해나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김정은 집권 10년 과정의 연장선에서 인식해야

현재 북한이 취하는 모습을 단순히 현 정세만 놓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사망 2주 후인 2011년 12월 30일 북한의 당 정치국 회의에서 북한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됐다. 2021년 12월 30일,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지 만 10년이 됐다. 2022년은 새로운 집권 10년의 첫 해가 되는 셈이다. 집권 초기, 갑작스러운 권력승계와 젊은 김정은의 미숙함, 그리고 핵개발 집중과 최고위층에 대한 무분별한 숙청 등의 폭력성 등으로 정권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도 김정은 정권은 지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권력은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10년을 세 시기로 나눠볼 수 있다. 제1기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로 권력 안정을 위한 내부 장악과 개편에 집중했다. 백두혈통만이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체제가 수립됐기 때문에 김정남이나 김평일의 존재는 갑작스럽게 최고 권력자로 추대된 김정은에게 상시적 위협일 수밖에 없었다. 장성택은 김정은을 후계자로 올리는 데 역할을 했지만 자신의 충복들을 군 권력의 핵심으로 앉히고 당 조직지도부를 장악하고 경제적 이권을 챙기며 섭정체제 강화를 도모했다. 김정은은 정치적으로 내부의 정적이 될 수 있는 장성택(2013.12.12.)과 김정남(2017.2.13.)을 제거하고 권력을 탄탄하게 장악한 것이다.

군사적으로 2017년 11월 29일 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5형 시험발사 직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2014년에는 기존의 ‘전략 로케트군’을 ‘미사일 전략군’으로 확장 개편하며 북한군을 핵과 미사일 중심으로 전환했다. 북한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감안할 때 보병 중심에서 전략무기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며 핵심은 핵무기 개발 및 이동수단의 현대화였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6년간 김정은은 대외관계를 완전히 단절한 채 북한군의 재편에 주력했던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가 2017년 12월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귀결된 것이다.

경제 측면에서는 2012년 4월 김정은이 첫 공개연설에서 “이제 인민이 더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도록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하고,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의 향상’을 자신의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2013년 5월에는 경제개발구법을 도입하고 각도에 1~2개의 경제개발구를 설치했다. 또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와 포전담당제를 공식 채택함으로써 시장의 기능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부분적인 개혁과 개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내부 준비를 추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6년 5월 7차 당대회에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공식 정책노선으로 채택하며, 1966년 10월에 채택했던 ‘국방·경제 병진노선’을 50년 만에 변경했지만, 연속된 핵과 미사일 개발로 인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며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사회주의 경제건설 노선으로 변경하며 경제회생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제2기인 2018년부터 2019년까지는 6년간의 내부정비 및 핵개발을 마무리하고 대외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보인 시기였다. 2018년 1월 1일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는 한편, 대남 및 대미 관계 개선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3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4차례 중국을 방문하여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대미관계 개선을 희망하며 같은 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자, 12월 31일 ‘미국과의 관계는 장기적일 수밖에 없으니,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를 한다’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대미관계 개선에 실패한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4월 시정연설에서 “미국과의 관계만 개선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착각했다”고 언급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개적으로 북한식 ‘자아비판’을 한 것이다. 이는 대미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적잖은 반발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 미키마우스 공연, 미국의 NBA 선수인 로드먼 초청 등 미국에 대한 구애사인을 지속적으로 보내는가 하면, 로드먼과의 만남에선 원로층들이 하지 말라는 것이 너무 많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내부개혁을 추진하면서 “대외환경 개선은 내가 책임질 것이니 나만 따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2019년 2월 중국을 거쳐 하노이로 가는 열차에 오르면서도 출발 열차 앞에 운집한 고위층들에게 같은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실패로 돌아왔기 때문에 면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누구도 김정은 위원장의 미숙함 때문이라고 지적할 수 없었지만, 미국과 남한에게 속았다는 스스로의 자괴감은 대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제3기는 2020년에서 현재까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폐쇄와 함께 새로운 길로 제시한 ‘자력갱생 버티기’를 지속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제2의 고난의 행군을 택했다’고 하며 북한주민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북한은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며, 미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조심스럽게 대외관계 개선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으나, 여전히 ‘자력갱생 버티기’ 기조에 변화 조짐은 없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2기로 돌아가야 한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2020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김정은 정권 3기의 모습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대외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내부 동원과 결속을 강화하는 데 더욱 주력하는 듯하다. 그런데 방법론에서 1970년대의 중앙집중식 동원경제로 회귀한다는 점이 문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경제는 물론 북한 주민들도 대외경제 관계 확대와 시장경제에 익숙해 있다. 비록 제도적 뒷받침 없이 자발적으로 원시적 시장경제 형태로 발전해 왔지만, 30여년에 걸쳐 북한경제는 큰 변화를 경험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2기의 모습은 북한경제의 실질적 변화를 구조적으로 견인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주민들은 일시적이나마 경제적 안정 가능성을 기대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대미관계 개선에 제동이 걸렸다고 곧바로 지금과 같이 대외적으로 비타협적이며 자력갱생을 고집할 경우 북한주민들의 희생과 불만은 심화될 뿐이다. 생존을 위한 북한주민들의 불만과 일탈을 1970년대 과거로의 회귀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악순환만 지속될 수밖에 없다.

대외 및 대남관계에서도 적대적 정책 철회라는 애매모호한 조건만 내세운 채,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오라는 식의 대응은 북한의 고립을 가중시킬 뿐이다. 2022년에는 팬데믹의 지속과 함께, 한국의 대선, 미국의 중간선거, 일본의 참의원 선거, 중국의 시진핑 주석 3연임 등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굵직한 일들이 연속된다. 북한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고 벼랑끝 전술을 쓰는 것이나, 문을 닫아걸고 안정만을 추구하는 것 모두 북한에는 독이 된다. 지금과 같은 국제정세의 빠른 변화 속에서는 ‘지켜보기’가 해답이 될 수 없다. 북한이 원하는 경제의 안정화나 인민생활의 향상은 ‘지켜보기’를 끝장내고 먼저 움직여야 이룰 수 있다. 2018년 초에 보였던 바와 같이 변화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회담 시점에서부터 조건 없는 회담 재개를 천명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좋은 기회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미관계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지만, 대화 단절 상태가 길어질수록 장기화는 더 길어지게 마련이다. 북·미간 관계개선을 적극적으로 중재한 남한을 배제하려는 의도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 남한은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한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종전선언은 북한이 대화테이블에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에 충분하다. 북한이 존재하지도 않는 체제위협이라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김정은 2기에 취했던 과감한 행동을 2022년에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평화재단 hyeonan@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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