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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체제선택인가 반공극복의 시험대인가?

기사승인 2020.03.26  15: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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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개신교 목사들의 설교가 다가오는 총선과 관련해 편파적이고 이념적인 내용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2월 12일 ‘말씀과 순명’ 기도회 설교에서 홍정길 목사는 이번 총선이 “체제를 선택해야 하는 선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집권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사회주의 체제나 전체주의 체제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많은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홍정길 목사님게 드리는 공개서신).

여기에 더해 김진홍 목사(동두천두레교회)는 3월 8일 주일 설교에서 “친중·친북하던 여당의 현역 국회의원들 63명은 다음 선거에 떨어뜨려야 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는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발언이다. 또한, 3월 15일 윤성진 목사(부산영락교회)는 코로나19 국면이 대환란의 전조라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나온 종교집회 금지 발언이 ‘바다에서 올라오는 짐승’이 하는 일이라거나, 정부가 주민번호를 제시해야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게 한 것이 ‘666의 가장 낮은 단계’라고 설교했다("마스크 5부제는 666의 가장 낮은 단계"라는 설교 등장). 선거 때마다 불거졌던 이념 공격 패턴에 더해 성경을 내세운 영적인 적대 프레임마저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에는 과거 운동권 출신 주체사상파(주사파)들이 권력 핵심에 자리 잡고 사회주의 정책을 펴고 있기에 이를 막지 못하면 나라가 위태롭다는 논리는 구속 수감 중인 전광훈 목사가 광화문집회에서 반복적으로 주장했던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권력 창출의 수단으로 이념을 도구화했던 잘못된 정치 관행의 잔재이다. 반공을 국시로 내세웠던 박정희 정권은 개신교를 반공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해방 직후 월남한 개신교인들에 의해 주도됐던 교계는 정권의 비호 속에서 군(軍)선교와 경찰선교 등에 앞장섰고 반공을 신앙적 사명으로 받아들였다. 국제사회가 탈냉전 시대로 진입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개신교인들의 세계관으로 자리 잡은 반공 이념은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는 물론 남북화합의 새 시대를 여는 길목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개신교 목사들의 우려와 달리 우리나라는 이미 북한이나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보다 월등히 발전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으로부터도 빈곤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꽃피운 대표적인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임하는 한국 정부의 민주적 통제방식을 보도하는 각국 언론의 호평을 통해서 재확인되고 있다(코로나 모범국 한국, 민주적이지만 동시에 규율 잡힌 사회). 헌법 제1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서 그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 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관한 규정이다. 지난 2017년 3월 대통령 탄핵과 5월 대선에서 보여 준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위상은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강국의 정치문화와 비교하면 단연 으뜸이다. 언론의 자유만 해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우리처럼 자유롭게 하는 나라가 또 있는가? 이미 우리의 민주정체는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편, 우리 헌법에는 복지국가의 원리도 반영되어 있다. 제31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사회 보장·사회 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하여 국가의 국민 생존권 보장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제119조에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구체적 역할도 제시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의 전 세계적인 현상인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재벌 위주의 경제 성장 정책은 더 이상 답이 못 된다. 재벌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만이 대안이다.

또한, 고용의 탄력성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 보장 시스템이 시급히 구축되어야 한다. AI 기술을 탑재한 4차 산업혁명 현실 속에서 노동조합의 기능은 한계를 보인다. 경기 흐름에 따라 기업이 탄력적으로 고용을 조절해야 함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 차원의 정책이 불가피하다. 이렇듯 국제 환경 변화에 온 국민이 단결해서 새로운 국가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시기에 정권 창출을 위한 이념 프레임을 또다시 들고 나온다면 정치권은 물론 한국교회 역시 새로운 시대에 ‘분깃’을 얻지 못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사회주의 정책을 펼치려 한다는 주장 속에는 토지공개념 예도 들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정권 심판론을 부추기는 구태의연한 이념 공격이다. 역사를 조금만 돌아봐도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공개념은 1977년 박정희 정권이 검토하기 시작했고, 1989년 노태우 정권이 ‘택지소유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을 제정하면서 실행되었다. 1994년 김영삼 정권 들어 택지초과소유 및 개발부담금을 낮추면서 토지공개념이 완화됐을 뿐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이인영 "총선 이후 토지공개념·동일임금 개헌 논의…종교·언론 등 패권 재편될 것")에서 총선 이후 ‘토지공개념’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사회주의 정책구상을 밝혔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정치 선동이다. 우리 헌법이 제시하는 경제민주화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데 필요하고 국가는 이를 위해 존재한다. 해묵은 이념 대결을 부추기는 선거보다 국민의 복지와 상생, 균형과 발전을 추구하는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선거가 되도록 해야 마땅하다. 이야말로 북한 체제에 대한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드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래통합당은 3월 26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바로 1987년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의 입안을 주도하며 토지공개념을 입안했던 인물이다. 미래통합당이 진정으로 김종인 위원장이 추구하는 바 토지공개념 정책을 내면화할 의도가 있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여야가 어느 때보다 정책연대를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일이 현실화된다면 미래통합당과 한 배를 탄 듯 보였던 한국교회는 닭 쫓던 개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황교안 대표와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겨누던 어설픈 이념 공격을 걷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어진 마음을 반공 이념의 공포심으로 다시 물들여선 안 된다.

한국교회는 정치권에서 휘두르는 빛바랜 반공 깃발에 더는 휘둘려선 안 된다. 성경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가르친다. 한국교회는 이번 4·15총선을 치르면서 한반도에 남북화합과 평화공존의 새날을 열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해야 한다. 오래 묵은 반공 이념을 십자가에 못 박고 원수갚는 일을 하나님께 위탁해야 한다. 복음에는 반공을 뛰어넘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능력이 포함된다. 남북한 무론 하고 잘못 사용하는 정치권력은 하나님께서 심판하신다. 우리 눈의 들보를 먼저 빼낸 후에 본원적 현실을 바라 볼 때이다. 한국 교회가 용서와 화해의 복음, 평화와 상생의 복음을 몸소 증명할 날을 소망한다. 이번 4·15총선은 정치권의 이념 공격 기술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윤은주/ 북한학 박사, (사)뉴코리아 대표

윤은주 ejwarri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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