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사랑의 불시착’ 같은 나의 로맨스 이야기

기사승인 2020.02.24  10:07:54

공유
default_news_ad2
ad43

- '사랑의 불시착'과 내가 경험한 북한(1)

이번 겨울은 단연 이것 때문에 춥지 않았던 듯하다. 그 열기는 아직도 식혀지지 않아 돌려보는 이들이 여기저기 있다는 후문! 원래 ‘사랑의 힘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아니, 단지 로맨스 이야기여서만은 아닌 것 같다. 대개 사람들은 불가능한 것이 가능하게 되었을 때의 ‘희열’을 알고 있다. 70년이라는 긴 세월, ‘분단’이라는 아픔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평생 체감하며 눈물로 살아온 이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무게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만날 수 없는 남녀가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 속에서 끄집어낸 다섯 가지의 주제를 하나씩 포켓에서 꺼내어 남북 ‘사랑의 완시착’으로 만들어 가볼까 한다! 오늘 그 첫 번째 이야기다.

‘남남북녀’ 당사자로 살고 있는 나는 남편과 함께 그 누구보다도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드라마를 즐겼고 드라마는 선물처럼 나의 생일날 종영되었다. 드라마 시간이 다가오면 남편과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두 손을 꼭 잡고 TV 앞에 마주앉곤 했다. 북에 있을 때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동네 TV 있는 집에 모여앉아 영화시간을 기다리던 옛 추억도 오버랩 되었다. 사실 이 드라마는 남과 북의 젊은 남녀가 ‘패러글라이딩의 불시착’이라는 매개를 통해, 만남의 장소가 될 수 없는 장소에서 만났을 때 이미 승부가 난 셈이다. ‘사랑의 큰 강줄기’를 타고 이 드라마에서 뻗어나가는 여러 갈래의 이야기는 그냥 픽션이나 상상으로 치부하기엔 현실적인 공감대가 많이 있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뺏었던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에필로그’의 내용이 아닐까 싶다.

 

남북 주민의 로맨스는 우연이 아닌 필연!

드라마의 주인공인 윤세리와 리정혁을 ‘북남남녀’, 또 다른 주인공인 서단과 구승준을 ‘남남북녀’로 표현해보자. 여기서 특징은 남한 출신의 남녀가 모두 북쪽으로 갔다는 점과 둘 다 상처와 아픔이 많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탈북하여 남한에 와 살고 있는 북향민(北鄕民)들이 많은 것을 생각할 때 이러한 역발상이 매력 포인트로 돋보인다. 한편 북한 출신인 리정혁과 서단은 북한에서 최고위층 집안의 자녀들이라는 점과, 때문에 외국유학 또는 외국여행이 용이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이 말은 실제로 북한의 일반인들은 죽을 때까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이다. 극 중 인간미와 정이 많은 것으로 나오는 리정혁과 서단, 사람 나름이겠지만 내 기억의 북한사람들은 ‘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드라마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등장하는 에필로그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주인공 윤세리와 리정혁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상기시키는 장면들이다. 서로가 모르던 과거에 이미 스위스에서 여러 번 스쳤던 사이로서 둘의 만남은 ‘운명적 만남’이었음을 암시한다. 모르는 사이에 ‘죽음의 위기’로부터 건져지는 필연적 만남! 그 인연이 분단의 경계선에서 만나지고 사랑을 싹 틔우고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거는 지경까지 가는 깊은 사랑의 로맨스! 그 사랑은 금기시 된 오랜 시간의 분단선을 의도적으로 통과하게도 한다!

'사랑의 불시착' 주인공인 리정혁과 윤세리 커플

여기서 잠깐! 왜 나는 ‘남북주민의 로맨스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고 했을까?! 나의 이야기다. 아마도 14세 때쯤이었던 것 같다. 북에서 태어나 남한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미제국주의자들의 구둣발에 신음하는 내 민족이 사는 곳’이었고 ‘김일성대원수님이 그런 남조선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배워왔다. 더 어렸을 때에는 남한에는 거지들이 많은 곳이고 사람 못살 곳이라고 배웠다. 또한 가끔 TV를 통해 보는 남한의 모습은 최루탄가스를 쏘며 시위하는 사람들을 때리는 군인들, 폭력이 가득한 싸움판이었다. 남한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전혀 없었고 나쁜 이미지만 짙게 남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야자타임’에 정전이 된 틈을 이용해 도란도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늘 정전만 되면 친구들이 내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성화였다. 지금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리도 재미있었나 보다. 그 날은 여학생들만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이야기의 주제가 ‘앞으로 어떤 남자에게 시집을 가고 싶은가?’였다. 즉 ‘배우자감’에 대한 내용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런데 그때도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기 시작한 때여서인지 저마다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신랑감을 얘기하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군관(장교)한테 간다, 당간부한테 간다, 교원한테 간다, 별의 별 직종이 다 나왔다. 한 바퀴를 돌아 마지막으로 내 순서가 되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는 ‘배우자상’이 없었다. 있었다면 오롯이 하나! 170㎝ 이상 되는 키 큰 남자였다. 13세에 멈춰버린 지금의 키 때문에 부모에게 늘 원망이 가득했지만 직업이나 외모에 대해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잔뜩 기대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친구들에게 나는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허황된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나는 통일되면 남조선남자한테 시집 갈거야!”

순간 웃음바다가 펼쳐졌다. 친구들은 “아이고, 아이고 배야... 그럼 너 꼬부랑할머니 될 때까지 그냥 혼자 살아라야!”하고 오랜 시간 배를 그러잡고 웃어댔다. 그런데 사실 더 놀란 것은 바로 나였다. 나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한 남자가 잘 생겼는지, 어떤지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더욱이 통일이 언제 될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2002년 4월 한국으로 오기 전 경유했던 태국에서 어느 날 10대 때 내가 했던 저 말을 기억해냈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렇다면 나의 남편은 어땠을까?! 나를 만나기 6개월 전인 2007년, 신앙고백을 하다가 그런 기도를 했다고 한다. “하나님! 내가 통일선교를 위해 부름 받았다면 북에서 온 자매랑 결혼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남편의 나이 만 25세 때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다음 해인 2008년 2월 우리는 100여명이 모인 ‘통일비전캠프’에서 만났다. 5박6일 우리는 한 공간에 있었고 남편은 학생으로, 나는 강사로 참석했었다. 남편은 나의 강의하는 모습을 보고 반했다고 고백했고 1년 반이라는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했다. 심지어 내 평생에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연상연하로 말이다. 전라도 광주 출신과 함북 김책 출신의 만남! 사랑의 불시착만큼 버라이어티 하지 않아도 이만하면 그에 버금가지 않는가?! 드라마의 내용과 결이 다른 것이 있다면 ‘출신성분’에 대한 것이리라! 드라마엔 남북의 상위 1~2%의 자녀들이 만난 이야기이지만 우린 아주 평범한 남북주민을 대표하는 일반인들의 만남 이야기이다.

남남북녀 커플인 김승근 목사와 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여하간 14세 경에 고백한 나의 고백과 만 25세에 고백한 한 남자의 고백대로 만날 수 있는 확률도 리정혁과 윤세리 못지않은 것은 분명하다. 이 이야기는 비단 우리 커플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더 많은 필연적 ‘남북남녀의 로맨스’이야기가 존재하고 또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다음 호에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기득권층’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보려고 한다.(계속)

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 ‘사랑의 불시착’처럼 전혀 이뤄질 것 같지 않았던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CBSTV ‘새롭게 하소서’ [현실판 사랑의 불시착] 김승근 목사와 박예영 이사장의 이야기를 시청해보시기를 권한다.

재방 2월 24일 (월) 오후 11시 10분

삼방 2월 26일 (수) 오후 02시 30분

사방 2월 28일 (금) 새벽 3시

박예영 ote2022@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d41
ad42
ad40
ad39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