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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과 ‘정시착’

기사승인 2020.03.23  10: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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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불시착'과 내가 경험한 북한(5)

사랑의 불시착(‘사불’) 드라마 소재를 가지고 북한의 현실을 좀 더 줌인해서 독자들과 소통할 목적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벌써 마지막 회 문어귀에 들어왔다. 연재 1회에서 나는 드라마와 다른 나의 ‘사랑의 정시착’ 스토리를 나눴다. 전라도 광주와 함북 김책시, 그야말로 남과 북 끝자락에서 태어난 두 사람이, 분단 70년의 장벽을 뛰어넘어 결혼에 골인한 이야기였다.

휴전선은 굳게 남북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조·중 접경지역은 수많은 북녘의 누이와 엄마들의 목숨 건 탈출을 막지 못했다. 생존을 위해, 가족을 살리기 위해 등 떠밀리듯이 낯선 땅 중국으로 갔고 그곳에서 외로이 정착해야 했다. 하지만 그곳 역시 언제 잡힐지 모르는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아야 했던 또 다른 감옥이었다. 때문에 우리를 국민으로 받아주는 대한민국을 향한 또 다른 목숨 건 탈출을 해야 했고 그 행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북송을 경험해본 일인으로서 감옥생활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북한의 미래였다. 열악한 교통과 경제상황,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살아가는 북한주민들…. 결국 재탈출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고 이미 고향을 떠날 때의 계획은 대한민국으로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여정도 험난하여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세 번째 만에 태국행에 성공했다. 이후 무사히 한국에 와서 지금 같이 드라마틱한 ‘남남북녀, 통일가정’의 모델로 살고 있다.

 

‘언어소통’은 ‘사랑의 정시착’의 필수요소!

마지막 연재에서 꼭 다루고 싶은 내용은 ‘사불’ 드라마 흥행요소의 백미인 언어에 대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북향민들이 평한 것이지만 북한을 배경으로 나온 이전의 드라마나 영화들을 보면 배우들의 북한 말 대사가 매우 어색하고 북한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는 북한사람 역할로 등장하는 배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북한말 가까운 수준의 억양과 사투리를 구사했다. 작가의 북한에 대한 많은 연구와 북향민들에게 구한 조언들, 북향민 출신의 보조작가가 함께 한 것이 빛을 본 것 같다. 또한 드라마 전체적으로 볼 때 북한 장마당이나 마을, 의상 등 북한 재연 싱크로율이 높았다고 평할 수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한국의 서울과 지방(경상도&전라도) 사투리, 억양이 다른 것처럼 북한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불’ 드라마에 등장한 언어는 대부분 북에서 말하는 ‘앞쪽 지역’(함경도, 량강도 외 지역)의 억양과 말투였다. 함경남·북도와 량강도 지역의 억양, 사투리는 중국 길림성의 연변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나는 통일을 생각할 때 결단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의 1순위가 ‘언어’문제라고 본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북향민들이 한국에 와서 어려움을 겪는 것 중의 하나가 ‘언어와 문화’의 차이다. 한민족이지만 70년 분단의 격차만큼이나 많이 달라져 있다. 한국은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는 반면 북한은 오랜 시간 ‘순수 우리말’을 고수해왔다. 물론 지금의 북한사회도 ‘한류’를 접하는 사람들에 따라 조금씩 외래어를 쓰고는 있지만 문화와 함께 파생되어지는 언어의 확장력은 빠르게 큰 갭을 만들고 있다. 때문에 통일을 준비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이들일수록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언어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랑의 불시착’과 ‘사랑의 정시착’

‘사불’ 드라마는 제목대로 ‘불시착’으로 끝을 맺었다. 리정혁과 윤세리의 간절한 만남이 스위스에서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니 ‘불시착’이 맞는 말이다.

드라마가 절정에 오르던 중간 즈음 리정혁이 윤세리를 잡으러 간 조철강을 쫓아 남조선으로 내려가는 곳에서부터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과연 이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미 드라마 제목에 명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윤세리와 리정혁이 다시 만나는 정도의 ‘해피엔딩’을 기대하지 않았다. 애시 당초 이 드라마는 1회부터 말이 안 되는 드라마였다. 때문에 결말도 과감하게 말이 안 되는 상상력을 펼쳤어야 했다. 패러글라이딩으로 휴전선에 불시착한 첫 회의 다이내믹한 대범함은 결말로 갈수록 현재의 분단을 조명하는 소심함으로 좁혀졌다. 포로 교환을 하는 남북경계 선에서의 리정혁과 윤세리의 눈물겨운 상봉은 이들의 사랑이 결코 ‘정시착’이 될 수 없는 분단국가의 아픔을 직면하게 했다.

그렇게 내 안에서 드높이 일렁거리던 파도는 결국 스위스에서 멈춰버리고 말았다. 스위스?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립국이라 하더라도 그곳에서 만나 사랑을 꽃피운다? 과거에 둘이 스위스에서 스친 인연이었다는 설정을 했어도 너무 아쉬웠다. 연재 2탄에서 얘기했듯이 리정혁과 윤세리는 남북 상위 1%의 인물들이었다. 때문에 스위스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지만 또한 평양에서도 재회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했어야 했다. ‘불시착’ 시나리오는 결혼식이 아닌 ‘약혼식’ 정도로 만들어도 되지 않았을까?! 머나먼 스위스가 아닌 가까운 한반도 안에서 만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결국 평양이나 금강산에서 만나는 시나리오는 내 머릿속에 그려진 ‘나만의 것’으로 막을 내렸다. 내게는 남북의 재회가 그만큼이나 절실했다. 통일될 한반도의 미래, 또는 자유로워질 남북의 왕래를 생각하며 그려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여하간 ‘사불’드라마의 두 주인공 ‘남남북녀, 북남남녀’ 커플 모두 ‘사랑의 불시착’으로 엔딩의 막을 내렸다.

사랑의 불시착 마지막 장면. 스위스에 '정시착'하며 두 주인공이 포옹하고 있다. tvN 화면 캡처.

잘 아는 지인 한분이 ‘사불’ 드라마 소재로 연재를 쓰고 있는 내게 농담으로 “본인은 정시착 했으면서 왜 계속 ‘불시착’ 얘기”냐고 찔러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땅의 수많은 커플들의 ‘사랑의 정시착 스토리’를 위하여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땅에 더 많은 ‘북남남녀, 남남북녀’들의 ‘사랑의 정시착’을 위해 코로나19의 사태가 진정된 다음 실제적인 일들을 진행해야겠다는 다짐이다. 내가 일하는 통일코리아협동조합에서 말이다. 기대하셔도 좋다.

그간 부족한 연재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통일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소재의 또 다른 글로 찾아뵈려고 한다. 또한 글만이 아니라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들을 준비해서 ‘박예영의 통찰력있는 통일이야기’(박통통TV)로 4월부터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을 만나기를 기대한다.(끝)

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박예영 ote2022@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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