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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시, 부동산 개발 양상 띠기 시작”

기사승인 2019.06.20  17: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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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국제학술회의 개최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정산홀에서 ‘북한의 도시 : 변화와 교류’ 주제로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됐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관세)와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한국사무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학술회의는 북한의 도시를 통해 북한 사회의 변화와 향후 남북 교류의 지점을 살펴보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정산홀에서 ‘북한의 도시 : 변화와 교류’ 주제로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됐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관세)와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한국사무소가 공동 주최했다. ©유코리아뉴스

이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한 사회를 이해하는데 있어 도시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서, “그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시스템이 고스란히 투영된 것이 바로 도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북한의 도시에 대한 연구는 향후 지자체 교류를 포함한 남북교류의 깊이를 더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크리스찬 탁스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 한국사무소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북한은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만 아니라 도회지의 특색 자체가 바뀌는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이러한 북한의 도시 변화가 북한과의 교류에 어떤 기회를 제공할지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 논의하고자 국제학술회의를 마련했다”며,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임동우 홍익대 건축대학원 조교수는 ‘김정은 체제 하의 사회주의 도시계획 : 평양’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사회주의 계획 도시로서의 평양을 분석했다. 임 교수는 “북한은 1953년, 전쟁으로 폐허가 된 평양을 이상적인 사회주의 도시로 건설하고자 ‘마이크로 디스트릭트(micro district)’ 개념을 적용한 마스터플랜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 디스트릭트는 1930년대 러시아에서 개발해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 수출한 사회주의 도시 설계 방식으로, 주거공간과 편의시설, 산업단지, 교통시설이 하나의 조합을 이뤄 도시 곳곳에 균등하게 분포하는 것이 특징이다. 

임 교수는 “이후 김정일 시대에는 평양 외곽에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아파트와 같은 고층 건물을 건설하기 시작했으며, 김정은 체제 들어서선 (도심의) 기존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재개발 형태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익히 알려진 창천거리, 미래과학자거리, 여명거리 등도 이러한 재개발 결과물이라고도 덧붙였다. 임 교수는 또 “최근 들어 빈 공간을 상업시설 등으로 채우면서 도시 공간의 밀집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부동산 개발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도심 한복판에 빈 광장을 두는) 사회주의 도시 계획이 아닌 자본주의적 관점의 부동산 개발 방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 

정은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도시개발과 북한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살폈다. 먼저 북한의 자본가를 의미하는 ‘돈주’에 대해 분석한 정 연구위원은 “1959년 본국으로 돌아온 재일조선인들이 돈주의 뿌리이며, 80년대엔 화교, 90년대엔 무역업자, 2000년대엔 물주, 최근 들어선 제조업자로 이어졌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돈주들은 2012년 이후부터 공장 기업소 건물을 빌리거나 사서 직접 제품을 생산하며 이윤을 남기고 있다고. 이들이 생산하는 품목은 주로 시장 수요가 높은 시멘트, 화장품, 식품 등으로 파악된다. 정 연구위원은 “돈주들이 선호하는 공장 입지가 나타나면서, 주택 등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던 부동산 거래가 점차 산업 단위로 확대될 가능성과 공장 건물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 심화될 가능성 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국제학술회의에선 북한의 도시를 연구하고 직간접적으로 교류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함께 북한의 도시 변화를 살피고, 향후 교류 방안에 대해 모색했다. ©유코리아뉴스

황두진 한국건축가협회 남북교류위원회 위원장은 역사도시이자 최초로 남북이 합의하여 공단을 조성한 지역인 개성에 주목했다. 황 위원장은 “개성공단(정식명칭은 ‘개성공업지구’)은 단순한 공업단지가 아닌 새로운 도시를 만들려는 계획이었다”면서, “이 사업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신개성’”이라고 밝혔다. 공업지구 관점이 아닌 신도시 개발 관점으로 보는 게 적절했다는 것. 2000년 6.15합의로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개성공단은 남측의 자본·기술과 북측의 노동력이 결합된 경제협력 모델로, 총 3단계 개발계획을 가졌으나 2016년 폐쇄되면서 1단계(노동자 5만 5천 명 고용)에 그치고 말았다. 처음 계획했던 50만 명의 남북한 노동자 유입은 지금의 세종시보다 규모가 큰 도시 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황 위원장은 “향후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도시적 관점으로 개성을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먼 카커렐 고려관광 대표는 “북한 관광은 세계 어느 곳보다 세심하게 통제되며 많은 제한을 받지만, 도시에선 현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고 했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나, 국경일, 마라톤대회, 무역박람회 등이 열리는 날엔 가이드와 함께 관광하면서 북한 주민들과 만나거나 대화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이것은 제한적이고 순간적인 기회”라고도 덧붙였다. 카커렐 대표는 “북한측에 관광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면 관심을 보이는 편인 만큼, 앞으로는 새로운 기회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면서, “이러한 교류를 통해 외국인을 좋지 않게 보는 북한 주민들의 인식을 바꿔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고려관광은 베이징에 본사를 둔 영국계 북한 여행사이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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