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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반도체제, 실질적 통합과정 VS 허공의 거대담론?

기사승인 2019.04.23  0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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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화협 2019 통일정책포럼에서 토론

“신한반도체제는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 통합과정이다” vs “신한반도체제는 허공에 떠 있는 거대담론이다.”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화협 2019 통일정책포럼’에선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100년의 길로 제시한 신한반도체제(문재인 대통령 3.1절 100주년 기념사 전문)를 두고 이처럼 상반된 해석이 나왔다. 그만큼 신한반도체제의 갈 길이 아직은 멀다는 의미일 터. ‘남북 상생을 위한 신한반도 체제’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과 민화협 회원, 시민 다수가 참석한 가운데, 특별히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남북경제협력특위 소속)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축사를 통해 “모두를 아우르며 협력해 나가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민화협 2019 통일정책포럼’이 2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한완상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민화협

이날 발제를 맡은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신(新)한반도체제’를 설명하기에 앞서 구(舊)한반도체제는 우리가 선택한 질서가 아니었다는 점을 밝혔다. “구(舊)한반도체제는 구한말 열강 침탈과 일제 강점, 전쟁과 분단 그리고 냉전이라는 오랜 기간 한반도가 타자에 의해 경험하고 강요당한 고난의 산물이자 집합체”라는 것. 김 교수는 “그렇기에 새롭게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시기에는 우리 스스로 운명의 결정권을 쥐는 것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남북이 함께 중심이 되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고 동북아 안정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미·일 3자 동맹 구도에 갇혀 있던 냉전 시대의 외교 안보 틀에서 탈피해 동북아 다자주의를 추구해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이른바 ‘지전략적(Geostrategy)’ 국가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것. “기존의 전통적 안보 중심의 국가주의를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 지역 차원의 공존 전략을 의미하는 지전략 속에서 남북은 해양과 대륙의 접속(Node) 국가의 역할을 수행해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접속 국가는 단순히 통과시키고 연결하는 공간으로서의 가교(Bridge) 국가와 달리, 정보, 교통, 물류, 에너지, 환경 등의 분야별 네트워크를 가지면서 중층적 구조와 확장성을 발휘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아울러 김 교수는 “동북아 다자간 안보 협력, 경제공동체 형성 등을 통해 동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려면 ‘혁신적 포용국가’가 필요하며, 한반도가 이러한 혁신적 포용국가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문화”라고도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신한반도체제가 담고 있는 평화경제공동체 형성은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 통합과정”이라고 하면서, “과거 어느때보다 평화경제를 추진할 여건이 성숙돼 있다”고 밝혔다.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통해 우발적 군사 충돌 방지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등을 약속함으로서 평화경제의 여건이 상당 부분 조성됐다는 의미. 임 교수는 “앞으로는 경제협력을 통해 공동이익 창출함으로서 국민들 각자가 체감할 수 있는 평화 효과의 가시화에 주력해야 한다”며, 그 방법으로서 민간 주도 남북경협 추진을 강조했다. 평화경제를 선도할 사업으로는 관광사업, 철도연결과 현대화, 개성공단 세 가지를 꼽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한반도체제로 가기 위한 ‘코리아 톨레랑스’를 강조했다. “우리 안의 포용 능력을 키우지 않고 남북이 서로 포용하기란 요원하며, 한·중·일 간에도 지금과 같은 적대적 관계 유지하고선 동북아 평화 번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비전인 포용 국가 역시 복지의 문제라기보단 관용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적 톨레랑스 만드는 것도 피비린내가 날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시민사회부터 관용을 키우고, 한중일의 평화 공동체 형성을 위해 노력해가자”라고 말했다 

‘남북 상생을 위한 신한반도 체제’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선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발제를 맡았으며,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사진제공. 민화협

토론자로 나선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평화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아직은 북미 관계가 풀리지 않은 만큼, 긴 호흡으로 인내하면서 상황을 관리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신한반도체제에 있어) 평화와 경제가 중요한 이슈지만, 그것을 감싸는 외연은 문화”라고 강조하면서, “평화경제뿐만 아니라 평화문화, 문화경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전체 담론이 추상적으로 흘러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화협을 향해 “청년, 정치인들이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등 우리 내부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일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 정부의 신한반도체제가 선언에 그칠 뿐, 현실성과 구체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거대담론을 던지면, 전문가나 국책기관이 그 내용을 채우려고 시도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식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이런 방식은 분단을 해체해갈 주체인 시민들이 공감하고 힘을 보태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반도체제 구상의 내용에 포함된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 역시 과거 대만이 경제 위기 상황에서 동남아시아를 선점하겠다는 대남전략을 얘기한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며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반면 임을출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치밀하게  준비해놓고 있는 상황임에도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아 초기 단계만을 얘기하고 있는 상태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임 교수는 또 “지금은 대북제재 등으로 불가피하게 민간은 제외된 채 당국이 주도해서 담론을 만들고 있지만, 결국 민간이 사회문화 교류나 경협이 활발히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며, “민화협이 하루빨리 대북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민간교류 활성화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2019 민화협 통일정책포럼에서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화협 제공

한편, 신한반도체제는 지난 3월 1일 3 ・ 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맞이 기념행사에서 처음 언급됐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신한반도체제’는 우리가 주도하는 100년의 질서”로 “대립과 갈등을 끝낸 새로운 평화협력공동체”이자, “이념과 진영의 시대를 끝낸 새로운 경제협력공동체”라고 밝혔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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