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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전쟁을? 지금 당장 평화협정을!”

기사승인 2017.07.28  08: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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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개 여성·평화·시민단체, 정전 64주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

“문재인 대통령께서 좀 더 용기를 내셔야 합니다. 이 땅이 패권국가에 의해 또 다시 전쟁터가 되지 않도록,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문 대통령께서 용기를 가지고 하실 수 있도록 우리가 용기를 실어줘야 합니다.”

김성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장의 말이다. 정전협정 64주년인 27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정전협정 64주년! 우리 여성들은 평화협정을 원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94개 여성·시민·평화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기를 바라면서 조속한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정전협정 64주년인 27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정전협정 64주년! 우리 여성들은 평화협정을 원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성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문 대통령도 지난 6일(현지 시간) 이른바 ‘신 베를린 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면서 “북핵문제와 평화체제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단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 : 우리 여성들은 평화협정을 원합니다’에서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과 그 결과로 빚어진 냉전의식은 사회 전반에 깊은 상흔을 남기며 많은 희생자와 희생양을 양산해 왔다”면서 “분단과 전쟁은 여성들을 특수위안대로 그리고 미군기지촌여성으로 내몰았으며, 전쟁미망인,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낳았고 이들은 결핍과 공포, 폭력으로 점철된 피폐한 삶을 살아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제는 전 한반도 사람들이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해 평화와 정의의 행진을 시작하려 한다. 만일 우리가 냉전체제의 비극과 적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다시금 한반도와 동북아를 전쟁으로 내몰 것”이라며 문 대통령을 향해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적극 나서줄 것, 이를 위해 북한과 조건없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 △남북한의 모든 민간인 교류와 협력사업을 전면 허용할 것 △한반도문제해결을 위한 협상단에 여성 참여 50%를 보장할 것 △과도한 국방예산을 여성, 청년, 노약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비로 전환할 것 △해외 평화민주 활동가들의 입국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할 것

기자회견장엔 한국계 미국인인 크리스틴안 WomenCrossDMZ 기획실행위원, 앤 라이트 전 미국 육군 대령, 스웨덴 국적의 에릭슨 포티어 전 북한주재 국제기구 총책임자 등 해외 여성 평화운동가들도 함께했다. 특히 크리스틴안은 WomenCrossDMZ를 추진했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에서 2년 동안 입국금지를 당했다가 이번에 입국금지조치가 해제돼 자리하게 됐다.

정전협정 64주년인 27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정전협정 64주년! 우리 여성들은 평화협정을 원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평화협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크리스틴안은 “이번에 입국금지 조치를 풀어준 문 대통령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2년 만에 어머니 무덤을 찾아뵐 수 있었다”면서 “저에 대한 입국금지조치가 해제된 건 이제 문재인 정부 들어서 ‘모든 게 바뀌었다’는 상징과도 같다. 입국금지조치 해제는 문 정부가 평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더 많은 평화활동가들에 대한 입국금지조치를 전면 해제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녀는 또 “한국전쟁 때 유엔연합사를 대신해서 미국이 정전협정에 서명했는데 미국, 중국, 북한 등 당시 서명당사자가 이젠 이것을 평화협정으로 바꿔내야 한다. 이건 정부 주도로 될 수밖에 없지만 모든 시민들, 개개인의 참여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동시에 이 모든 과정에 여성참여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여성 참여 보장은) 이미 유엔결의에 들어 있다. 지난 30년 동안 해온 연구사례가 있다. 전세계 분쟁 해결과 평화를 구축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여성이 참여했을 때 평화협정이나 평화구축이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그 평화구축은 더 지속가능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앤 라이트는 육군 대령으로 예편해 외교관 활동을 하다가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는 걸 보고 항의해 외교관을 내려놨다. 라이트는 한반도 정전협정 내용을 언급하며 “정전협정 체결일로부터 90일 이내에 모든 외국군은 떠나고 정치협상을 시작하게 되어 있다”며 “그러나 그때로부터 90일이 아닌 64년이 지난 지금도 주한미군 주둔은 계속되고 평화협정은 시작도 안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평화협정을 반대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군수산업으로 벌어들이는 이익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육군 대령 출신의 평화운동가인 앤 라이트가 최근 미국 전직 고위 관료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북한과의 조속한 평화협상" 움직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라이트는 또 “지금 미국에서는 전직 고위 관료들이 ‘이제 북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을 점점 더 많이 내고 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라이트에 따르면 최근 4개월 동안 미국 군 고위 장성 30여명이 ‘미국이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는 서신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또 열흘 전엔 과거 대북 협상에 참여했던 고위관계자 6명이 ‘트럼프 정부가 즉각 북한과 협상하라’는 서신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전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 빌 리차드슨, 로버트 갈루치를 비롯해 샘 넌 공화당 상원의원, 조지 슐츠 전 장관, 밥 게이츠 전 장관 등도 트럼프 정부가 즉각적으로 북한과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북한의 ICBM 시험 발사와 이에 대한 국제 제재 강화로 한반도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미국 발 대화·협상’ 목소리가 잦아진 이유와 관련, 라이트는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는 건 전세계 누구에게나 굉장히 위협적인 상황”이라며 “하지만 10년이 훌쩍 넘는 부시, 오바마 정부 동안 북한과의 실질적 대화가 없었다. 그동안 북한은 계속해서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 발사를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민은 ‘더 이상 전략적 인내는 안돼. 이젠 대화를 해야 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트는 “여론조사 결과 미국 국민들 60% 이상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나서서 북한과 평화협상에 나서기를 원하고 있다”며 “지금 국제대표단 일원으로 미국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와 있는데 이 행사 마치고 미국 가면 다시 트럼프 정부에게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참여하라고 계속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에릭슨 포티어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을 바꾸는 움직임과 함께 새 정부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이유로 금지하거나 막지 않기를 바란다”며 “인도주의적 지원은 유엔이나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이뤄지지만 남북 시민들의 힘으로도 이뤄진다. 이런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이유로 막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모니터링에 남북 여성들의 참여를 허락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반도 평화를 호소하는 국내 여성들의 목소리도 절절했다.

장미란 한국YWCA연합회 평화통일위원장은 “아무리 한반도 상황이 나빠도 평화를 이루겠다는 여성들의 뜨거운 열망과 순진한 꿈이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했다”며 “그 꿈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안김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대표는 “(정전 64주년을 대하는 마음이) 진짜 착잡하다. 지금도 ‘전쟁 유령’이 한반도에 배회하고 있다. 더 이상 평화협정 촉구 이런 기자회견 하지 말고 ‘통일되었습니다’라는 기자회견을 내년에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미국 압력으로 남북 대화가 너무 힘들다고 하지만 여성들은 꾸준히 앞장 서서 걸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을 대표해 윤은주 평화통일연대 사무총장(오른쪽), 크리스틴안 WomenCrossDMZ 기획실행위원(왼쪽)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최진미 615여성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지금은 문 대통령이 평화협상을 시작할 때다. 당장 8월에 한미연합군사훈련부터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문 대통령이 잘하고 싶어도 이명박-박근혜 정부하의 통일부 관료들이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촛불혁명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통일부가 아직도 제대로 된 마인드로 바뀌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최근 ‘온 겨레에 보내는 호소문’과 관련해 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운운하며 과태료 처분을 하려는 조치를 언급한 것이다.

이정아 경기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북한의 노골적인 핵개발 실험과 이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조치로 지금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전쟁위험 수위가 높아져 있다”며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우리 시민단체와 정부가 모아나가야 할 때다. 그 적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WomenCrossDMZ 측은 오는 가을 한반도와 주변국 여성들이 참여하는 평화 컨퍼런스를 추진 중이다. 또한 매년 5월 24일을 전후해 해왔던 DMZ 걷기 행사를 내년에는 남한에서 북한으로 건너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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