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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구원투수 자처해 온 교계

기사승인 2016.12.29  11: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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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7일 오후 김장환·김삼환 목사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등 성도들에게 오해받을 사이비 종교 관련 소문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11월 4일 2차 대국민담화에서 “심지어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김삼환 목사는 “사람을 많이 만나서 소통하고 화해와 관용을 추구하시길 바란다. 나라를 살리는 일은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기도 외에는 없다”고 대통령을 격려했다. 박 대통령을 위해 기도도 하고 “죽으면 산다”며 자신을 내려놓으라는 취지의 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김삼환 목사는 청와대 방문 하루 전날인 6일 명성교회 주일예배 설교에서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면서 “노무현 대통령 때도 사람들이 다 배반할 때 우리 교회 성가대가 가서 장례를 치를 때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또한 “요즘 나는 전두환 대통령도 도와준다. 내가 제일 싫어하던 분이다. 그런데 (전두환 전 대통령을) 다 떠나갔다. 한 인간도 없다. 예수님같이 모두 다 버릴 때 가까이 가는 게 주의 종의 역할”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11월 7일 청와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김장환 김삼환 목사가 박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김장환·김삼환 목사가 박 대통령을 만난 직후 ‘나라사랑 엑스플로 2017’이라는 이름의 기도회 개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사랑의교회, 극동방송 등이 참여해 새해 1월 4일 사랑의교회에서 열기로 했고, 모두 다섯 차례나 개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사모 회장이 김장환 목사를 만난 사실도 밝혀졌다. 모양새가 누가 봐도 박 대통령을 위한 기도회로 오해받을 소지가 충분했다. 결국 논란 끝에 ‘나라사랑 엑스플로 2017’ 기도회는 취소됐고, 다만 사랑의교회가 단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정종훈 교수 “범법자 처벌받을 때 정의가 서는 것”

이런 논란에 대해 정종훈 연세대 교수(연세의료원 원목실장 겸 교목실장)가 <국민일보>를 통해 일침을 가했다. 정 교수는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제목의 특별기고에서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씀은 범법자를 용서하라는 뜻이 아니다”며 “여기에서 교훈은 죄를 범한 누구라도 영원한 죄인으로 낙인찍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철저히 회개하고 새로운 피조물로 나아갈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며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범법자는 모두 재판을 통해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정의가 서고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혹시라도 한국교회가 박 대통령과 관련해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공개적으로 운운한다면, 한국교회는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반국가적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그리되면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의 촛불은 이제 한국교회를 향해서 활활 타오르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지금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심각하게 살펴야 할 때”라며 “불법이 정의의 단죄를 받을 때, 그곳이 바로 빛의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범법·불법은 분명한 단죄를 통해 회개로 나아가야 하고, 그것이 세상을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이고, 죄인을 회개케 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목회자들이 범법·불법 자체를 옹호하고 물타기하는 것은 하나님의 방법을 가로막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쇠락을 더욱 자초하고 말 거라는 경고다.

이번 탄핵 정국 속에서 기독교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예수를 영접했다” “지난 날을 회개했고 기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지난 11월 7일 청와대 방문 외에 김장환 목사 등이 별도로 청와대를 찾아가 박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은 얘기를 전해들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기도회나 이에 대한 비판은 모두 이 같은 움직임에서 나온 것이다. 과연 박 대통령은 예수님을 영접했을까.

‘박근혜 예수 영접’은 과거가 있다

물론 그건 알 수가 없다. 다만 박 대통령의 예수님 영접 내지는 기독교 회심 얘기는 이번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2007년 4월, 그러니까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다. 교계에서는 평양대부흥 100주년 행사가 서울을 비롯한 지역에서 한창 이어지고 있었다. 교계의 표심은 비기독교인인 박근혜보다 교회 장로인 이명박에게 확실히 기울어 있었다. 그런데 부천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2007년 4월 21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 부천시 기념대회에 이명박이 아닌 박근혜가 참석한 것이다. 그때 대회장인 홍재철 목사(현 부천 경서교회 원로)는 박근혜를 이렇게 소개했다. “박근혜 (전)대표는 귀한 분을 통해 하나님께 인도함 받아 기독교에 귀의하였다.”

그러자 수천 명이 모인 부천실내체육관에서는 “우와~”하는 함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홍 목사는 그러면서 “영국의 대처 수상보다 더 위대한 분이다. 어머니는 공산군의 총탄에, 아버지는 배신자의 총탄에 잃고 눈물어린 세월을 보냈다”며 “고독과 외로움과 싸우면서 슬픔과 절망에도 쓰러지지 않았다”고 박근혜를 소개했다. 박정희 대통령 암살 직후 박근혜는 장신대에 입학했고, 당시 이종성 장신대 학장을 만나 기독교에 귀의했다는 게 홍 목사의 설명이었다.

2007년 4월 21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 부천시 기념대회에 참석한 박근혜. 왼쪽이 홍재철 목사다. ⓒ뉴스파워 제공

대회가 끝나고 행사장을 떠나려는 박 후보에게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필자가 다가가 물었다. “장신대에 입학한 사실이 있는가?” 그때 박 후보는 걸음을 멈추고 이렇게 대답했었다. “사실이다. 기록에 있다.”

필자는 이종성 박사(지금은 고인이 되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박사는 “장신대 기독교교육대학원 한 학기를 다닌 적이 있다”고 확인해 주었다. 이 박사는 “박 전 대통령 서거 2년 후로 기억한다”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입학) 의사를 타진해 왔고, 박 전 대표의 종교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근혜가 예수님을 영접하고 기독교인이 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박근혜 입장에서는 선거 국면에서 한 목회자가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소개하는 것을 굳이 ‘아니다’고 부인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조찬기도회 회장으로 박 후보를 지지했던 이경재 의원(교회 장로이기도 하다)은 홍 목사의 ‘기독교 귀의’ 언급과 관련 필자에게 “(박 후보가) 하나님을 믿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독교에 귀의했다는 말은 오늘 처음 듣는다”며 “지난 주말 인천의 목회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박 전 대표가) 목사님처럼 하나님 말씀에 대해 많이 알더라”고 했었다. 이 의원은 “‘귀의’라는 표현은 불교 용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옆에서 이 의원의 말을 듣고 있던 같은 당 허태열 의원(박근혜 대통령 취임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역임)은 “박 전 대표는 기독교인은 아니다”며 “영세 받은 적은 있지만 기독교인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한나라당 이정현 공보부대표도 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가톨릭 학교를 나왔다”며 “따라서 영세는 받았을지 몰라도 기독교인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면 박근혜는 위기를 당할 때마다 기독교가 ‘구원 투수’ 역할을 해온 셈이다. 물론 최태민은 기독교가 아닌 사이비니까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최대의 위기에 직면한 박근혜는 지금 기독교에 확실히 귀의했을까.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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