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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청와대에서 굿이 없었을까?

기사승인 2016.11.04  16: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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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관련 4일 대국민담화에서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씨에 대해서는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 받았고 왕래하게 됐다”면서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제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던 것이 사실이다.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사이비 교주 최태민씨의 딸인 최순실씨와 오랫동안 친분을 맺어온 건 맞지만 그로 인해 자신이 사이비 종교에 빠진 건 아니라는 것이다. 최씨로 인한 국정농단과 관련해서는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 이루기도 힘들다. 무엇으로도 국민 마음을 달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밝히긴 했지만 최씨 개인 비리로 국한시킨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

과연 최씨의 국정농단 문제는 개인비리에 그치는 것일까? 사이비 교주의 딸인 최씨의 종교가 국정엔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일까?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지근거리에서, 또 깊숙이 들여다본 기자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오전 최순실씨 국정농단 대국민담화에서 자신이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내용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YTN 화면캡처

<한국일보> 송용창 정치부차장은 <‘북한 붕괴론’의 정통과 사이비 신앙> 제목의 4일자 칼럼에서 2011년 6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은 도둑같이 온다”는 발언과 2014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다”는 발언을 비교했다. 이 대통령의 북한붕괴론이 북한 붕괴론의 본질을 근사하게 표현한 말로 ‘깨어서 준비해야 한다’는 정통신앙에 가깝다면, 박 대통령의 북한붕괴론은 횡재를 기원하는 기복 신앙의 색채가 짙다는 것이다.

칼럼은 “이 전 대통령의 북한 붕괴론은 ‘기다림의 전략’으로 온건했다면, 박 대통령의 경우 붕괴 목표 시한을 설정한 듯 급박하고 공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5·24조치를 통해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하긴 했지만, 개성공단을 유지하고 북한과 비밀 접촉도 가지며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도 인내하고 참았고, 이는 ‘도둑처럼 온다’는 말이 신앙인의 인내를 요구하듯, 대북 정책도 그의 종교적 신념을 체화한 셈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의 북한붕괴론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인도주의적 지원도 끊었고, 대화의 ‘대’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북한 붕괴론’은 한마디로 언어적으로는 저렴했고, 내용적으로는 과격했다는 설명이다.

이 차이가 바로 정통과 이단신앙을 가르는 ‘종말 시기’의 차이로 인한 것이란 설명이다. 칼럼은 “정통 신앙은 예수 재림의 시기를 확정하지 않는다. 도둑 같이 오는 그 시간을 인간은 알 수 없다”면서 “반면 사이비 혹은 이단 신앙은 종말 시기를 구체적으로 예언한다”고 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정통 신앙이라면, 박 대통령은 붕괴 시기를 설정한 이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2017년에 통일이 온다’는 최순실씨의 예언에 기댔던 붕괴론이라면 이 차이의 이유가 분명해진다는 것이 칼럼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칼럼은 “물론 통일 대박 발언이나 북한 붕괴론이 최씨에게서 나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씨의 종교나 박 대통령의 종교 역시 여전히 물음표”라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것은 자신은 사이비 종교가 아니고 청와대에서 굿도 없었다는 대통령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물음표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외교·안보정책에 물음표를 던지는 기자는 더 있다.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인 이용인 기자. 이 기자는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 꾸준히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했었다.

이 기자는 4일자 ‘특파원 칼럼’에서 “이전 정부에 비해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황당했던 경험은 북한 쪽의 성명 발표에 대한 통일부나 청와대의 한 박자 혹은 두 박자 느린 대응이었다”며 포문을 열었다.

2014년 6월 30일 오후, 그러니까 북한 국방위원회가 군사적 적대행위와 상호 비방·중상 전면 중지, 한-미 연합군사훈련 계획 취소 등의 내용을 담은 ‘중대 제안’을 발표한 날이다. 이 기자는 “이전 정부라면, 정상적인 정부라면 밤늦게라도 당일에 공식 입장을 발표해야 했다”면서 “(그러나 박근혜) 정부 공식 입장은 이튿날 오후 늦게 통일부 대변인 명의로 나왔다. 북한 제안을 받는다거나 수정 역제의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진실성이 결여된 제안’이라고 일축한 게 고작이었다. 이 정도 성명을 내려고 하루를 끌었단 말인가, 한탄이 절로 나왔다”고 했다.

칼럼은 “비슷한 일이 최소한 몇 번은 더 있었다. 성명을 빨리 내라며 통일부를 재촉하던 기자들도 ‘청와대에서 연락이 없다’는 반복되는 말에 기다리기를 포기하곤 했다”면서 “좀더 내밀한 사정을 아는 당국자들은 ‘우리가 성명 초안을 올리면 박 대통령이 빨간펜으로 수정해서 보내온다. 그래서 시간이 지체되는 것 같다’고 귀띔해주기도 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빨간펜’을 쥐었던 사람이 박 대통령일까, 최순실씨일까? 이 기자가 지금도 궁금해하고 있는 대목이다.

칼럼은 또 “미국에 부임하고 나서도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핵심 인사가 누구냐는 질문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한테서 몇 차례 받았다”며 “박 대통령이 취임 때 한 약속과 달리 북한 붕괴론에 매달리거나, 지난 2월 개성공단 전격 폐쇄 등 돌출적인 결정들이 이들에게도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을 보기가 참 민망하다”고 적고 있다.

외교 분야에서도 의문의 꼬리는 이어진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는 <경향신문> 4일자 “‘귀신 들린 외교’ 멈춰야 한다” 제목의 칼럼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는 사회과학자로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를 분석해오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많았다”며 “대중에게는 내치는 못해도 외교는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최악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의 4일자 <경향신문> 칼럼. 제목이 “‘귀신 들린 외교’ 멈춰야 한다”이다.

김 교수는 “남북관계는 극단의 단절 상태며, 북의 핵무기 고도화에도 제재만 고집하며 전쟁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급변하는 동북아에서는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주변으로 밀려났다. 위안부 문제 합의, 전작권 반환 연기,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은 국가의 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최악의 결정들이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최악의 결정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김 교수는 “시스템 붕괴와 1인 독점 의사결정 구조의 폐해, 즉 외교안보 정책은 국방부·통일부 장관은 물론이고 외교안보수석과도 의논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먼저 거론됐다”면서 “또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과 종북몰이를 통해 국내 지지층을 결속하려는, 즉 외교를 국내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런 설명들은 그래도 아직은 객관성의 범위 안에 있는 것들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그러나 이것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 결정이 특히 그랬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장관을 포함한 통일부 내부의 신중론이 전격 폐쇄로 갑자기 변경됐고, 입주기업에 겨우 3시간 전에 통보됐던 점,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직전에 외교부 장관은 바지를 수선하러 가고, 국방부 장관은 발표 5일 전 국회 답변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던 점 등을 거론하며 “주무장관을 배제시킨 독단적 결정일 뿐 아니라 논리적 해석이 불가능한 충동적인 행위였다”면서 “돌아보면 대일외교에 단호함과 단절을 유지하다 뜬금없이 굴욕적인 위안부 문제 합의를 한 것이나, 중국 전승절에 다녀와 놓고 다음달 미국에서 의미 없는 방문이었다고 평가절하한 것도 충동의 영역이었다”고 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의 영역. 김 교수는 “최순실에 의한 주술적 국정농단이라는 변수를 대입하면 비로소 퍼즐이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때문에 최근 제기되고 있는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과 최순실의 연결, 록히드마틴사 최고경영자(CEO)와 최순실의 비밀접촉설은 F-35A 구입과 사드 배치에 대해 훨씬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며 “올 초에는 월악산의 통일예언이라는 기괴한 얘기까지 들렸다. 30년 전에 풍수지리에 능한 고승이 한국에 여자 임금이 나오고, 그리고 3~4년 있다가 통일이 된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2015년 3년차에 통일대박을 발표하고 북한붕괴 맹신이 시작된 이유라고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 최근 이어진 북한붕괴 언급이 풍문과도 같은 ‘통일예언’에서 비롯됐다는 걸 언급한 것이다.

따라서 책임총리에게 내치를 맡기고 외교·안보는 박 대통령에게 맡겨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김 교수는 단호하다. “귀신 들린 한국 외교는 모든 주요 결정을 다음 정부 때까지 멈춰야 한다. 내치는 맡기고, 외교만 한다고? 국가를 망칠 외교는 더더욱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강행과 미사일방어(MD) 관련 추가 무기구입 시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강행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주변국은 한국의 통치력 상실을 절호의 기회로 이용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의 전위대가 되고, 일본의 관할 아래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자신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지도 않았고 청와대에서 굿을 하지 않았다는 대통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청와대가 내놓은 외교·안보 정책들은 뭔가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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