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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대북정책 최순실 예언 때문?

기사승인 2016.10.27  16: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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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적인 대북 정책'의 이유

“과거로부터 지속되어온 국가 사회 전반의 비정상을 혁신하여,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어젠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어젠다인 ‘비정상의 정상화’를 ‘비정상의 정상화’ 홈페이지(http://www.normal.go.kr/)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은 2013년 8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처음 등장한다. “과거의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기본이 바로 선 나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불안하지 않고 인간다운 삶과 문화를 향유하는 풍요로운 사회, 일자리와 경제활력이 넘치는 살기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나서겠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린 '2016년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 계획' 안내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캡처

이를 위해 박근혜 정부는 매년 업무 추진계획 보고는 물론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업무 추진 실적을 알려왔다.

그런데 비선 실세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과 일정만 아니라 국가기밀을 다루는 외교·안보 분야에까지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라 정상의 비정상화란 조롱이 나오고 있다.

북한·통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취해온 대북 정책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적인 대북 조치들

박 대통령은 지난달에만 수 차례 ‘북한 붕괴’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북한 엘리트 계층의 잇따른 탈북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데,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일부 엘리트의 탈북이 북한 붕괴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자 객관적 사실과는 거리가 먼 희망적 사고라고 지적한다. 제재 일변도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는커녕 도리어 가속화하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박 대통령은 마치 한 쪽 귀를 막은 것처럼 제재에만 올인했다. 누가 봐도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7월 8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도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 결정이 다섯 번이나 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해 취할 수밖에 없는 자위적인 조치라고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고 온 나라가 찬성 반대로 국론 분열에 시달려야 했던 것은 누가 봐도 사드 배치 결정이 졸속이었다는 반증이다.

더욱 극적이었던 것은 지난 2월 10일에 있었던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다. 통일부는 대북 지렛대의 마지막 카드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이 아닌 잠정 중단할 것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북핵 개발에 흘러들어가는 자금줄을 차단하겠다는 게 전면 중단의 명분이지만 이미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이 중국의 대북 지원을 통해, 중국에 진출한 북한 근로자들을 통해 북한에 흘러들어간다는 게 입증되었다. 더군다나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북한에 손해를 끼치기보다는 공단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손해가 훨씬 큰 ‘자해적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통일부도, 개성공단 기업들도 반대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박근혜 정부는 왜 밀어붙였을까.

   
▲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설 연휴인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통일부

<JTBC>는 최순실 씨가 2014년 3월 23일 드레스덴 선언을 비롯해 대통령의 다수 연설문을 미리 받아서 수정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최 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대통령 보고 자료’를 받았고, 이것을 가지고 비선모임을 운영했다고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비선모임에서 개성공단 폐쇄 등의 정책도 논의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그것은 수십년 동안 이어진 남북 당국간 만남을 통한 합의문이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 공동선언, 2007년 10.4 정상선언이 그것이다. 이것은 공인된 남북관계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의 핵심은 한 쪽의 붕괴나 침략을 통한 통일이 아니라 대화와 교류를 통한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이다. 헌법에 명시된 ‘평화 통일’도, 남북관계법도 이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로드맵이 정해진 남북관계, 비선실세 때문에 이탈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는 이런 정상 경로를 벗어났다. 로드맵을 밟아가지 않고 비선실세가 끼어든 때문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개성공단이 폐쇄될 무렵인 올 2월 최 씨는 “앞으로 2년 안에 통일이 된다”는 말을 지인들에게 자주 하고 다녔다. 대통령의 연설문과 일정, 심지어 의상에까지 영향을 끼쳤던 최 씨이고 보면 ‘2년 내 통일’이라는 생각은 대통령에게 그대로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그러고 보면 남북관계 비정상의 주역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였던 셈이다. 그 최 씨가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했고, 이것은 관련 부처의 개입을 불허했다. 따라서 최 씨와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하야, 탄핵 얘기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총리, 장관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 한 나라의 백년대계가 교육이라고 한다면 한반도의 백년대계는 통일이라고 할 것이다. 정부 부처 장관들은 누가 봐도 한반도를 위기에 빠뜨릴 옳지 않은 결정을 목도하고서도 그것을 막아서지 않았다. 그냥 묵인했다. 묵인을 넘어 나중엔 그것을 변명하고 옹호했다. 그러니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하고 망가뜨려도 무감각해진 게 아닌가 말이다.

"2년 안에 통일이 된다"는 최씨의 말과 관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한민국이 주술적 예언에 사로잡혀서 지금까지 외교·안보 정책이 흘러온 것이고, 외교부와 통일부는 단지 이 주술적 예언을 실천하는 실행부서였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엉망인 나라였던 것이다. 믿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야당 일각에서 내각 총사퇴를 주문하고 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선 내각이 총사퇴하면 그야말로 국정이 마비되는 위기 상황인 만큼 무책임하다고 반론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통해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을 상실했듯 총리, 장관들도 무책임한 처사를 통해 자격을 잃었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일을 보면서 한 목회자가 기자에게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난 매일 밤 가슴이 벅차 올라 잠을 이루질 못한다. 한국교회가 비록 욕을 엄청 먹고 있지만 하나님의 정의,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뤄지길 기도해온 그 기도 응답을 지금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도 응답이란 바로 최순실, 박근혜가 추종한 비정상적인 이단·사이비의 추태가 밝혀지고, 대한민국이 어쨌건 정상을 찾고 있어서라는 것이다. 

요 몇 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들은 전체 국민들에게 엄청난 교과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고, 선거를 하더라도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지 않으면 악한 세력이 숭고한 자리를 어김없이 꿰찬다는 것을, 위에서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가만히 있는 것이 미득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반대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양심 앞에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비정상이 정상처럼 둔갑하고 만다는 것을 말로만 아니라 똑똑히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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