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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맘의 북중 국경탐방여행기

기사승인 2016.10.19  13: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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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은주의 통일맘이 간다] - “발해만 드넓은 대지에서 한민족몽(夢)을 꾸노라”

최근 4박 5일 일정으로 남북물류포럼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주관한 북중국경탐방여행을 다녀왔다. 작년에 한번 훑어 본 지역이지만 여행이란 누구와 어떻게 하느냐가 또 다른 여흥을 주기 때문에 이번 방문 팀 면모를 보고 어렵지 않게 동행을 결정했다. 남북물류포럼은 다음 달이면 120회 통일이슈 중심의 월례조찬모임을 이끌 정도로 지구력 있는 단체다. 김영윤 전 통일연구원 박사님께서 헌신적으로 이끌고 계시다. ‘Study & Travel’을 모토삼아 여행 중간 중간 함께하는 전문가들의 특강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특히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두만강지역에서의 중국과 한반도 항망해운 물류협력 방안’이라는 워크숍을 열어서 연변대 안국산 교수님과 푸딘대 박사과정 이창주 연구원의 발제를 들을 수 있었다. 대련에서는 더욱 심도 깊은 국제세미나가 이어졌다. 경기대 추원서 교수, 하얼빈공정대학교 가오티엔밍 교수, 대련해사대학교 박혜숙 교수의 발제가 있었다. 윤갑구 에이스기술단 대표의 발표도 있었다. 모두 흥미진진한 발표와 토론이었다.

도착 첫날 훈춘의 도문과 권하세관을 살펴보고 연길부터 단둥까지 고속철도를, 단둥서 대련까지 고속도로를, 국경지역 도로와 철도 인프라를 직접 이용하니 백문이 불여일견이었다. 아! 중국은 변해도 많이 변했구나, 그야말로 신천지를 개척하는 중이구나! 남북이 비좁은 한반도 경내에서 속 시원하게 길을 내지 못하고 있는 동안 중국몽(夢)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구나!! 우리끼리 힘 빼고 있을 때가 아님을 코앞에서 목도하고 돌아왔다. 중국과 러시아, 두 북방국가들은 이미 냉전시대 이데올로기 진영논리를 포기한 지 오래다. 남북한과 정상적인 국교를 수립하고 있는 두 나라는 이미 경제논리에 따라 국익을 우선시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불행히도 전 세계적 체제전환기에 미국, 일본과 국교를 맺지 못한 북한은 핵카드를 부여잡고 체제보장을 꾀하고 있지만 그 바람에 스텝(step)이 여러 번 꼬이게 됐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도로와 철도를 연결하며 미국의 마셜 플랜을 답습하고 있는 중국. 중국의 발전전략은 한반도 장래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통일맘’으로서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도문

   
▲ 중국 도문과 온성 남양을 잇는 옛 다리 옆의 도문교 건설이 한창이다. ⓒ윤은주

연길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도문으로 달렸다. 두만강 푸른 물은 유구하게 흐르고 있었다. 국경지역에 특별히 경계령이 내렸는지 현지 가이드는 계속 큰 소리로 말하며 다니지 말고 또 혼자 다니지 말라고 당부했다. 코앞에서 북한 산하가 펼쳐져 있는 모습에 초행길인 일행들은 사뭇 신기해했다.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과 도문을 잇는 다리 공사가 한 창 진행 중이었다. 옛날 다리 옆에 새로 건설 중인 다리가 완성되면 도문에서 남양을 거쳐 청진으로 곧장 도로가 이어지는데 주로 청진항에 중국의 관심이 큰 것 같다. 대북제재 국면이 마치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중국과 북한은 길을 잇고 있는 모습이다. 장기적으로는 마치 흐르는 강물을 높은 댐으로도 영원히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사람과 물류의 흐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대북제재 정책도 한 때의 방침일 뿐 영원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더구나 미국과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에 전변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닌데 우리만 정책 레버리지를 스스로 반납한 것은 아닌지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연길로 돌아오는 길에 바라다 본 권하 세관에서도 통행하는 차량들을 쉽게 엿볼 수 있었다.

   
▲ 동행했던 김한나 변호사와 함께. 멀리 옛 도문교와 새도문교 건축현장이 보인다. ⓒ윤은주

연길 ‘중국의 일대일로와 북방경제’

1978년 개혁개방을 표방한 이후 30여 년 동안 ‘세계의 굴뚝’이라는 별명이 어울릴 정도로 제조업 기반의 경제개발을 이어왔던 중국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발전전략에 있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신자유주의질서 속에 편입된 후 개발도상국 형 경제발전을 추구하던 중국 경제시스템에 미국 발 금융 쇼크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수출을 통한 시장 확보 어려움을 국내 소비시장 성장으로 대응하려 한다면 인프라 구축은 당연한 과제일 것이다. 길이 있어야 산업이며 무역이며 소비며 활발하게 이루어질 테니 말이다. 더구나 대규모 토목공사를 동반하는 인프라 구축 자체가 경기침체를 뚫는 돌파구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시진핑 정권이 추구하는 발전전략은 일석이조인 셈이다.

   
▲ 이번 여행에 함께 했던 윤갑구 에이스기술단 대표, 필자. 안국산 연변대 교수, 김형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중국연구센터장, 이창주 푸딘대 연구원, KIEP 김준영 박사(왼쪽부터) ⓒ윤은주

‘일대일로’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지대(一帶: One Belt)’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一路:One Road)’를 결합한 개념이다. 중국의 서부지역과 중앙아시아-러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남부지역과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유럽으로 연결되는 ‘해상 실크로드’를 건설, 인프라 개발과 무역 증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을 추구한다는 구상이다. 2013년 시진핑 체제 출범과 함께 제시된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는 ‘일대일로’는 그간 문제시되어 왔던 지역 간 격차나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 확대를 통한 신 성장 동력 확충 등을 목표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이 천명한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에 대해서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서진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 이창주 푸딘대 연구원의 발표장면. 정책과 시설, 무역과 금융, 민심이 상통하는 일대일로 역내 중점협력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윤은주

우리 정부도 2013년 10월 ‘2013년 유라시아 국제컨퍼런스’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한 바 있다. 유라시아 권역에 포함되는 국가들 간 교역을 확대하여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반 조성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은 북한에 대해 직간접적인 개방 압력을 가하게 함으로써 한반도 긴장 완화와 통일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정부 설명도 있었다. 일대일로와 유라시아경제연합의 결합을 통해 동북아지역통합을 실현한다는 취지인데 과연 우리정부가 북한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만의 정책 레버리지를 다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금강산관광과 개선공단이라는 어느 나라도 갖지 못했던 협상카드를 이미 다 써버렸지 않은가? 오히려 중국과 미국의 대 한반도전략이 변화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엉뚱하게 대통령이 직접 북한과 친교를 맺고 있는 국가들 찾아다니며 대북제재 협력을 구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 이창주 연구원 티스토리 ‘공간.시간.인간.그리고.인연.’ TSR과 TCR, 그리고 해상항만 연결로는 물류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동북아가 대륙과 해양을 잇는 중추기능을 감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둘째 날 연변대에서는 조촐한 세미나가 열렸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길림성 경제물류-인프라 현황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연변대학교 안국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지린성에서 처리되는 수출입 물동량은 다롄에서 62.6%, 장춘에서 31.7%인데 해상으로는 다롄을 통해, 육상으로는 장춘에서 대부분 처리되고 있다 한다. 한편, 훈춘시에서는 2015년 11월까지 153만 톤이 처리되어 전년대비 182.1% 증가했다 한다. 더구나 훈춘을 통한 나진항 처리 화물은 35.5만 톤으로 전년 대비 22.3% 증가했는데 훈춘-자루비노항 처리 화물 11.2만 톤에 비해 3배 이상이었다고 한다. 자루비노 항 처리 물량은 전년대비 20.8% 감소한 것과 관련 상쇄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훈춘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품목은 목재와 가공품, 수산물, 방직산업, 유연탄과 갈탄, 구리, 관광산업 등인데 나진항과 자루비노항이 연계할 수 있는 배후지 여하에 따라 개발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했다.

   
▲ 고속철도 승차 직전의 필자

우리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어떻게 조우할 수 있을까? 푸단대 박사과정에 있는 이창주 연구원에 따르면 적극적으로 범위를 확대하여 해양과 내륙을 연결하는 복합네트워크를 구축, 우리가 중국의 일대일로와 아태지역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발해만과 북동해를 부산과 연계하여 한반도 해운 물류허브를 구축하고 일대일로 요충지 투자와 더불어 합자플랫폼을 마련할 수 있다면 동북아를 너머 유럽과 태평양을 잇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미국과 멀티 FTA를 운용할 수 있는 우리입장을 최대한 유리하게 반영하는 물류인프라 구축사업에 대한 전망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꿈같은 이야기일지 모르나 한민족이 함께 꾸는 꿈이라면 중국몽(夢)에 버금하는 한민족몽(夢)이 가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중국의 향후 발전전략을 일대일로 국가비전으로 선언하고 실행단계에 막 진입한 상태라면 우리도 곧바로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내 물류사업은 북한, 러시아 물류사업과 관련이 있는데 중국입장에서는 관세율과 검역시스템에서 유리한 북한과의 사업이 용이하다. 더구나 남북관계가 전환되어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과도 시장 연계망이 구축된다면 동북3성 물류사업은 그야말로 동북아평화경제를 추동하는 유인이 될 것이다. 유럽이 석탄-철강공동체를 발전시키며 통합했던 경험과 유사하다고도 할 수 있다. 경제적인 교류협력이 정치와 군사적 대결을 상쇄할 수 있다는 기능주의 혹은 신기능주의 이론이 부침을 거듭하지만 동북아평화경제 구축에 있어서 다시금 시도해봄직한 이론적 전략은 아닐까 싶다. 지린성과 한반도 간 교통인프라는 북, 중, 러 3국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톡항, 자루비노항, 나진항, 청진항 등 다국적 항구들을 하나의 항만클러스터로 개발하여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부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문제는 누가 ‘북한 핵’이라는 뇌관을 해체하는가에 있어 보인다.

단둥

연길서 단둥까지 고속철을 이용했다. 장춘까지 올라갔다가 단둥으로 내려오는 철길로 5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했다. 지린-훈춘선과 하얼빈-다롄선을 탄 것이다. 2015년 10월 개통된 고속철로 평균 속도 240km. 이용객들이 많았다. 2등석 요금은 281.5위안. 좌석은 앞뒤로 돌릴 수 있었는데 신기하게 생각하고 마주앉았지만 무릎과 무릎이 너무 가까워 도로 원위치! 그럴 땐 고스톱 놀이가 최고라는 분이 계셨지만 아쉽게도 준비한 화투가 없어서 차분하게 앉아 하염없이 달렸다. 점심식사는 기차 내에서 파는 도시락으로 해결했는데 생선 혹은 새우도시락 50~60위안 정도 했다. 식당 칸이 있어서 기대를 많이 했었지만 아직 서비스 시설은 미비했다. 커피나 스낵을 맘껏 고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입석을 구매한 승객들로 가득 차 있기도 했고. 서비스 비즈니스는 아무래도 좀 더디게 올라가고 있는 듯하다.

   
▲ 두만강 부근에서 본 주민들의 일상 ⓒ윤은주

단둥시는 작년 8월 방문 이후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최근 발생한 국경지역 사고들로 한국관광객들에 대한 보안 주의사항이 좀 더 강조되고 일행들 사이에서 약간의 긴장감이 유지될 뿐이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주의를 요하고 여행을 통제해야겠지만 연구와 실행을 위한 답사길 마저 막힌다면 불리해지는 것은 우리 일뿐. 모내기철이어서인지 신의주 협동농장주민들이 일하는 모습들이 드물지 않게 보였다. 시간을 거슬러 70년대쯤 농촌풍경을 영화 속 3차원에서 마주보는듯한 광경이었다. 이편에서 소리쳐 인사를 건네면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작업하고 있는 동포들에게 무언의 인사를 건네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일행 중 한명섭 변호사 설명에 의하면 압록강 중간에 놓인 섬들은 총 451개 정도인데 1962년 북중국경협약시 누가 먼저 살아왔는가에 따라 점유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한다. 그렇게 북한에 속한 섬이 85% 정도라 하는데 협상을 잘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들 섬과 중국 영토사이에는 어김없이 철조망이 둘러섰는데 교육을 받아서인지 북한주민들은 강 건너 쪽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다는 듯 눈길조차 건네지 않는다. 무심하게 자신들의 일상을 꾸려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압록강대교와 황금평개발구 입구를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었다. 머잖아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신의주가 연결되고 황금평과 위화도 개발특구가 본격 개발되면 평양과 개성, 서울과 부산, 일본 등 배후도시 시장이 활개치려할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가 완성되는 2030년 이전에 동북아 판도변화를 우리의 발전계기로 삼는 국가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우리정부가 2013년 발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북한 문제를 넘어서지 못하고 미국과 중국의 대한반도전략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공허한 미사여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여행을 가이드해준 조선족 사업가의 말에 따르면 현재 단둥 시 북한 식당은 26개정도인데 업장 책임자는 일 년에 3만 불, 약 3천 5백만 원 정도를 정부에 보내야 한다고 한다. 음식점 이외에도 인력파견업체를 포함 약 1만 명이 나와 있는데 임금은 인당 평균 330불 정도라 한다. 3:3:4 비율로 정부와 사업체, 그리고 근로자가 나누어 갖는다고 한다. 북한정부에 대한 제재를 더욱 조밀하게 하는 전략은 이들 사업주와 근로자들의 삶의 조건을 더욱 가혹하게 만드는 처사이다. 의도치 않았더라도 국경지대에서 크고 작은 희생이 발생하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 멈춰서 있는 황금평개발구역 ⓒ윤은주

남북대결 정책이 남북협력으로 전변한다면 단둥과 신의주는 동북3성지역의 핵심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황금평과 위화도 개발이 정상궤도에 올라 북중경협이 더욱 활발해진다면 ‘북한먹여살리기’에 우리 등골을 내어 줄 필요도 없게 된다. 북한은 이미 생존전략의 벼랑 끝에서 여러 번 살아 난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길을 걷고 있지 않은가. 그보다 우리가 오히려 중국의 일대일로에 올라타서 신성장동력을 장착하게 될 것이다. 통일을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도로와 철도를 연결하여 물류가 오가고 중국과 북한 경제특구에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다면 각자도생하며 살길을 모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남북한이 이미 1991년 유엔에 가입하여 ‘Two Korea’로 대우받고 있는데 민족통일담론은 낡고 낡은 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역시 우리 민족의 분단이나 통일 등 구조적 문제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인다. 그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롭게 경제를 번영시킬 수 있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의 신경전을 논외로 한다면 남북관계변화에 민감하지 않다. 중국은 남과 북 모두의 수교국 아닌가. 저녁 만찬에 건배사를 부탁받았다. “통일은 됐고, 물류가 흐르게!” 한 마디로 요약한 심경이었다.

대련

단둥에서 대련까지는 고속도로를 탔다. 3시간 정도 걸렸을까? 함께 한 분들의 즉석 강의와 ‘한 말씀’이 이어졌다.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님을 비롯, 한명섭 변호사님, 윤갑구 에이스기술단 대표님, 추원서 경기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유용찬 시원ENC이사, 이창주 연구원, 그리고 뉴코리아 대표로서 필자도 생각을 나누었다.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이동시간을 활용해서 지식 나눔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물류포럼 학자와 법률가, 전기기술사, 그리고 토목건설회사 임원 등 다양한 관점이 다른 듯 모아지고 더욱 확장될 수 있다는 경험은 이번 탐방 길의 수확이었다. 통일시대는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님은 자명한데 일상생활과 연계하는 담론을 잘 만들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했다.

   
▲ Kaiser Plaza 지하에 있는 샤브부페식당 ⓒ윤은주

대련에 도착해서 시내 한 백화점(Kaiser Plaza) 내의 샤브부페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호텔로 이동했다. 뷔페식당도 대륙의 스케일! 1인당 70위안 정도. 해산물뿐만 아니라 쇠고기도 다양하게 있어서 흡족하게 식사를 마쳤다. 마지막 날이라 저녁 만찬이 기다리고 있을 생각에 부담도 됐지만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마지막 숙소인 프라마 호텔로 향했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에 걸쳐 “중국의 일대일로와 북방경제” 주제의 국제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식후 포만감 넘치는 상태에서 세미나는 가혹했지만 예정대로 빠짐없이 이어졌다. 연변대에서 안국산 교수님과 이창주 연구원 발표를 진지하게 공부해두었던 터라 내용에 대한 이해는 무리 없이 따라잡을 수 있었다. 연변대 발표가 전체적인 조망을 가능하게 했다면 국제세미나에서는 헤이롱장성, 네이멍구, 랴오닝성 등 지역정부의 경제물류인프라 현황과 환동해경제권 공동발전방안이 제시되었다. 물론 우리 정부와의 협력에 대한 전망도 이어졌지만 당장의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현실감은 떨어졌다.

한 가지 귀가 솔깃했던 내용은 윤갑구 에이스기술단 대표의 주제발표였다. 남·북·중 에너지 인프라 물류유통 협력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과 남한의 에너지 수급 현황 설명과 더불어 동북아전력계통연계평화망을 구축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미 1996년부터 주장했던 유·아·태생태계보전평화망( Pacific Europe Asia Conservation Ecosystems: PEACE Network)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다. 전기는 한 번 생산이 되어 사용되지 않으면 그대 라고 한다. 각국마다 전기품질이 다르고 전압과 주파수가 달라 기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있겠지만 그야 기술사들의 몫이다. 단지 가능성을 어떻게 눈앞의 비전으로 구체화 시킬까 하는 고민은 정책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것이다. 유럽통합이 철강·석탄공동체로부터 비롯되었듯이 동북아지역에서 물류와 더불어 전기로 공동체적 비전이 개발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역사는 꿈꾸는 창조적 소수가 굴리게 마련 아닌가. 윤갑구 대표와 황수진 기술사는 중국기술사협회와 미팅이 있어서 북경으로 향했다. 부디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과 기술적 협력이 현실화되길 기대해본다.

   
▲ 국제학술회의 장면 ⓒ윤은주

맺는말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1978년부터 2013년까지 개혁개방 35년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 새로운 35년이 되는 2049년(신중국 건설 100주년)까지 완성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도광양회(韜光養晦)에 이은 대국굴기(大國崛起). 중국패권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 일대일로 연선국가들과 협력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것이 관건일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남북관계가 유화적으로 전환하고 남북을 잇는 인프라 구축이 가능한 상황이 되면 동북아평화경제공동체 담론이 자연스레 힘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 내 도로와 철도, 항만 인프라 시설이 완성되고 금융과 무역거래가 활성화 된다면 동북아를 포함한 환태평양경제공동체 연계도 새로운 가능성이 모색될 것이다. 대륙과 해양의 역학관계가 우리민족의 운명을 좌우했던 역사를 돌이켜 보고 교훈을 얻어야 할 때이다. 향후 30여년, 남북이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우리민족의 운명은 다시 한 번 갈리게 될 것이다. 대륙과 해양의 연계선 상에서 남과 북이 상생의 길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비극적 국면이 닥쳐올지 모른다. 남북관계의 어두운 터널은 언젠가 지나게 될 것이다. 이번 탐방은 그 이후를 준비하며 더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

윤은주/ 북한학 박사, (사)뉴코리아 대표

윤은주 ejwarri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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