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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대한 오해와 진실

기사승인 2016.02.16  15: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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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3년 봄부터 가을까지 있었던 160여일의 개성공단 중단 사태를 맞아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가 개성공단의 의미를 되짚어보기 위해 계간 <통일코리아> 2014년 여름호에 실었던 내용이다. 김 교수는 2008년 2월부터 4년간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 부장으로 있으면서 개성공단의 성격과 운영 전반, 북측의 입장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알고 있는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해 6월엔 <개성공단 사람들>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2년여의 시일이 지난 글이긴 하지만 개성공단 완전 중단, 나아가 일촉즉발로 치닫는 남북 상황에 대해 개성공단의 실체, 특히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흘러들어간 현금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한 설명이자 개성공단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의성있는 글이라고 판단해 게재하는 것임을 밝혀둔다. -편집자 주

1. 개성공단은 어떤 곳인가?
2000년 6.15선언에서 합의하고 2003년 착공 이후 개성공단은 13년째다. 공단 10주년이었던 2013년 4월, 가동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이후 9월, 재가동에 합의하기까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개성공단이었다.

필자는 개성공단 관리위원회(공단에 대한 전반적 관리, 공단운영 관련 대북협의-북측 기관은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있다.)에서 4년여를 근무하면서 기업지원과 관련한 대북협상을 담당했었다. 대학과 연구소에서 북한체제와 남북평화에 대해 연구-강의했던 학자-전문가의 입장에서 직접 4년여간 개성공단에서 북측 관료들과 매일같이 협상하고 북측 근로자들의 일상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직접 보고, 체험적으로 겪으면서 체득한 남북관계와 개성공단의 실체는 우리 언론들이 일면적으로 보도하는 내용들과는 사뭇 많이 다른 게 사실이다.

개성공단은 최초 남북이 합의하기를 1단계(공단 100만평), 2단계(공단 200만평), 3단계에 걸쳐 전체 공단 800만평과 배후도시 1,200만평 등 총 2000만평의 거대도시(남측의 창원공단과 창원시를 합친 규모)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착실히 진행되던 개성공단은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후 기존 계획이 모두 중단되어 버린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핵문제의 진전 없이는 개성공단은 한 발짝도 못나간다’는 ‘비핵개방 3000’ 원칙을 천명하면서 기존의 개성공단 관련 남북합의들을 대부분 무시-부정해버리고 만다. 결국 개성공단은 2008년 1월부터 실질적으로 비정상적인 상태로 접어든 것이다.

결국 현재의 개성공단은 1단계(100만평)가 한창 건설중이던 2007년 12월 상황에 멈추어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그래서 현재 개성공단은 1단계 100만평의 약 40%의 대지에 공장들이 들어서 있고 그곳에 123개 가동기업(북측근로자 5만4천명)과 70여 영업소들이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공단의 나머지 60%는 나대지와 짓다만 공장 건축물들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서 최초 개성공단 건설에 합의하고 2003년 6월 착공 이후 남북관계가 적대적 대립관계로 변하기 전의 개성공단의 모습과 의의, 특징들을 개관해보면 아래와 같다. 물론 이런 최초의 개성공단의 본래적 모습들은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남북 당국관계의 경색과 대결주의 부활로 매우 왜곡되고 만다.

   
 

② 개성공단의 의의/특징
최초 개성공단은 남북의 상호존중과 화해협력, 공존공영, 평화번영의 상징으로써, 개성공단은 남북의 평화프로젝트이자 호혜적인 경제프로젝트였다. 남북 주민간의 일상적 상호관계와 문화적 상호침투, 자연스러운 통일문화 형성의 계기가 바로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개성공단은 북측 지역임에도 남측이 50년간 토지를 임차, 공단의 개발․관리․운영, 그리고 기업유치 등을 북측으로부터 위임받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곳이었으며, 남북간 최초의 법적․제도화에 의한 부분적 경제특구 개념으로 북측의 경제관리제도와는 달리 「개성공업지구법」을 준거법으로 각종 하위규정과 세칙․준칙 등을 따로 정해 운영했었다.

③ 개성공단 투자여건
개성공단은 노동력, 노동생산성, 노동제도, 조세제도 등의 여러 측면에서 중국보다 훨씬 경쟁력 있다. 무엇보다. 양질의 노동력이 중국보다 훨씬 저렴한 인건비로 제공된다. 근로자들은 모두 의무교육 11년(유치원-소학교-중학교)을 받았으며 전문대 및 대졸도 20% 정도나 된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의 강점은 근로자들의 이직율이 매우 낮아 인력교육, 생산관리 등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고 업무숙련도가 높아짐에 따라 생산성 향상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점이다.

기타 법정근로시간(개성공단 주 48시간, 중국 주 40시간), 사회보험료 수준, 임금인상율, 이직율 등 전반적인 노동제도에 있어서도 여타의 국가들과 비교해 상당한 비교우위에 있다.

   
 

생산성과 품질 관련 상기 조사는 공장가동 2년차 기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었다. 현재는 대부분 6~10년차에 해당하므로 생산성과 품질지표는 더욱 크게 격차가 벌어졌으며 실지로 남측보다 오히려 더 높은 생산성과 품질 수준을 담보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이러한 비교우위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주로 언어소통과 이해력, 기술 습득력, 낮은 이직율, 물류시간 단축, 무관세, 모기업 생산설비와 관리시스템 이전의 용이함 등에 기인한다.

   
 

2. 개성공단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개성공단에 대한 오해

① 개성공단은 퍼주기다?
아니다. 북측에 비해 오히려 우리가 몇 배는 더 많이 퍼오는 곳이다. 매년 약 1억달러(임금, 세금)에 못 미치는 금액을 투자해서 최소 15~30억달러 이상을 생산해 오는 곳이다.

명분과 상징으로는 남북이 함께 경제적으로 매우 크게 윈-윈하는 곳이지만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우리 기업들이 북측보다 몇 배는 더 많이 벌고 국가경제적 관점에서 남측이 몇 배는 더 많이 퍼오는 곳이다. 1년에 5만4천여명의 북측 근로자 임금과 세금을 합쳐 약 900억원 정도가 북측에 들어가고 우리는 그곳에서 최소 약 15~30억달러 이상의 생산액1)을 올린다. 상호 윈-윈을 넘어 최소 우리에게 15~30배의 높은 이득을 창출해주는 곳이 바로 개성공단인 것이다. 사석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을 말한다. “개성공단만한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개성에서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그것은 이미 기업이 아니다!”

남측 회계법인들에 의해 진행되는 회계결산의 결과들은 기업 내부비밀이기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대부분의 개성공단 기업들이 극단적 상황만 없으면 매우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 바로 개성공단이다.2) 실질적으로 개성공단 정상화 이후 거의 모든 기업들이 다시 개성공단으로 들어갔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선을 넘나드는 곳이면, 그렇게 힘든 곳이면 기본적으로 들어가지 말아야하는 것 아닌가? 왜 기업인들은 남북관계가 이렇게 험악한 상황에서도 기를 쓰고 개성공단에 들어가려고 했을까?

바로 개성공단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 때문이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노동과 토지가 만난 개성공단은 실질적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공단이다. 한마디로 영세중소기업들에게 개성공단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3)

확실한 것은 우리가 개성공단에서 투자 대비 확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퍼주기’가 아닌 ‘엄청난 퍼오기’의 실질적 예가 바로 개성공단이다. 평화가 그렇다. 평화는 우리에게 엄청난 퍼오기의 객관적 조건이다.

이렇듯 입주기업의 이윤창출이 어느 곳보다 높은 곳이고, 그런 측면에서 개성공단 같은 남북경협사례들이 확대되면 그것은 남측 경제에 매우 확실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윈-윈을 넘어 국가의 품격이 달라질 만큼 엄청난 경제대도약이 이루어질 것이다.

   
 

② 개성공단은 북측 정권의 ‘돈줄’이다?
아니다. 북측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지급체계와 독립채산제 등의 경제개혁조치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개성공단 관리 북측 당국(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북측 근로자 1인당 평균 7만원(평균임금에서 세금 등 공제후 실수령액) 정도의 돈을 가지고 최소 2인(1가구 4인, 1가구 공단 2인 근무 가정시)의 한 달 생활(먹고 입고 사는 문제-식의주 문제4))을 책임져야한다. 국제곡물시장에서 곡물을 수입해서 이들을 어떻게든 먹여 살려야 한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굶기지 않는 것은 자명한데 어디에서 그 정도의 돈으로 곡물을 사 올 수 있을까? 먹고 생활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빠듯한 상황에서 따로 전용할 수 있는 돈은 없다는 뜻이다.
북측에게 개성공단은 경제적 가치 이전에 남북관계 전체를 평화적 관계로 정착시켜가려는 원대한 구상이 있다. 체제생존을 안정적으로 담보한 이후, 모든 국가역량을 인민경제 건설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평화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 평화의 상수가 남과 북의 평화이기에 남북을 대립과 적대가 아닌 평화체제로 묶어세우기 위해 개성공단 같은 경협사업이 경제적-구조적 안전장치로 필요한 것이다. 물론 금강산관광 등 6.15, 10.4로 상징되는 평화적 관계정상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에 대한 경제주의적 관점의 해석과 평가는 우리식 관점과 기준에 경도된 설명이다. 일례로 초기 개성공단의 법-제도를 남과 북이 합의하는 과정에 다소 이견이 있긴 했지만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을 월 200$ 정도에 합의하고자 했었다. 근데 그것을 25% 수준인 50$로 일괄 확정한 것은 다름 아닌 북측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개성공단에 투자한 남측 기업들이 초기에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개성공단의 성공이 다른 공단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많은 남북경협공단들이 많이 생겨야 남과 북의 평화가 실질적으로 구조화된다고 본 것이다. 지도부의 ‘돈줄’ ‘외화벌이’라는 우리식 평가와 고정관념으로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한편 북측은 러시아와 중국, 중동 등에 노동력을 송출한다. 중국과 러시아쪽 송출노동력의 월평균 임금이 약 250~300$정도다. 만약 그들이 정말 개성공단 사업을 ‘경제적 관점’의 ‘돈줄’로만 생각한다면 개성공단을 닫고 해당 인력들을 해외로 송출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③ 근로자 임금을 국가가 가져간다?
아니다. 북측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지급체계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임금의 대부분은 상품교환권으로 공급된다.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은 자신들이 한 달 근로한 만큼 정확히 산정되어 달러가치로 계산되며 그 계산의 마지막 확인을 근로자들이 스스로 서명(북측 용어로 ‘수표’)으로 확인한다. 임금의 30%를 사회문화시책금(무상교육-무상의료 등의 소위 사회주의 국가시책 운영기금)으로 공제하고 나머지 70%의 금액에서 그에 해당하는 상품공급권(개성공단 근로자 대상 전용 상품공급소에서 교환되는)으로 거의 대부분 지급(주로 쌀, 밀가루, 채소 등의 식료품과 생활용품 공급권)되고, 나머지 부분은 조선돈으로 지급된다. 상품공급소에서 교환되는 상품들이 국정가격이라 대부분 생활비를 먹거리와 기본적인 생활용품 구매로 쓰여진다. 일정부분의 생활비는 집단주의가 강한 체제 특성상 각종 상호부조(생일, 잔치, 장례 등)에 쓰여진다.

④ 근로자들은 훈련받은 엘리트들만 온다?
아니다. 개성시와 인근의 가용노동력 대부분 개성공단에 근무한다. 특별히 타 지역에서 선출되어 오지는 않는다. 개성공단의 가장 큰 문제는 만성적 노동력부족문제다. 즉 기업들이 요구하는 만큼의 근로자를 공급하지 못하는 문제다. 개성시와 인근지역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노동력들이 모두 개성공단에 들어와 있다. 그래도 기업들이 원하는 만큼 공급하지 못한다. 노동력 자체가 귀하다보니 연령 등이 적정노동력이 아님에도 기업들은 무조건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채용하는 만큼 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노동력부족이 심각하다. 그러므로 개성시외 인근의 거의 모든 일반인들을, 선발하고 말고를 떠나 거의 다 들어와 있는 것이다.

⑤ 개성공단은 2013년 4월에 비정상화되었다?
아니다. 공단은 2008년 1월 이명박정부 등장과 함께 이미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들어갔다. 이명박정부는 인수위때부터 ‘비핵개방 3천’ 원칙을 내세우고, “핵문제 진전 없이는 개성공단은 한 발짝도 못나간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기존의 개성공단 관련 남북의 합의-약속들을 돌연 부정했다.5) 그때부터 북측은 공단의 비정상화에 대해 일관되게 문제제기하거나 비정상화 관련 조치들을 비난하며 정상화를 집요하게 요구했다.6)(2007.12월 합의 기숙사 건설문제, 공장 신축-개축 관련 기업들 건설현장 중단조치에 대한 정상화 촉구, 1단계 공단 정상운영을 위한 도로 등의 SOC 문제, 측량까지 2단계 개발문제 등의 정상적 추진)
실지로 이명박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를 염두에 두고 공단 폐쇄시 발생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파장을 알아보는 연구용역사업을 진행한 바도 있다. 연구결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어 공단유지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기 진출기업의 기존 생산수준 이외의 모든 것을 불허하였다.

(2) 개성공단의 실체

① 남북 상생의 경협-평화모델
정상운영되던 시절의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에게 실질적 경제이익을 담보해주는 호혜적인 경제프로젝트로 작동되고 있었다. 물론 제약요인이 많긴 하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개성공단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종의 남측 기업들에게(고비용저효율의 생산환경, 3D업종 기피, 고임금, 비싼 토지, 비싼 물류비용 등) 확실한 경쟁력을 담보해주는 돌파구였다. 사양산업에 해당하는 남측 기업들에게 개성공단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비교우위에 있는 생산기지이다.

북측에게도 남측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세무제도, 회계제도 등의 자본주의 운영원리와 제도 등의 생소한 영역들을 배우고 또 사양산업이긴 하지만 소비재, 경공업분야의 기술 습득과 공장운영, 공단운영 Know-How 습득 등의 간접적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의 상호 다른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측면의 법-제도와 사고방식, 가치체계, 관습 등을 남북이 상생 발전의 계기로써 상호 학습하고 배워가는 기회의 마당이다. 즉 개성공단은 남북화해와 평화의 상징이었다. 개성공단의 평화적 가치는 설명이 필요 없는, 남북의 군사적 긴장과 대결을 구조적으로 막았던 제도적 안전장치였다. 남과 북의 기업가와 근로자들이 매일매일 서로 다른 차이들을 상호 배우고 익혀가면서 관용과 포용으로 작은 평화와 통일의 사례들을 축적해가던 기적의 장소이다. 이런 곳이 과연 전 세계 어느 곳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분단을 넘어 평화로 가야하는 우리에게 개성공단은 그러한 평화로 가는 길의 응축된 상징의 학습장인 것이다. 기업들의 경제적 수익 측면은 어떤가? 이미 위에서 충분히 살펴보았다. 재고와 평가가 필요없다.

   
▲ 개성공단 전경

② 북측의 시장경제 학습장
개성공단은 싫든 좋든 북측에게도 경제적 측면에서 다각도의 상당한 변화들을 가능케 하는 곳이다. 상호 배우는 과정들이 있겠지만 개성공단의 기업운영자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에 입각해있기 때문에 북측은 그만큼 시장경제질서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큰 틀에서 북측 경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개성 공단 근로자 5만4천여명과 그의 가족들, 개성시와 인근 장풍군, 개풍군을 넘어 평양에까지 개성공단의 경제적-문화적 파급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이 문화적-경제적 충격으로 상호 체득해가는 과정들인 것이다.

상상해보라. 북측이 우리의 시장경제를 일거수일투족 꼼꼼히 보고 배우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기적이다. 북측의 관료와 근로자들이 세무와 회계를 배우고 북측 근로자들이 남측 기업에 근무하면서 일상적으로 물량수주, 상품, 판매, 납기준수, 성과급, 생산성 등의 시장경제 개념들을 체화하고 있다는 참으로 간단치 않은 사실들이다.

그들이 사회주의 경제의 병폐인 ‘평균주의’를 배격하고 생산성과 이윤의 중요성을 점진적으로 인식한다. 사회주의 국가경제, 즉 자급자족 배급경제를 위한 목표량 생산이 아닌 기업가의 이윤창출을 위해, 임금을 좀 더 많이 받기 위해 평균주의가 아닌 경쟁체제에서, 집단주의가 아닌 개인주의적 경제질서를 체험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지 그 본질을 꿰뚫는다면 그것은 참으로 엄청난 변화들임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북측 당국과 기관들이 자본주의 기업운영방식과 시장경제를 배우고 남측의 현대식 공단시설 운영과 관리방식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장으로 개성공단이 기능하고 있다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사실이다.

③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진작
사실 개성공단은 북측의 군사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어 그 위치의 중요성으로 인해 공단개발 논의초기부터 우리에게 군사적 긴장완화와 남북의 평화정착 측면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개성공단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5~6㎞ 북방에 위치, 북측 대남군사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지점이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로 들어오는 두 개의 주공루트중 하나였다. 그만큼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로서 군사력 밀집지역이기도 했다. 그런 북측의 군사력 밀집지대를 남측 사람과 차량이 매일 왕래하면서 상징적 측면이나 실제적 측면에서 군사적 긴장완화에 기여하는 것은 얼마나 큰 순기능일까?7)

개성공단은 존재 그 자체로서 남북간 정치․군사적 긴장고조와 위기심화를 완화-완충하는 살아 움직이는 순기능을 하고 있는 곳이다. 북측의 미사일발사와 핵실험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은 가동되었고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사태 당시의 엄혹한 위기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은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가동되었으며, 위기를 대화와 평화로 전이시켜가는 가장 확실한 안전판으로서 개성공단의 상징적 가동이 존재하고 있었다.

④ 남북평화의 확실한 이니셔티브
수십여회 성과 없는 당국회담보다 남북의 근로자들이 매일 기업의 생산과 남북의 상생발전을 위해 함께 머리 맞대고 일하는 평화실현의 장이 바로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에는 이미 광의적 의미의 통일, 즉 평화가 정착중이다. 긴장고조를 구조적으로 막는 평화, 남북평화체제가 개성공단에 있어서만은 실현중인 것이다.

이렇듯 개성공단은 남과 북을 평화체제로 묶어 세우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남과 북 양 당국이 소모적 대립과 적대에 빠져 있는 동안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누구도 어떻게 함부로 할 수 없는, 평화체제 구축의 순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이렇듯 대립적 남북관계로 후퇴한 남북관계를 별도의 정치․경제적 비용 부담 없이 복원시킬 수 있는 매개체로서 역할할 수 있다. 개성공단 정상화 과제를 풀기 위해 남과 북 모두 상호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의 테이블에 앉기만 하면 남과 북의 정상적 관계는 바로 시작될 수 있다. 무릇 5.24조치 해제 문제 등 남북의 여러 현안쟁점들을 풀어가는 해법모색의 가장 확실한 장이 개성공단 정상화 노정에 함께 있다.

3. 남북평화경제의 대박을 위하여
올해 초부터 정부는 ‘통일은 대박’이라며 통일대박론을 전면화했다. 실은 ‘평화가 대박’이다.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이고 쪽박이다. 준비만 잘하면 평화만으로도 충분한 대박이 된다는 것이 개성공단의 실증적 사례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평화는 매우 간단하다. 남과 북이 상호인정하고 존중하면 된다. 상호존중! 평화와 통일은 상호존중에서 출발하고 상호존중으로 완성된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도, 1991년 남북기본합의도 2000년 6.15공동선언도, 20007년 10.4선언도... 그 모두를 관통하는 하나의 기본원칙이 있다면 바로 ‘상호존중’ 정신이다. 철저히 상호작용의 관계일 수밖에 없는 남북관계에서 상호존중의 정신이 상호간에 진정성 있게 지켜진다면 남북문제는 거의 모두 풀릴 수밖에 없다. 상호존중은 직접 대화의 테이블에 앉는 순간 시작된다. 상대방을 극복과 제압의 대상이 아닌 함께 공존해야 할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순간 상호존중은 시작되고 완성된다.

마침 북측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오랫동안 준비되어 온 경제개혁조치들이 범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2013.3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한 이후 광범위한 경제개혁조치(경제개발 등)가 진행중이며 그 변화의 속도와 폭이 매우 빠르고 넓다. ‘기업독립채산제’가 전면 실시됨으로써 각급 인민위원회, 기업소 등 경제단위 재정 자율성이 신장되는 등 전 부문에 걸쳐 경제발전을 위한 총력전이 전개 중이다.8)

남과 북이 손을 맞잡으면 된다. 그것이 대박이다. 북측은 계속 손을 잡자고 한다. 우리가 손을 내밀기만 하면 된다. 냉전적 사고에 갇힌 소모적 정쟁과 이념이 아닌, 궁극의 국민행복을 위한 경제적 실리, 평화적 실리, 안보적 실리, 품격 높은 국민행복의 가치를 위해 우리가 손을 내밀어 북측의 손을 잡으면 된다. 북측은 박근혜정부 출범때부터 시종일관 남북당국간의 평화적 관계정상화를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평화공세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평화관계를 요구해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이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

   
▲ 김진향 교수

우리에게 평화가 얼마나 많은 기적들을 가져다 줄 것인지... 남북관계는 철저히 아는 만큼 보인다. 북을 알아야 한다. 남북관계를 알아야 한다. 정말 제대로 알아야한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의 공허한 분석과 퇴행적 이념과 정치적 왜곡으로 대결과 극복, 부정의 대상으로 북측과 남북관계를 몰아갈 것이 아니라 결국 평화 속에서 상호 공존공영할 수밖에 없음을 명확히 직시할 줄 알아야 한다.

평화경제는 남과 북 우리 민족이 유사이래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경제적 대박과 정치적, 평화적 대박, 실로 차원이 다른 수준에서 국가의 품격을 높여줄 것이다. 국가 대혁신이 평화 속에서 가능해질 것이다.

<주>

1) 정부발표는 공단 1년 생산액이 약 5억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허점이 있다. OEM(주문자상표제작-단순임가공)이 주류를 이루는 개성공단의 경우 기업들의 생산액은 임가공(봉제비)료 기준으로 산정한다. 즉 제품공급가격, 공장도가격이 아닌 단순 임가공료로만 산정되어 매우 축소되는 것이다. 이를 공장도가나 소비자가로 환산시 그 차이는 최소 5~10배, 그 이상도 될 수 있다.

2) 기업별 업종에 따라 혹은 공단에 진출한 연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어느 곳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 개성공단이다.

3) 2013년 6개월의 개성공단 가동중단사태 당시,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대체공장을 물색하기 위해 동남아 등 여러 해외공단들을 둘러보고 내린 결론이 있다. 그것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개성공단만한 곳이 없다. 개성공단만큼의 비교우위, 경쟁력을 가진 곳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개성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4) 북측은 우리가 의-식-주로 부르는 것을 식-의-주로 부른다. 먹는 문제를 입는 문제에 우선한다.

5) 이때부터 북측은 개성공단을 체제 내적으로 매우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즉 당국관계가 평화적 관계이면 개성공단도 여러모로 순기능을 하는 곳이지만 당국관계가 대립적 관계로 변한 이후부터는 공단이 북측에게는 ‘자본주의 황색바람의 진원지’로 대립과 대결의 온상으로 본질이 변한다고 보게 된 것이다. 실지로 2009년 ‘유성진 사건’처럼 체제불안을 야기하는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6) 필자는 2008년 2월에 개성공단에 부임하여 4년여를 이 시기동안 근무하였다. 즉 북측이 이명박정부의 개성공단 관련 동결조치에 대해 집요하게 정상화를 촉구하고, 기존 합의의 불이행이 전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갈 것임을 경고하면서 진정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던 시기였다. 공교롭게도 그 모든 북측의 요구들을 접수-대응-협상하는 위치에 필자가 있었다. 곤혹스러운 날들이었다.

7) 북측은 개성공단 자리에 있었던 그들의 주력군부대(2개사단, 1개포병연대)를 북측 후방으로 10여Km 후퇴시키면서 남북의 평화적 경제협력 성공을 위해 개성공단 부지를 내놓은 것은 사실이다.

8) 북측의 경제개혁조치와 사회적 변화는 따로 정리해야 할 만큼 광범위하고 급격하며 성과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일뉴스 ‘북한, 제재에도 높은 성장 이뤄 : 파멸이냐 번영이냐, '북한붕괴' 신화’(2014.5.9.) 참조.

김진향 kjhym88@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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