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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계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정면 반대하는 이유

기사승인 2015.09.06  1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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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 정론관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독립운동 단체 및 역사학계 인사들이 최근 정부 여당이 추진하려고 하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행한 모두 발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근 교육부장관 황우여와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은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제도를 국정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언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교학사 교과서가 실패한 이후 정부 여당이 가장 집착했던 것은 국사교과서 국정화인데, 이 문제는 학계와 교육계의 공론에 붙이면 가장 합리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인데도 왜 저렇게 집착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오늘 독립운동가들의 후손과 그 단체들, 학계·교육계 및 학부형들은 정부 여당의 이 같은 언행에 큰 우려를 가지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주 전국의 중고등학교 역사교사 2,255명이 연명하여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고 더 많은 수의 교사들이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있습니다.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의 역사학 전공 교수들과 역사학 관련 학회들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주장하는 중요한 논거는 검인정제도 하에서는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고 대학입시에도 지장을 줄 것이며, 또 현행 검정제 하의 교과서들이 좌편향되고 자학사관에 입각해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 여당의 이 같은 주장은 대부분의 학자들이 수긍하지 않는, 진영논리에 입각한 일방적인 주장으로 국정제를 합리화하려는 술책에 불과합니다.

국정제에서 검인정제로, 또 검인정제에서 자유발행제로 가는 것이 교과서 발행의 세계적 추세인데 한국에서는 국정화를 시도함으로 ‘시대 역행’을 자청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라고 비난하는 북한과 몇몇 나라 외에는 국정제를 시행하지 않고, 심지어 중국까지도 검인정으로 바꾸고 있는 실정인데도, 정부 여당은 국정화가 반시대적, 반역사적이라는 것에 눈감고 이를 강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2003-2005년 사이,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으로 있을 때 저는 일본측으로부터, 아직도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한국이 검인정제를 확립하고 있는 일본의 교과서를 어떻게 비판할 수 있느냐는 비난을 받고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국정제는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과 합치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역사적 상상력과 비판능력 및 문화 창조의 역량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된 바 있습니다.

이 정부가 국정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유신시대로 회귀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노리는 것도 국가가 국사교육의 내용을 독점하여 한국 근현대사의 주체를 독립운동 및 민주화운동 세력에서 친일파와 독재정권 세력으로 바꿔치기 하려는 것입니다. 최근 어느 정부기관에서 마련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 초안에 따르면 근현대사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했고 그 축소하려는 분야도 독립운동사라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검정제하에서도 독립운동사와 민주화운동사를 강조하면 좌편향이다, 자학사관이다 하면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데, 그 서술의 독점권을 정부가 행사하는 국정제로 회귀할 경우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어떻게 서술, 교육되어질 것인지는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우리들 독립운동가들과 역사학도들은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왜곡, 폄훼하려는 이 같은 움직임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독립정신과 민주이념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의한 역사를 친일파와 독재정권 세력으로 바꿔치기 하고, 학생들의 건전한 역사의식, 시민의식을 저해할 것이 분명한 국정제는 이래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는 국정화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학계와 교육계 및 국민의 상식과 공론에 맡기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우리가 이 자리에 선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mahnyol@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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