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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남북공동성명에서 다시 출발해야 합니다

기사승인 2023.07.17  10: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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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반 세기와 1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남북관계는 1972년의 상황보다 더 긍정적인 발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습니다. 남북 관계가 언제라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강대강(强對强)의 대립적인 국면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남북은 1991년 8월 유엔(UN)에 동시적으로 가입했고, 12월 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했습니다. 1992년에는 한반도비핵화선언을 했고, 2000년에는 최초의 정상회담을 통해서 6.15선언을 발표했습니다. 2007년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했고, 10.4선언을 합의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권 이후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그리고 개성공단의 운영이 이루어졌고, 남북은 서로의 긴장을 완화하며 어느 정도 평화를 정착하는데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관광 중이던 박왕자 씨의 피격 사망으로 인해서 금강산관광이 중지되었고, 12월에는 개성관광도 함께 중지되었습니다. 2016년 2월에는 개성공단마저 완전히 폐쇄되었습니다. 2018년 문재인 정권은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발표하며, 평화체제 전환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가까이 다가온 평화통일의 가능성으로 가슴이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후속 조치의 미흡함과 소극적인 태도로 말미암아 남북 관계의 실질적인 변화와 긍정적인 발전을 이루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7.4 남북공동성명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남북간에 합의한 최초의 문서였습니다. 무엇보다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통일원칙 아래서 긴장 상태의 완화와 신뢰 조성을 위해서 중상비방과 무장 도발을 중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상호이해 증진과 자주적 평화통일의 촉진을 위해서 다방면의 제반 교류를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적십자회담의 성사를 위해서 적극 협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돌발적 군사 사고의 방지와 제기되는 문제의 직접, 신속, 정확한 처리를 위해서 서울과 평양 사이에 상설 직통전화를 개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합의사항의 추진과 제반 문제의 개선과 해결, 통일문제 해결 등을 목적으로 남북조절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합의한 모든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온 민족 앞에서 엄숙히 약속했습니다.

당시 세계적인 데탕트의 분위기 속에서 이러한 내용의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었을 때, 남북 동포들의 마음에는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넘쳐났습니다. 그러나 1972년이 끝나기도 전에 남쪽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영구독재를 보장하는 유신체제가, 북쪽에서는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수령 유일체제가 등장하면서 7.4 남북공동성명의 의미와 새로운 기회는 퇴색되었습니다.

지금 살펴보아도 51년 전에 합의한 7.4 남북공동성명은 평화통일의 방향을 바르게 설정한 초석으로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그 이후에 남북 간에 맺어진 모든 합의가 7.4 남북공동성명을 토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남쪽의 보수주의자들이 흠모하는 박정희 대통령을 상부로 해서 합의된 이 성명서는 북쪽의 주체사상 신봉자들조차 아직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 문서이기에 위기 가운데 있는 한반도의 상황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제 남북은 7.4 남북공동성명의 합의에서 다시 출발해야 합니다. 평화통일을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 없이 자주적으로 이루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무력행사를 배제하고 평화적인 방법을 채택해야 합니다. 사상, 이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민족적인 대단결을 도모해야 합니다. 동시에 선전 선동의 방송과 삐라 배포를 중단하고, 당국자 간에 다방면의 접촉이 어렵다면 민간 차원의 접촉이라도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생존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1세대 이산가족의 고난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무조건적인 만남을 주선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북 상황이 불편하더라도 남북 간의 직통전화를 차단하는 일만은 없도록 확고히 약속해야 합니다.

이처럼 남북이 51년 전 합의한 7.4 남북공동성명의 내용만이라도 진정성 있게 실천하고자 한다면, 우리 한반도에는 오래지 않아 큰 평화가 도래하며 명실상부한 통일까지 성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종훈 연세대학교 교수, 평화통일연대 공동대표

정종훈 chjeong59@yonsei.ac.kr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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