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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결산① 극복하지 못한 70년 전쟁의 유산

기사승인 2020.12.31  10: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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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한국전쟁 발발 70년 되는 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6.25 70주년 기념식 연설을 통해 남북 간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고, 우리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이 없다며 남북이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한 “남과 북, 온 겨레가 겪은 전쟁의 비극이 후세들에게 공동의 기억으로 전해져 평화를 열어가는 힘”이 되길 기원한다며 “통일을 말하려면 먼저 평화를 이뤄야 하고, 평화가 오래 이어진 후에야 비로소 통일의 문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던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과도 맥이 닿아 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발표했던 김영삼 대통령의 통일정책이기도 하다.

남북의 체제 경쟁은 소련이 해체되고 동구권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도미노식으로 체제전환을 꾀했던 1990년대 초 이미 결정됐다.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남북의 국력은 GDP만 해도 5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북한의 핵은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지만, 본질에서는 약소국 북한이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벌이는 생존 보장 전략이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수교를 체결하면서 풀어야 한다. 종전선언은 기나긴 협상 과정을 가동하는 출발신호가 될 수 있다. 이는 2018년 4월 27일 발표한 판문점 선언 3항에 적시된 내용이기도 하다. 남과 북은 평화협정의 당사자로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을 적극 추진해가기로 했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열쇠를 남북이 쥐고 있어야 함을 천명한 판문점 선언은 연이어 열린 6.12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재확인됐고,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9.19 평양공동선언에서는 미국이 합의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단행하고 남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종전선언, 평화협정과 함께, 미국 스스로 북한 핵 능력의 80%에 달한다고 평가했던,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나아가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자는 합의는 2019년 2월 27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발목이 잡혔다. ‘영변+ α’를 요구하고 나선 미국은 회담 성사를 목표로 하고 나왔는지 의심스러웠다. 북한은 불편한 심기를 우리에게 풀었다. 우리 측 대화 요청을 무시하고 남북 교류도 틀어막았다.

‘하노이 노딜’ 이후 수차례 남한의 소극적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던 북한은 올해 6월 16일, 판문점 선언에 따라 세웠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남북 간 합의조차 힘있게 추진하지 못하는 남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홍수 등으로 외부 환경이 악화일로에 들어선 가운데, 정면돌파를 주창한 북한은 자력갱생을 외치며 80일 전투를 수행했다. 고강도 주민동원령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가겠다는 북한식 해법이다. 북한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은 오히려 권력의 구심력을 높이는 기재가 된다.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당과 인민이 동심원을 그리며 집단주의 위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북한은 자본주의가 아닌 주체사상의 나라임을 기억해야 한다.

잊혀진 전쟁, 한국전쟁은 유엔의 22 회원국이 참여한 국제 전쟁이었다. 회원국도 아닌 한국의 요청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정이 내려진 까닭은 미국의 입김 때문이었다. 대 소련 방어선이었던 애치슨라인을 발표했던 미국은 한반도 전역이 공산화하는 것을 막고자 참전했다. 1950년 10월 25일 중공군이 개입하자 원자폭탄 투하를 주장했던 맥아더 장군이 해임되면서 휴전협상이 시작됐다. 2년여의 공방 끝에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됐고 휴전을 반대했던 이승만 대통령은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승자도 패자도 없이 38선을 휴전선으로 대체한 채 70년 세월 동안 멈춰 서 있는 전쟁은 세월만큼이나 남북 주민들의 삶을 왜곡하고 있다.

전쟁 트라우마로 인한 적개심과 증오심은 꺼지지 않은 잔불처럼 국민 정서에 자리 잡고 있다. 자유로운 이념은 태생적으로 억압되는 반면, 반공 우선주의 사고는 남북 갈등 못지않게 남남갈등을 부추겨 민족의 에너지를 허비시킨다. 과도한 국방예산(2021년 예산: 1일 1,450억 원)과 강제 군 복무는 군사문화를 재생산한다. 지리적 단절은 반도 국가의 이점을 누르고 고립비용을 치르게 한다. 상존하는 전쟁 위협은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한다. 이 모두는 남과 북이 전쟁을 끝내지 못한 기회비용이다. 적개심과 증오심은 상처만 더할 뿐이지만 용서와 화해는 참된 안식을 부른다. 2021년 새 해에는 평화의 여명이 한반도에 가득하길 기원한다.

윤은주/ 북한학 박사, (사)뉴코리아 대표

윤은주 ejwarrior@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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