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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결산③ 대북전단 금지법

기사승인 2021.01.01  11: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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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금지법’이라 불리는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 의회 산하 인권위원회가 한국의 대북전단 금지법과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임이 알려지자 국내에서 표현의 자유와 국민이 생존권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대북전단 금지법은 어떠한 배경에서 탄생하였으며, 미국은 이에 대해 청문회를 한다고 하는 걸까.

남북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 남북 사이의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로 상대방을 중상비방하지 않을 것을 합의하였다. 이후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및 그 부속합의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 2018년 판문점 선언 및 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등에서 남북 간 상호비방 중단에 대하여 여러 차례 합의한 바, 남북 당국 간 전단 살포는 공식적으로 중단된 바 있다. 이를 배경으로 2020년 12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이나, 시각매개물의 제시 및 전단 등 살포에 따라 국민의 생명 및 신체에 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금지행위 예방으로 위해 통일부장관의 관계기관 협조요청 권한 부여 및 금지행위 위반자에 대해 소정의 벌칙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의결된다.

대북전단 금지법은 한편에서는 ‘김여정 하명법’으로도 불리는데, 2020년 6월 4일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의 담화를 시작으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비난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후 취한 조치라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대북전단 살포행위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남북 간 왕래나 접촉, 교역 등과 달리 원칙적 금지를 전제하고 이를 규제한다는 점에서 법체계상의 통일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그리고 대북전단 금지법 제정이 아닌 현행 법률로도 전단 살포행위에 대한 규제 및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또한 대북전단 금지법은 대북전단 살포행위가 일종의 의사표현이기에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위반자에 대한 처벌조항을 규정하는 것은 사전검열로 작용하여 헌법 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 또한 존재한다. 시나 폴슨 UN인권사무소 소장은 대북전단 살포행위는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활동이자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헌법 상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 제한될 수 있음을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제한을 받는다. UN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 또한 표현의 자유가 법률에 의하거나 타인의 권리 존중, 국가안보나 공공질서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제19조)하고 있다.

결국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으로 인정되기는 힘들다. 2014년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의 전단살포에 대응한 고사총 사건 도발과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사격으로 우발적 충돌위험이 고조되었던 사건처럼, 접경지역 주민들 스스로가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국가에 자국민 보호의무를 적극 요구한다면 국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의무가 있다. 실제로 접경지역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대북전단 살포중단 촉구에 대한 성명과 결의안, 대국회 청원을 제출함으로 인해 18대 국회 이후 대북전단 살포 규제에 대한 입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또한 대북전단의 실제 내용은 북한인권의 실상을 알린다기보다는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 “먹튀왕 김정은”, “형님을 살해한 악마, 인간백정 김정은”과 같은 북한의 지도자를 집중 비난하고 자극적인 사진을 넣어 보낸다는 점, 북한에서 실제 대북전단을 받아본 정치화되지 않은 북향민들의 증언 대부분이 “대북전단을 받고 우리 원수를 비난하는 말에 오히려 상당한 반감이 들었다”, “체제를 까부시자는게 말이 되나”라고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무엇보다 일부 단체에서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를 사업아이템으로 이용하여 과도한 후원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는 증언도 있었다.

개정법은 대북전단 ‘살포’의 개념에 대해서도 “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물품 등을 포함한다”고 한 규정(제2조 제3호)에 대해 제3국 대북전단까지 통제한다는 반발 또한 존재하나, 이는 우리 영토·영해 등에서 살포한 전단 등이 제3국 영공·영해를 거쳐 북한으로 들어갈 경우에만 규제의 대상이 된다. 제3국에서 하는 대북전단 살포행위는 해당 국가의 법률이 적용될 문제이며, 제3국에서의 대북전단 살포행위는 위 개정안의 적용대상이 아니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초당적 차원에서 대북전단 금지법에 관하여 청문회를 예정한 미국 의회에 대한 설득 논거는 무엇이 있을까. 미국의 연방대법원의 지트로브(Gitlow) 판결은 “표현이 해악(위험)을 가져올 경향이 있으면 위험이 명백하거나 현존하지 않더라도 규제할 수 있다”고 하며, 데니스(Dennis) 판결에서도 “해악이 중대한 경우에는 위험이 절박하지 않더라도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결국 대북전단법에 대해 청문회를 추진하는 미국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논거 중 하나는 대북전단 살포가 ‘중대한 해악’을 가져올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발생시키는지 여부, 즉 2018년부터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해왔고 동북아 평화고착을 위해 남·북한과 미국이 노력하였으나 대북전단 살포로 인하여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었던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고 그동안 추진해온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대북전단 살포에 따른 형사처벌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대북전단 살포행위가 국가의 안전보장과 공공질서라는 중대한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형사처벌의 범위 또한 ‘국민의 생명·신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로 제한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을 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전수미/ 변호사, 화해평화연구소장

전수미 waveofpe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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