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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없는 평화가 가능할까?

기사승인 2019.09.19  0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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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연구원,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개최

비핵화 없는 평화가 가능할까?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개최된 2019 KINU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한미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미국 전문가들은 대체로 비핵화 없이도 평화 실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히려 억지력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쪽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비핵화 없이 불안정한 평화는 가능할지 몰라도, 한국 정부가 원하는 안정적인 평화 구축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비핵화와 안정적 평화 구축을 희망했다. 이것이 과연 지나친 낙관일까?

18일 서울 중구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번 학술회의에선 국내 통일·북한 전문가뿐만 아니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참석해 평양공동선언과 비핵화, 한반도 평화·번영을 주제로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18일 서울 중구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2019 KINU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됐다. 통일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학술회의에선 국내 통일·북한 전문가뿐만 아니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참석해 평양공동선언과 비핵화, 한반도 평화·번영을 주제로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유코리아뉴스

9.19 평양공동선언의 의를 짚어본 첫번째 세션에서 에리카 페인 전쟁없는승리(Win Without War) 국장은 “평양공동선언은 군사적 긴장 완화에 기여했다”면서, “향후에는 평양공동선언의 주류화를 통해 남북이 민족 자주 원칙을 견지해가야 한다”고 밝혔다.

레온 시갈 사회과학연구회(SSRC) 동북아협력안보국장은 “남북미 간 추가적인 신뢰 구축 조치(CMB·confidence-building measure)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군사합의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면서 완전한 평화협정 체결에 이르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레온 국장은 또 “북미동맹은 동북아 세력균형을 바꾸어 동북아 어느 국가도 안전할 수 없는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며, 포괄적 안보 차원에서의 ‘비핵지대’를 동맹의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919 공동선언의 가장 큰 의의는 남북간 군사문제 합의에 있다”라고 밝혔다. “남북간 군축 가능성과 방향을 제시한 것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운명을 남북이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유용했다”는 것. 아울러 이 교수는 “9.19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담긴 2032년 하계 올림픽 남북공동개최에 관한 내용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선 2-3년 내엔 남북 간 교통, 통신 등의 협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제2의 몰타’라고 표현했다. “유일하게 남은 냉전지역이 평화로 가는 여정이 판문점과 평양 선언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2032년 하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남북연합 단계로 가는 과정이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며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김갑식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평양공동선언 당시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 주민과의 접촉을 확대한 부분을 높이 샀다.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남한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냈던 15만 평양시민의 경험이 향후 북한 변화의 중요한 자산으로 기능하리”라는 예측이다. 그런가 하면 “남북 모두 강화되고 있는 안보 프레임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군사합의와 교류협력 분야의 성과에 대해 짚어본 두 번째 세션에서 알렉산드라 벨 군축·비확산센터 선임정책국장은 “남북 군사합의서의 실질적 이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난관 직면할 수 있다”며, “작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교 부교수는 “군사 분야의 합의가 활발히 이행되지 못한 원인을 하노이 회담 결렬에서만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그 이전부터 군사합의 이행에 관한 문제점은 없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한반도 프로세스가 재개되면 재임 가능성이 없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도 당부했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연구원(38노스 편집장)은 “적대 행위를 청산하고 군사력을 확대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지만, 조항이 모호한 탓에 이견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현재 북한이 한국에 군사합의서를 위반했다고 비난하는 가운데서도, 한국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조치가 군사합의서 위반이라고 말하는데 조심스러운 애매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알렉산더 워드 VOX 기자는 “트럼프 정부는 남북 군사합의의 진전에 대해선 전혀 관심 두지 않고 비핵화만을 얘기한다”면서, “북미 관계 진전 없이 할 수 있는 스몰 스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평화협상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최소 규범은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한미 간의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구 교수는 “동북아 차원의 군비경쟁이 높아지리라 예상되는 안보 환경과 미국의 유엔군사령부 재강화 움직임 등이 맞물리면서 남북 사이의 안보 딜레마는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럴수록 역사적인 군사 분야 합의서의 실행방안을 남북한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남북관계의 과제는 안보와 교류의 불균형이었다”면서, “그런 점에서 남북교류보다 군사 분야의 합의가 진전됐다는 점은 매우 유의미하다”고 평했다. 

북한 비핵화 상응조치 방안에 대해 토론한 세 번째 세션에서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자국이 가진 핵 억지력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화학 무기는 제외하고 북한 핵과 미사일 역량을 제한하는 ‘잠정적 합의’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는 종전선언,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 축소, 대북 추가제재 방지 약속, 특정 남북경협프로그램(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승인에 대한 제재 예외 허용, 일부 유엔 제재 중단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근본적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아니라 비핵화를 어떻게 가능하게 하느냐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홍 연구실장은 “그런 차원에서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 프레임에 대응할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의 사회 가운데 진행된 종합토론 순서에서 레온 시갈 사회과학연구회 동북아협력국장은 “북한이 정말 비핵화 의지를 가졌는지 아닌지에 대해선 양쪽 모두 증거가 없는 만큼,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핵심”이라며, “그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선 협상을 계속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유코리아뉴스

이어진 종합토론에선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가 “비핵화 없이 평화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패널들에게 던졌다. 아인혼 박사는 “유관국이 강력한 억지력을 확보하고, 북미, 남북 간 신뢰 구축 조치가 이뤄진다면 비핵화 없이도 평화는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이 북한을 파키스탄처럼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용인하자는 뜻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레온 시갈 국장은 “비핵화 없이 평화는 가능하지만, 평화협정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없이 의회로부터 평화협정을 승인받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이다. 레온 국장은 “북한이 정말 (비핵화) 의지를 가졌는지 아닌지에 대해선, 양쪽 모두 증거가 없다”면서,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무엇을 원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선 협상을 계속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은 “북한이 말한 비핵화는 조건부 비핵화”라고 짚었다. “이는 무조건 핵을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핵을 포기해도 되는지 테스트를 하겠다는 의미”라며, 결국 북한을 비핵화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소장도 같은 맥락에서 “모든 것이 경로 의존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의제부터 찾는 노력이 필요하되,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입장은 단호하게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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