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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흑룡강성 한 조선족학교의 ‘70년 다짐’

기사승인 2019.08.07  19: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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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흑룡강성 둥닝현의 유일한 조선족중학교인 둥닝(东宁)조선족중학교가 건립 70주년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지난 4일 둥닝조선족중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건립 70주년 대회에는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도 학교 동문, 재학생, 지역 당 관계자, 동닝조선종중학교(동조중)가 위치한 삼차구조선족자치구 마을주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4일 중국 흑룡강성 둥닝현의 유일한 조선족중학교인 둥닝(东宁)조선족중학교 건립 70주년 대회 경축연 모습. ⓒ유코리아뉴스

사회주의권 국가에서 정주년(매 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은 특별히 기념하는 해이다. 이번 건립 70주년은 더욱 그렇다. 동조중은 (사)뉴코리아(이사장 이만열)가 지난 2012년부터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풍물을 가르쳐 왔다.

동조중 박호석 교장은 “뉴코리아는 우리 민족과 평화로운 세계를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라며 “우리말 수준을 높이기 위해 조선어문 공부에서 우수한 학생들에게 많은 고무와 격려를 주어서 학교 학생들이 우리말을 배우는 데 새로운 흥취와 열의를 갖게 해주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우리 학교 자녀 학생들에게 사랑을 심어주었다”고 소개했다.

둥닝(东宁)조선족중학교 박호석 교장 ⓒ유코리아뉴스

이 같은 공로로 학교 측은 (사)뉴코리아에 공로패를 전달했다. 공로패를 받은 10여 명의 개인과 단체 관계자 중 한국 참석자는 뉴코리아가 유일하다. 뉴코리아 윤은주 대표는 인사말에서 “작은 베풂이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조선의 말과 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진 학생들과 선생님 때문이었다”며 “동닝조선족중학교 출신들이 남북의 화해와 동북아 평화를 견인하는 일에 앞으로도 귀한 역할을 감당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윤은주 뉴코리아 대표(왼쪽)와 윤병선 선생 ⓒ유코리아뉴스

2012년부터 둥닝조선족소학교 학생들에게 풍물을 가르쳐온 김한나 변호사(뉴코리아 감사)는 “그때는 초등학교 아이들이었는데 이제는 70주년 행사에 연주자로 나올 만큼 스스로 배우고 참여하는 모습이 굉장히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1949년 3월 9일 개교한 동조중은 지금까지 6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 중에는 북경대, 절강대, 중앙재정대, 남개대, 대외경제무역대, 무한대학 등 명문대 진학은 물론 공직자, 사업가 등 다양한 분야 활동가들이 많다. 특히 축구부는 물론 문예부 등은 흑룡강성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꼽히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동문, 재학생, 교사들의 화려한 공연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했다. 재학생들이 케이팝스타 BTS의 ‘Fire’를 힘찬 댄스로 선보이는가 하면 동문들이 ‘아 금강산 일만이천 봉마다 기암이요 한라산 높아 높아 속세를 떠났구나’라는 가사의 ‘조선팔경’을 경쾌한 민속춤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4일 둥닝(东宁)조선족중학교 건립 70주년 대회 경축연 모습. ⓒ유코리아뉴스
둥닝(东宁)조선족중학교 건립 70주년 대회 경축연에서 사물놀이를 선보이고 있는 중학생들. ⓒ유코리아뉴스
4일 둥닝(东宁)조선족중학교 건립 70주년 대회 경축연에서 중학생들이 BTS의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둥닝(东宁)조선족중학교 건립 70주년 대회 경축연 모습을 부지런히 스마트폰에 담고 있는 사람들. ⓒ유코리아뉴스

 

동조중을 설립하기까지는 조선족들의 눈물겨운 애환과 수고가 많았다. 한 조선족은 상금으로 받은 황소 한 마리를 학교 설립에 선뜻 내놓기도 하고, 학교 운영비 마련을 위해 짐꾼 일을 자처한 이들도 있었다. 인부들을 대신해 교사, 학생, 주민들이 벽돌을 굽고 건물을 짓거나 웅덩이를 메꿔 운동장을 만든 것이다. 박 교장은 “우리 학교 교육의 남다른 책임감은 바로 이런 데서 나온다”며 “이번 70주년 행사는 새시대 민족교육을 향한 전진을 멈추지 말자는 희망의 행사”라고 강조했다.

초창기 학교 건립에 직접 참여했던 모교 출신이기도 한 윤병선 선생은 그 날을 회상하며 “빈손으로 시작한 모교는 조선족들의 삶을 바꾸겠다는 아주 소박한 꿈을 갖고 70년을 견디어 왔다”며 “15세의 나이 때부터 꿈을 키워온 지난날이 눈물겹다”고 말했다.

윤 선생은 특히 지난 1957년 학교가 지금의 삼차구로 이사올 때를 회상하며 “일본놈들이 버리고 간 일본식 관사를 허물고 그 벽돌을 일일이 날라 학교 건물을 세웠다”며 “배움에 목말랐던 우리, 밤과 낮을 이어가며 일하고 공부했던 나날들, 자정이 넘어 선생님 몰래 촛불 켜놓고 공부하던 기억들이 새롭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윤 선생은 “이런 노력들이 있었기에 수천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교수, 고급 관리들을 배출할 수 있었다”면서 “개혁개방의 물결을 타고 대도시에서, 연해주에서, 해외에서 힘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랑스럽다. 시대는 전진하고 사회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사생(교사) 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속에서도 새로운 사생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감격해 했다.

둥닝(东宁)조선족중학교 건립 70주년 대회 경축연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강당 입구까지 들어차 있다. ⓒ유코리아뉴스
둥닝조선족중학교과 나란히 위치한 둥닝조선족소학교 전경 ⓒ유코리아뉴스

1985년부터 1997년까지 둥닝조선족소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던 천명헌 동문은 “교사들은 우리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굳은 신념과 희망을 가르쳐 주셨다”며 “그것 때문에 우리는 작은 벽촌마을에서 더 넓은 세상으로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하지만 조선족들이 한국 등 타지역으로 대거 이주하고, 한족과의 결혼 등으로 동화되면서 조선족사회는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학교 입학생이 줄어들고, 그만큼 학교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민족교육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이 한목소리로 교사들을 격려하고 동창생들에게 물심양면의 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교장은 “동조중의 지난 70년의 시간이 온갖 장애를 뚫고 만난을 극복하는 전진의 시간이었던 만큼 지금과 앞으로의 어려움도 교사, 동문, 학생들이 똘똘뭉쳐 반드시 헤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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