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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평가와 의미: 파빙지유(破氷之遊)의 성과와 향후 과제

기사승인 2017.12.27  09: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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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87호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공식 방중 및 한중 정상회담은 올 10월 31일 양국 간 사드 합의에 이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파빙지유(破氷之遊), 사드문제로 얼어붙은 양국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행보로서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바라보는 중국 언론의 은유이다. 양자관계의 모범으로 순항을 거듭해온 한중 양국관계는 박근혜 정부시기였던 작년 7월에 사드문제로 인해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사드반대’ 입장을 천명한 상황에서, 중국이 사드문제의 해결을 기대했던 문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한국에 사드가 배치 완료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및 양국관계 개선은 결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과 제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악화된 한중관계는 미궁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31일 한중 양국 정부가 사드갈등을 어렵게 봉합하고 관계정상화에 합의한 가운데, 2차례의 정상회담에 이어 최초의 국빈방문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3불’입장(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에 들어가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에 대한 한중 간 해석이 서로 미묘한 차이를 나타내는 상황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중수교 25주년이 지나가기 직전인 올해 12월 1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고,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북핵문제와 한반도평화체제와 관련한 4원칙에 한중 정상간 합의가 이루어졌고,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드관련 언급을 최소화했으며, 리커창 총리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제재가 종식될 것임을 암시함으로써 한중관계 개선의 청신호가 켜졌다. 야당과 일부 언론의 억측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드문제로 상당한 퇴행을 겪었던 한중관계가 문 대통령 취임 6개월 만에 정상궤도로 올라갔다는 점에서 이번 방중은 매우 중요한 성과와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한중 정상이 북핵문제 및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한 원칙적 합의에 이른 동일한 시점에 미국과 북한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또한 사드문제가 한중 양자의 문제가 아닌 북핵문제와 얽혀 제3자로 인해 야기된 문제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여전히 잠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중관계는 앞으로도 풀어야 할 적지 않은 문제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무엇이 논의되었는가?

사드문제에 대한 양국간 일치된 입장이 부재한 가운데 여전히 봉합적 수준에서 이루어진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그 결과를 공동성명이 아닌 언론 발표문을 통해 개별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하지만 청와대의 언론브리핑이나 중국 신화통신의 기사 내용을 보면 이번 회담에서 한중 정상간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각자의 발표내용은 대체로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선 북핵문제 및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 한중 양국정상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용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 견지 ▲북한문제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등의 4대 원칙에 합의하였다. 물론 이러한 합의 내용은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적시한 것을 제외하면 기존 중국이 견지해온 한반도 정책의 기조인 3대 원칙(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과 다르지 않다. 즉 원칙적 수준의 합의일 뿐, 이를 구체화하는 방법론상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가운데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번 합의는 전쟁 불용과 함께 남북간의 대화를 통한 관개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대화국면을 이끌어가기 위한 양국 정상의 적극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국내적으로 많은 의문과 논쟁을 야기했던 사드문제와 관련해서도 양국 정상간에 일정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사실상 지난 10.31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도자들의 사드문제에 대한 역사적 책임 거론 등과 같은 지속적인 강성 언급으로 인해 사드문제가 봉인되었다던 청와대의 발언에 대해 국내에서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중국 측의 발표에 따르면 마지막 부분에서 시진핑 주석이 사드문제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재천명하며 "한국 측이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간략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물론 이것으로 사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전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관련 압박으로까지 읽힐 수 있었던 강성 발언과는 사뭇 다르게 사드문제를 가지고 한국과 더 이상 갈등을 겪지 않으려는 중국식 출구전략의 의도가 드러난다.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받은 바둑판을 보고 있다. ⓒ청와대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과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서 1년 6개월간 중단되었던 한중 양국간 협력의 실제적 복원과 관계 개선에 있었다. 우선 양국 정상이 직접 대면은 물론 전화통화와 서신교환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을 활용한 정상 간 핫라인을 구축해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경제·통상·사회·문화·인적교류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양국 간 기존 협력을 정치·외교·안보·정당 간 협력 등의 분야로 확대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정상 차원은 물론 다양한 고위급 수준의 전략적 대화를 활성화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양국간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일정 수준에서 억제하려는 양국 지도자의 공유된 인식의 결과이다.

특히 국내적으로 관심을 모은 것은 사드문제 이후 진행되어 왔던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제재 및 보복조치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어떻게 풀릴 것인가 였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사드 보복 피해를 입은 한국 기업과 경제계가 회복하는 출발점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수반인 시진핑 주석과는 신뢰를 바탕으로 큰 틀의 회복방향을, 경제정책을 관장하는 리커창 총리와는 구체적 해결분야를 모색했다.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리커창 총리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되었던 양국 간 협력사업이 재가동 될 수 있을 것"이며, 문 대통령의 사드보복 철회 요청에 대해 “일부 한국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나 투자환경이 악화된 것은 아니며 중한관계가 발전하면 한국기업은 많은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사드보복의 철회를 암시하였다. 이로써 향후 한중 경제관계의 복원은 본격적인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평창올림픽에 앞서 유통 및 관광분야에서 제재조치가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사드문제로 인한 한중간 갈등은 과연 해소되었는가?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방중과 한중 정상회담은 역진하던 한중관계를 다시 정상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해석할 수 있다. ‘홀대론’이나 ‘혼밥’과 같은 의전문제나 기자 폭행 등의 억측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빈방문이란 형식적 면에서도 기본적인 예우가 갖춰졌고, 내용면에서도 경색되었던 양국 관계가 호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되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한중 양국정상은 일정한 온도차이가 있었지만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실질적 진전에 대해 이해를 같이 하였으며, 사드로 인한 갈등국면을 일단락하고 양자관계의 정상적 복원의 의사를 재확인하였다. 국내적으로 일부 보수매체의 비판여론과 달리 필자가 참석한 정상회담 직후 몇 차례 개최된 한중간 전문가회의에서도 양국 학자들은 한중관계 정상화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 및 언론매체도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와 함께 “한국 측이 관계 회복을 위한 성의를 보였다”는 긍정적 평가를 보였으며, 이는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도발에 대한 필요하고도 정당한 조치라는 우리 측의 입장과 달리 사실상 사드문제에 관한 중국의 반대 입장은 여전하다. 이번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이전에 열린 기존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의 이러한 반대 입장은 재차 천명되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사드문제 그 자체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잘 처리하자”는 내용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 시진핑 정부의 배려로 읽혀지며, 한국측에 사드문제의 지속적인 제기가 피로감을 가져오면서 자칫 한중관계 복원의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사드문제에서 한국에 대한 압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미중간 전략적 경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사드배치 반대가 중국의 근본적 정치적 입장이라는 점에서 향후 한국의 사드 추가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대한 재차 침해로 간주되며 안보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수용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의도가 10.31 합의에 대한 중국측의 해석에서 한국의 3불 입장 천명을 ‘3불 약속’으로 발표하게 한 배경이다. 사드문제에 대한 중국의 요구에 문재인 대통령은 추가 배치는 없고, 중국을 겨냥하는 MD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적 입장을 표명할 뿐이다. 중국측이 자의적으로 이를 ‘3불 약속’이라 언급하지만 이는 국내적으로 주권에 대한 침해라는 비판과 함께 사드사용의 제한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한중정상회담이 한중관계의 복원과 개선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을 제공해준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될 적지 않은 문제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것은 한중관계가 사드문제를 기점으로 분명히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특히 안보 영역에서 이전과 달리 갈등이슈가 항시적으로 촉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3자의 개입으로 인해 사드문제의 여진 혹은 사드문제와 유사한 또 다른 안보 이슈가 언제든지 양국관계 발전을 제약할 위험성이 항존하는 이른바 ‘뉴노멀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사드문제는 본질적으로 한중 양국 간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질서에서 미중 간 세력전이가 본격화되면서 나타난 구조적 차원의 갈등이슈이다. 다시 말해서 급속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가 초래한 중-미 사이의 세력전이와 경쟁구조의 본격화에 따른 갈등이 한반도에서 발화된 것이다. 따라서 한중 간 사드갈등은 본질적으로 양자 간의 문제가 아니며, 그 해법 역시 양자관계 수준에서는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해법도출이 불가능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런 인식에 기초한다면, ‘10.31 합의’나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의 합의로 인해 한중관계가 사드 이전 시대로 회복되었다는 것은 다소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따라서 미래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양국관계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되며 제3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의 내용과 형식이 요구된다. 북핵 문제나 사드 문제는 모두 기본적으로 제3자의 행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미중의 전략적 갈등이 한중관계에 투영되거나,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가 몇몇 전략적 사안에 대한 한중 사이의 이견을 확대시킨 것이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는 바로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북핵문제 및 한반도평화체제와 관련한 4대 원칙의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정상간 핫라인의 재개와 함께 다양한 고위급 전략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의 의의는 구조화되고 항존하는 지역 안보위기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여지와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다는 정도의 제한적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사드문제나 북핵문제는 한중 양자 간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속적 북핵도발이나 북미간 갈등고조에 따라 재연될 수 있으며, 따라서 향후 한미중 3자대화 혹은 남북미중 4자대화 등의 방식으로 논의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논의구조 전환에 대한 언급이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한계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사드문제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해법은 아니더라도,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합의는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우선 양국관계에서 안보이슈는 구조적 제약이 크게 작용하지만, 그 밖의 비전통안보 영역에서 교류협력에 따른 공동이익의 공간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한중 양국 간 경제, 문화, 인적 교류의 안정적 발전이 가져다 줄 공동의 이익은 양국 모두에게 여전히 크고 중요하다. 특히 경제교류의 확대는 한중 양국관계 발전의 최대의 기반이자 추동요인이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양자관계 수준의 갈등이슈도 아니고, 단기적 해결이 쉽지 않은 사드문제에 매몰되어 여타의 교류마저 후퇴하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큰 손실이다.

한중 정상회담 이후를 위한 과제와 전략은?

그렇다면 사드배치가 기정사실화된 현 시점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일까? 한중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중국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19차 당대회를 통해 집권 2기를 출범한 시진핑 정부로서는 강국 건설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한 장기적 경로에서 주변외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사드배치로 갈등이 빚어진 한국과의 관계 개선은 바로 이러한 주변외교의 성패를 가늠하는 시금석인 셈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단계를 나누어 점진적인 방식으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즉 한국이 이미 더 이상의 사드배치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한 가운데 정상적인 정치, 경제관계를 복원하여 한중관계의 장기적 고착과 악화를 방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북핵문제를 이유로 중국의 안보이익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한국의 입장과 북핵문제로 야기된 한국의 안보위기에 대한 중국측의 이해에 근거하여 한중이 공동으로 외교적 대화의 방식으로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협력의 접점을 찾은 셈이다. 앞에서 언급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간 4대 원칙의 천명이 이를 보여준다.

현재 북핵문제는 이미 중요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핵무력의 완성을 선포하였으며, 이로 인한 결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첫째, 북핵문제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어 한반도 및 동북아의 정세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둘째, 이와 모순되게도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시대 북한의 기본정책은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집약되며, 핵능력 건설이 일단락된 시점에서 경제건설이 더욱 중요한 의사일정에 올라갈 가능성이 짙다. 물론 최근 핵능력의 질적 강화를 강조하면서 핵, 미사일 실험이 계속될 수도 있지만, 내년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경제건설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북핵문제는 지난하겠지만 새로운 협상의 시기로 나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북한은 핵보유국을 천명하며 비핵화를 교환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협상을 통한 정세의 완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약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틸러슨 국무장관이 공개 강연에서 표명한 북한과의 무조건적 대화 의사는 비록 백악관의 다른 목소리와 함께 철회되어 그 현실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미국 역시 북한과의 협상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의 핵능력 개선에 따라 미국의 전쟁 발동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트럼프와 틸러슨간에 의견 불일치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협상의 시기와 조건의 문제일 따름이다. 북한에 더 한층 압박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는 제한적이며, 효과 또한 제한적인 상황에서 미국의 선택은 압박보다 대화에 둘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 양국은 상호간의 이견을 좁히고 입장을 조율하여 북핵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다. 북핵문제에서 한중 양국은 전쟁 반대와 비핵화 입장 견지라는 가장 큰 공동의 이익을 가지고 있다. 북핵문제가 계속해서 악화일로를 걸어간다면 한중 양국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한중 양국의 공통된 이익은 북한과 미국 등 이해당사국을 협상으로 이끌어 내서 위기 국면을 통제하고 북핵문제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길로 이끌어내는 것에 있다.

하지만 한중관계는 이처럼 북핵문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북핵문제에서 벗어날 필요도 존재한다. 북핵문제는 중국의 특수한 역사와 현실 상황과 관련되어 있으며 또한 한국의 급박한 안보이익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한중 양국의 입장 차이는 정상적인 것이다. 다만 이러한 안보상의 불일치로 인해 전체 관계가 동요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북핵문제와 관련해 한중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더욱 근본적인 방법은 양국을 포함한 3자, 4자, 6자 대화를 매개로 역내 다자간 안보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며, 바로 이러한 광범위한 안보협력을 통해 양자관계를 안정화시키고 효과적인 안보기제를 통해 양자의 의견불일치를 해결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한국의 신북방정책 및 신남방정책의 연계협력을 통해 한반도 및 동북아의 지정학적 갈등을 풀어나갈 새로운 해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 소개

원동욱은 한국교통연구원 동북아북한센터 책임연구원, 동북아시대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쳐 현재 동아대학교 중국일본학부 책임교수로 재직중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과 학사를 마치고 중국 베이징대학교 국제관계학원 석·박사를 졸업했다. 그는 현재 중국의 동북지역 및 일대일로에 대한 연구를 통해 북방경제협력을 위한 계획수립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논문과 저서로는 “중국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한중협력을 위한 제언”(2015), “변경의 정치경제: 중국의 동북지역 개발과 환동해권의 국제협력”(2015), 「중국 동북지역 개발과 신북방 경제협력의 여건」(2013), 「국제운송회랑의 새로운 지정학: 유라시아 실크로드 구축을 위한 협력방안 연구」(2015) 등이 있다.

*본 칼럼의 저작권은 동아시아재단에 있습니다.

원동욱 china@dau.ac.kr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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