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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영토조항, 독일처럼 통일 전까지는 남한에만 국한”

기사승인 2017.09.29  17: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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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평화연구원,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헌법개정의 바람직한 방향과 그 내용’ 주제 포럼 개최

헌법개정 시기가 내년 6월로 다가오고 있지만 헌법개정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몇 번 언론에 소개된 대통령 임기와 의회 형태, 선거구 제도 등 정부 형태에 대한 것만, 그것도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게 고작이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평화연구원(KPI·원장 윤덕룡)이 28일 오후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헌법개정의 바람직한 방향과 그 내용’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기본권, 정부 형태, 지방 분권 등이 평화통일에 맞게 손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KPI 윤덕룡 원장은 “헌법 개정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는 게 KPI의 주된 관심이다. 평화통일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과감하게 개정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지금 논의 과정이나 내용의 빈약함으로 볼 때 이러다가 너무 졸속으로 헌법 개정이 이뤄져 또 다른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헌법개정의 바람직한 방향과 그 내용' 포럼 모습. 한경태 변호사, 박종운 변호사, 이준일 고려대 교수, 박명규 서울대 교수, 이해완 성균관대 교수, 이국운 한동대 교수, 이흥용 건국대 교수(왼쪽부터). ⓒ유코리아뉴스

이날 포럼에서 기본권에 대해서는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정부형태 및 선거제도에 대해서는 이해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방분권에 대해서는 이국운 한동대 법학과 교수가 각각 발표했다. 사회는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맡았다.

우선 토론부터 소개하면 이렇다. 이흥용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의 존재를 구속하는 가장 큰 문제는 분단”이라며 “따라서 헌법 개정도 당연히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분단 극복 없이는 온전한 생활이 불가능한데, 국민을 주름지게 만드는 국가보안법 문제나 사상이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문제가 헌법 개정에 담겨야 하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하민)는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무력시위, 트럼프의 북한 궤멸 발언 등으로 ‘이런 위기 상황에서 무슨 개헌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통일 말고 갑자기 통일이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평화통일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통일을 전후해 북한 거주민과 남한 거주민이 동일한 인권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밝혔다. 헌법 기본권 관련 부분 개정시 충분한 수렴 절차와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경태 변호사(법무법인 에셀)는 “기본권을 강화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선제적으로 모델을 보이는 것이기에 통일과 연관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본권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청중들도 헌법 3조의 영토조항 개정의 필요성, 지방분권시 남북문제의 방향 등에 대해 질의했다.

28일 열린 한반도평화연구원(KPI) 주최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헌법개정의 바람직한 방향과 그 내용' 포럼에서 이흥용 건국대 교수(오른쪽)가 국민들을 옭아매고 있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 국가보안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이에 대해 이준일 교수는 “헌법 3조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근거조항이 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처럼 북한을 영토로 보되 통일 전까지는 남한에 국한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해완 교수 역시 이준일 교수의 독일식 영토조항 도입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서독은 우리의 헌법격인 기본법 23조에서 “기본법은 우선 서독 지역에 유효하고 독일의 다른 부분(동독)에서는 편입 이후에 발효될 수 있다”고 규정했었다.

하지만 이국운 교수는 “이준일 교수의 독일식 영토규정이 대안이지만 북한이 갑자기 무너지는 상황에서 북한에 있는 우리 국민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언제든 급변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준일 교수는 기본권 개정 방향과 관련, “그동안의 헌법개정 논의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권력구조에 대한 것이 주를 이뤘다”며 “앞으로는 민주주의 본질에 맞춰서 시민이 주도하는 헌법개정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체복무제 인정과 정치인들에 대한 임기 내 소환, 국민저항권, 소수자 차별금지 등이 개정된 헌법에 명시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국민저항권과 관련해서는 “헌법 전문에 명시한 대한민국이 3·1운동, 4·19혁명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곧 국민기본권을 포함한 헌법정신에 위반한 국가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국민저항권을 헌법에 규정하는 것은 지금까지 이어온 헌법 정신을 잘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차별 금지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성적 지향’에 대해서는 헌법보다는 법률 차원에서 다루는 게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기본생계, 보건, 주거 등도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판단이다. 공무원의 정치참여도 마땅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금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혀 헌법개정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며 “과연 내년 6월 헌법개정이 이뤄질지에 대해 많은 헌법학자들이 회의적”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해완 교수는 남북 통일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걸 전제로 갈등해결 기구를 미리 만들고 이걸 남한에서부터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취하고 있는 일당독식 시스템이 아닌 독일, 핀란드 등 유럽 선진국가가 취하고 있는 합의제 민주주의가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합의제 민주주의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서로 연대해가면서 정치를 하도록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국운 교수는 “헌법 개정의 가장 핵심은 입법권을 분권화하는 것”이라며 “국가, 지자체가 입법 기능을 나눠갖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직접 민주주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이젠 직접 민주주의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대의제를 보완하거나 견제하고 대의제 구성원들을 긴장하도록 하는 것은 직접민주주의 외에는 없다. 우리가 언제까지 촛불 들고 광화문에 나가서 행동민주주의를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28일 프레스센터에서 KPI가 주최한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헌법개정의 바람직한 방향과 그 내용' 포럼에서 박종운 변호사(왼쪽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국무총리직의 폐지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지금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참여하는 국무회의가 있는데도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시스템”이라며 “청와대는 안보 비서관 등 일부만 두고 대통령이 직접 국무위원들과 청사에 앉아서 일주일에 2~3번 정도 국무회의를 열어가면서 국정의 중심에 서서 국정을 운영하는 게 대통령 본의는 물론 직선제로 뽑은 국민의 기대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장 한 명이 13명의 대법관과 3000명의 판사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기존 제도도 국회에서 사법행정위원회를 구성해 판사 임명 등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검찰도 똑같은 방식으로 뽑을 수 있다고 했다.

박명규 교수는 “오늘 헌법개정 논의가 굉장히 풍성하게 진행됐다”고 말하고 “만약 오늘 논의를 국회에서 했다면 대통령 임기 등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이다. 그래서 헌법 논의를 정치권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이유”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KPI는 이날 나온 헌법개정 관련 내용들을 국회에 정식 제안할 방침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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