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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 한국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기사승인 2017.09.14  13: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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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재단 ‘정책 논쟁’ 제82호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혁명이 곧 다가온다. 이번 변화의 규모와 범위는 인류가 이전에 경험했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깊고 광범위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리는 이를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변화를 갈망하는 정치경제 상황과 맞물려 이 용어가 우리나라에서 특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용어의 정당성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학자들은 컴퓨터 기술로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의 연속에 불과하며, 기하급수적인 성장과 확산의 착시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변화를 무엇이라고 지칭하던 이 기술의 본질과 그것이 가져오는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변화의 핵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AI는 지적 능력이 필요한 일을 기계에게 시키고자 하는 기술이다. AI는 고도의 자동화를 추구한다. 사람의 개입 없이 기계가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상황에 대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또 AI는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 능력을 추구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또 제한된 자원으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기술이다.

또한 AI는 기계가 ‘사람처럼’ 소통하게 하는 기술이다. 즉 기계가 보고, 듣고, 언어를 이해하며 또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런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언어를 자연스럽게 번역하며, 퀴즈대회에서 사람의 언어로 사람과 경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기계가 이러한 능력을 갖추게 되면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많이 쉬워진다. 자연스러운 인간의 언어로 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물건을 보여 주면서 찾아오라고 할 수도 있다.

이전의 산업혁명은 육체노동을 경감하는 기계의 혁명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생각을 자동화하는 AI의 혁명이다. AI가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정신노동까지도 대신한다. 따라서 이번의 변화는 충격적이다. 그 영향은 깊고 넓으며, 변화 속도도 매우 빠르다. 경제와 산업은 물론이고, 우리의 일상생활과 사회 전반을 크게 바꾼다.

AI가 새로 시작된 기술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70년 전에 시작된 컴퓨터 기술의 발전일 뿐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AI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미 70년 전에 알려졌다. 현재는 소프트웨어(SW)의 일부만이 AI 기능을 갖고 있지만 이제 곧 모든 SW가 감지하고, 추론하며, 지능적 행동을 하는 AI 기능을 갖게 될 것이다. AI를 사람 같은, 혹은 사람을 능가하는 능력의 SW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전문가의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AI에 더하여, 데이터에서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기계학습 기법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따라서 AI의 성패는 훈련시키는 방법(알고리즘)과 계산을 수행하는 강력한 컴퓨터, 그리고 훈련에 참여하는 데이터의 양과 품질이 좌우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좋은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면 학습을 통해서 우수한 AI를 만들 수 있다. AI 개발 경쟁은 이제 데이터 수집 능력의 경쟁이 되었다.

요즘 경제사회 변화의 큰 특징은 전 산업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융합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데이터와 SW기술로 혁신한다. 따라서 업종간의 벽이 없다. 검색 회사인 구글이 자율자동차를 개발하고, 산업기기 제조회사인 GE가 스스로 데이터와 SW회사라고 선언했다. 몇 년 전 “구글이 죽음을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타임>지의 커버를 장식했다. 구글은 의료기기를 만들지도 않고, 의약품을 생산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회사가 왜 이런 질문을 받는가?

SW능력이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 반대로 SW능력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디지털 기업들이 데이터와 SW능력으로 경쟁의 법칙을 바꾸고, 기존 질서를 파괴하며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월스트리트 저널>지에서는 “SW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우리 언론은 이것을 SW혁명이라고 부른다.

글로벌 디지털 회사들이 AI를 선점하고 이를 이용하여 혁신을 선도한다.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등이 바로 이들이다. 중국에서도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가 사회 변화를 선도하며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뱅크의 돌풍에서 보듯이 디지털 기업들이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AI의 경제효과는 막대하다. 2030년 선진국의 GDP 성장률은 두 배가 되고, 노동생산성은 35% 향상될 것이다. 더 이상 AI를 생산성 향상의 단순한 촉진제로 보지 않는다. 자본, 노동과 같은 수준의 새로운 생산요소로서 인식한다. 해외 주요국가들이 AI의 영향력에 주목하여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AI 기술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우리의 AI 능력은 얼마나 될까? 우리의 기술 수준이 선진국 대비 2년 6개월 뒤졌다고 하기도 하고 미국의 75% 수준이라고 한다. 근거가 희박하다. AI의 상위 개념인 SW 산업에서 우리는 세계시장의 1% 규모다. 국가 순위로는 17위다. 스위스의 한 은행은 우리의 4차 산업혁명의 준비 지수는 25위라고 발표했다. 우리의 기술 수준이 얼마인지 짐작할 수 있다.

AI능력 확보를 위하여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전문가의 양성이다. AI 전문가는 물론 컴퓨터 전공자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서울대학교 컴퓨터 전공의 학사과정 입학 정원은 55명으로서 공과대학 총 정원의 7%이다. 미국 Stanford 대학의 44%, 660명에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고등학교에서 컴퓨터 과목을 수강한 학생은 2000년에는 85%이었으나 2014년에는 5%로 줄어들었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거꾸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주요 국가들의 대책은 단순히 기술개발 전략만이 아니다. AI가 가져오는 경제, 사회는 물론 개인의 삶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하여 교육, 노동, 복지, 법·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심지어는 국가 재설계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AI의 확산은 개인, 국가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겠지만 또한 기존 질서를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도 많다. 잘 준비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신장하는 방향으로, 또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전이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AI로 인한 혁신과 변화가 일상화되는 시대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기업과 근로자의 창의력 발휘’를 AI 시대의 으뜸 대책으로 설정했다. 건전한 경쟁을 통하여 상품과 서비스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회사들이 생겨서 기존의 회사들과 경쟁하는 생태계를 추구한다.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정의로운 사회가 AI가 가져오는 유토피아다.

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정책 방향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정책이 역동적이고 공정한 사회, 창의력 발현 촉진에 맞춰져야 한다. 젊은이들의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 혁신의 기술을 가르치는 훈련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글로벌 인재 전쟁에도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일자리 패턴 및 노동의 형태 변화에 대한 대응, 양극화되어가는 사회에도 대응하여야 할 것이다. 고용 형태가 급격하게 변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의 경직성은 경쟁을 저해하고 불평등을 야기한다. 창업과 채용을 기피하게 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갈등을 고조시킨다.

우리 문화가 SW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개방, 공유, 참여의 정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는 기술을 민주화하고 사회적 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 힘을 합하여 같이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정신이 핵심이다. 아이디어의 보호, 점진적 개선, 재사용, Mashup 등을 일상화 하여야 한다. 기업 문화도 개방과 공유를 통한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AI의 확산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시사점은 매우 크다. 우리 민족은 산업혁명을 늦게 받아들임으로써 나라를 빼앗기고, 남북분단의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산업사회의 끝자락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헌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몰려온다.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산업사회에서의 성과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핵심기술인 AI의 능력과 가치, 그리고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기술에 의한 사회 변화를 잘 관리해야 한다. 산업사회에서 만들어진 법, 제도의 핵심 정책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고 이해 관계를 조율하기 위하여 국민과 적극적 소통도 필요할 것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 소개

김진형은 현재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으로, 1985년부터 KAIST 전산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동 대학에서 명예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그는 UCLA 대학원에서 전산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또한, 미국 Hughes AI Center에서 선임연구원 (1981-1985), 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1995-1999), 및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2013-2016)을 지냈다. 더불어 국제패턴인식협회 석학회원, 한국정보과학회, 한국인지과학회, 대한의료정보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본 게시물의 저작권은 동아시아재단에 있습니다.

김진형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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