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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정부, 공정경쟁 감시가 우선

기사승인 2017.05.01  10: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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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진로를 탐색하다 : 차기 정부를 위한 정책논쟁(경제)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72호-

한계에 봉착한 한국경제 : 큰 그림을 찾아서

한국경제는 성장과 분배 모두에서 성과가 좋지 못하다. 성장은 과거에 비해 크게 둔화되었다.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경제는 활력을 잃고 있으며 지금까지 성장을 이끌어 온 수출산업의 미래는 불안하다. 만족할 만한 일자리는 찾기 힘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어 금수저, 흙수저는 세대간 불평등의 세습을 대변하는 공용어가 되었다.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정의로운 성장, 재벌에 의존하지 않는 공정한 성장 등 대선 주자들이 표방하는 경제론 속에는 성장과 분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공약으로 고용창출을 위한 보조금, 4차 산업 육성 등 다양한 경제정책 공약이 발표되고 있으나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새로운 정부가 우리 경제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은 보이지 않는다. 적폐라면 무엇이 적폐이며, 개혁이라면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가?

우리 경제가 가진 문제는 문제의 현상에 대한 대증적이며 각론적 처방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 국가안보 확보, 사회의 안전과 질서 유지, 통일한국의 기초 확립 등 우리가 지향하는 국가적 목표는 이를 지지할 수 있는 경제적인 기반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경제적 기반은 활력 있는 경제 하에서 가능하며, 활력 있는 경제에 대한 국민의 폭넓고 공정한 참여 없이는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없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정부가 해야 할 두 가지 핵심 과제는 활력 있고 포용적인 성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지속가능하고 효과적인 복지체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경제의 활력은 개인의 창의, 기업의 투자, 산업의 성장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이 없이는 불가능하며, 일자리 창출과 투자는 기업과 시장의 몫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회적 약자 보호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복지도 확충되어야 한다. 선진국과 비교해서 해소되어야 할 복지의 사각지대도 많고 복지의 수준도 낮아서 앞으로 복지체계 확충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이 많다.

강점, 약점, 기회, 위협 요인 분석 : 구조적 접근

이를 위해 차기 정부는 어떠한 방향과 전략을 가지고 경제운용을 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방향과 전략을 정하기 전에 새로운 정부가 직시해야 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문제가 매력적인 목표의 설정이나 단편적인 시책의 개발, 재정이나 금융의 확장을 통하여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성장, 고용, 분배, 복지 문제는 서로 연관이 깊은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이다. 이 문제는 경제의 고용창출력 약화와 그에 따르는 고용의 질 악화와 경제적 불균등 심화로 요약된다. 과거 우리 경제가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수출-투자-소득-내수-고용으로 이어지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고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수출이 잘 되면 내수도 좋아지고 일자리도 많아졌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중국 등 신흥공업국이 부상하고 전 세계적으로 생산이 국경을 초월하여 이루어지며 수출에서 내수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약해졌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수출이 잘 되면 투자와 고용이 좋아져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확산되는 것을 바라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경제운용은 과거의 수출주도형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출지원은 다른 분야에 비해 수출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이라는 대상이 명확하고 산업이나 기업정책도 수십 년간 이를 중심으로 운용되어 왔으며, 상대적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위기나 경기침체 속에서 수출은 한국경제의 회복에 큰 역할을 하였고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는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로 이어지며 임금과 소득 격차의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보다는 내수 중심의 성장, 소득재분배를 통한 소득 중심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소득재분배와 내수가 한국경제의 물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기는 힘들다. 나아가 수출인가 내수인가, 성장인가 분배인가 등 이분법적으로 문제를 판단하는 것은 복잡하게 연결된 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며, 이는 잘못된 정책으로 나타난다. 한류열풍에서 보듯이 내수와 수출이 분리된 것이 아니며, 분배는 성장과 상충하기보다는 경제운용에 따라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히려 수출인가 내수인가보다는 정부가 국가적 목표를 정하고 정부가 원하는 대로 경제를 움직일 수 있다는 인식과 이러한 인식에 기초한 정부운용 방식이 수출주도형 경제운용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시장경제는 개인이나 기업이 자신이 가진 창의와 노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 하에서 활력을 갖게 된다. 물자가 부족하고 경제규모가 작은 저개발 국가에서 강한 국가의 지도력이 경제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이제 선진국 초입에 이른 우리 경제에서는 개인의 창의와 기업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경제운용과 환경이 요구된다.

수출을 경제의 제일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모든 정책적 노력을 다 하는 과거의 수출주도형 경제운용방식을 이제는 추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유사한 경제운용방식이 온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내세웠으며, 박근혜 정부는 고용목표나 규제개혁목표를 내세웠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새로운 국가적 목표를 설정하고 경제를 끌고 가려는 정부운용 방식은 국민과 최고 정책담당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운용 방식은 한국경제가 당면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 한국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1960년대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온 지난 수십 년간 고착된 정부주도형 경제운용 시스템의 위기이다. 현재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경제운용 시스템의 개혁 없이는 현재 한국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기는 힘들다.

정부 경제운용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

그렇다면 정부의 경제운용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정부의 경제운용 방식은 구조적으로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완화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가지고 올 요인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은 무엇보다도 수출에서 내수로 이어지는 국내 산업연관 약화와 이로 인한 고용 창출력의 약화이다. 나아가 수출도 중국 등 특정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불안정하며 국제 무역환경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이러한 성장 부문의 경쟁력 우위 유지가 핵심이지만 이것도 불투명하다. 이와 함께 경제적 불균등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복지에 대한 욕구는 높아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냉철한 경제적 합리성보다는 이념적 갈등만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강점과 잠재력을 많이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높은 교육열과 성취동기를 가진 인적자원이 풍부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수출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수출제조업이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정보통신 전자산업 강국인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의료, 교육, 관광 등 다양한 서비스 사업이 새로운 수출산업이 될 수 있으며, 현재의 저생산성 일자리를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

이러한 위협요인을 최소화하고 기회요인를 최대로 활용하는 데 있어서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과 기업의 역량 배양과 산업의 지속적인 혁신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거와 같이 특정 산업을 지원하고 정부가 사사건건 규제와 통제를 통하여 성취할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이것보다는 경제운용의 핵심은 개인과 기업이 자기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유인을 주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글로벌화된 경제환경과 불확실한 국제정세, 나아가 급변하는 기술 속에서 정부가 지원하고 통제하여 경제를 운용하는 경직된 구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각 경제주체의 역할과 책임이 분산되는 유연한 시장경제의 작동만이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길이다.

지난 정부가 국민과 기업의 창의성에 초점을 맞추어 창조경제를 강조한 것은 의미가 있는 것이었지만 정부가 목표를 설정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은 전혀 창조적이지 못하였다. 이는 과거 정부주도형 경제운용방식이 가진 중앙집권적이고 상명하달식 정책집행이라는 경직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똑같은 형식으로 전국 각지에 설립된 것을 보라. 국가경제의 경쟁력은 각 경제주체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유인을 만들어 낼 때 강화된다. 이는 정부가 경직적인 틀 속에서 특정 산업을 지원하거나 특정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각 경제주체가 자기의 책임 하에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경제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활력 있고 포용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약자나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위한 경제적 지원은 사회통합과 시장경제의 작동을 위해 필수적이다. 복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분배 과정이며, 이해관계가 다른 국민들의 욕구가 부딪히는 곳이다. 이것이 지속가능하고 효과적인 복지체계가 확충되어야 할 이유이다. 이 분야에서도 정부의 경직적인 운용방식으로 비효율적인 복지체계가 고착되고 있지는 않는지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교육, 보육, 의료, 보건, 연금은 기회균등과 삶의 질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분야이다. 이 분야는 정책의 수립에서 정책의 전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복지는 중앙정부의 경직적인 운용 방식보다는 수혜자와 현장의 창의가 발휘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앙집권적 행정체계 하에서 정부가 명령하고 통제하고 있다.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발휘되는 유연한 경제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운용 방식의 재편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은 성장률이나 고용률 등 거시경제적 총량 지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는 시장경제의 결과로 결정되지 정부가 목표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일자리를 몇 개 만든다는 것은 정치적 구호이지 경제정책의 목표가 될 수 없다. 또한 지난 저출산 대책에서 보았듯이 정책을 개발하기에 앞서 저출산 문제를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이해 속에서 비효율적이고 또 다른 왜곡을 낳는 시책이 배태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단기방편적인 정책 대응을 통하여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시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여전히 정부의 특정 부처가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발전을 책임진다는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행정의 특성 상 특정 부처나 조직이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발전에 관여할 수밖에 없으나, 정부가 규제와 자금 배분을 통하여 기업을 통제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정부가 지원이나 보호보다는 산업이나 기업을 둘러싼 시장환경을 모니터링하고 공정경쟁이라는 시장원리의 작동의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시장경제의 공정한 경쟁과 활력적인 작동을 위해 시장을 조성하고, 분석하고, 공정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감시하는 데 역할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정부 스스로 특정 목적을 위하여 경제운용 전반의 일관성을 저해하는 규제나 지원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 기존의 산업이나 기업이 관련된 정책과 공정거래 등 시장정책은 크게 개편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부운용 방식의 재편 원리는 이상에서 언급한 산업이나 공정거래 등 핵심적인 경제정책뿐만 아니라 복지, 노동, 교육 등 경제 원리가 적용 가능한 분야에서도 정부운용의 기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 소개

김종일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였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제성장 및 발전 분야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여 왔다. 이와 관련된 연구로는 「한국 소득분배 지표의 재검토」 (2011), “Top Incomes in Korea, 1933-2010: Evidence from Income Tax Statistics” (2013) 등이 있다. 또한, 그는 KDI, KIEP, KIET 등 국내 연구기관과 세계은행, ADB 등 해외 연구기관의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정책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본 게시물의 저작권은 동아시아재단에 있습니다.

김종일 jongil@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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