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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계부채, 시한폭탄 해체는 가능한가?

기사승인 2017.01.12  13: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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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64호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3/4분기 가계신용 잔액이 1,295조 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특히, 전 분기 대비 38조 원이 증가해, 한은이 가계신용 편제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증가폭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리고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중요한 시스템 리스크 중 하나라고 하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한마디로 가계부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라는 얘기다.

비단 한국은행의 발표가 아니더라도 가계부채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인지하는 사실이다. 이는 가계부채의 절대적인 양뿐만 아니라 증가 속도, 그리고 질 등 그 내용 또한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과 맞물려 벌써 내년 위기설을 내세우며 암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가계부채 수준이 한국경제의 체력에 충분히 감당할 정도라는 낙관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한 마디로 가계부채에 대한 지나친 경고는 양치기 소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과연 시한폭탄일까? 시한폭탄이라면 해체 가능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다가오는 가계부채발 금융위기, 시한폭탄인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6년 3/4분기 가계부채 규모가 1,300조 원에 이른다. 2013년 말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넘어선 이후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아 300조 원이 더 불어난 것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3/4분기 이후 가계부채의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즉, 2014년 6%대이던 가계부채의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이 2016년에는 11%대를 넘어서,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따라서 가계부채의 절대적인 규모 못지않게 증가 속도 또한 심각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속도로 계속된다면, 가계부채 규모가 1,500조 원 대를 넘어서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가계부채의 내용을 뜯어보면, 그 심각성은 더 우려할 만하다. 우선, 금융권별 가계대출 현황을 보면,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세를 제2금융권이 주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016년 1/4분기를 기준으로 은행권의 가계부채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은 7.9%로 다소 줄어드는 반면, 제2금융권의 경우는 15.1%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다. 제2금융권 가계부채의 경우, 대출금리도 높고, 상대적으로 저신용자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조그마한 충격에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최근의 가계대출의 또 하나의 우려할 만한 변화는 가계대출의 대상에서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증가세는 주춤한 반면, 중도금 집단대출, 전세자금 상환용 대출, 그리고 개인사업자 대출의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점이다. 집단대출의 경우 재건축·재개발을 중심으로 분양이 늘어난 데 기인하기에 투기적 성격이 강하고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고, 전세자금 상환용 대출 역시 집주인들이 월세를 받기 위한 전세자금 상환 목적이어서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는 생계형인 경우가 많은 만큼 대출의 상환 가능성이 낮고 경기변동에 취약하다. 따라서 대출대상의 측면에서도 가계부채의 질은 이전보다 더 취약하다고 하겠다.

이에 따라 가계의 재무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특히, 2016년 3월말 기준으로는 145.6%로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이는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보다 더 높은 것인데, 그 만큼 가계의 재무구조도 악화되고, 대출의 상환능력도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이제는 한국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주요국 중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통계도 발표되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지연되고 저성장이 지속되는 한 가계의 재무구조는 계속 더 악화될 우려가 크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동시에 가계부채의 구조는 더 취약해지고, 가계의 재무구조는 더 악화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가계부채의 대출기간이 장기화되고 있고,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조건에서 대출의 비중이 늘어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금년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고,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분양주택 입주대란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가계부채의 부실로 인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예측이 힘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한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미국처럼 금융시스템이 휘청거릴 정도의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것은 무분별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실행과 부실화 문제도 있지만, 월가의 탐욕스러운 모기지 유동화가 주범이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가 부실화되자, 이를 근거로 발행된 MBS(주택저당증권)와 CDO(부채 담보부 증권)가 연쇄적으로 부실화되면서 금융위기가 확대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이러한 모기지 유동화 제도가 도입은 되어 있지만 미국만큼 시장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모기지 유동화를 통해 가계부채 부실이 전 금융시스템으로 전염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키워온 역대 정부의 님토(NIMTO), 그리고 폭탄 돌리기

그렇다면,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는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그 근원을 따져 들어가 보면, 역대 정부에서 반복되어 온 부동산 부양정책과 가격 상승,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주택담보대출의 문제를 들 수 있다.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가계부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택금융 부문에서도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졌는데, 금융기관의 자산운용이 기업금융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금융 위주로 변화하였으며, 이러한 변화는 주택가격을 상승시키고 주택금융시장의 규모를 급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주택가격의 상승은 다시 주택금융의 규모를 상승시키고, 주택금융의 활성화가 다시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연쇄작용 하에서 가계부채의 규모는 빠른 속도로 확대 재생산된 것이다.

 

김대중 정부부터 시작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의 증가현상과 정책기조는 이후의 역대정부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계속 이어져 왔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을 사용했지만, 정작 저금리 기조를 고수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확대를 막는 데도 주택가격 거품을 제거하는 데도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금리, 저환율 정책 등의 금융완화 정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를 적극적으로 허용했고, 박근혜 정부 역시 이른바 초이노믹스라는 이름으로 노골적으로 돈을 풀어 주택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선택하면서, 현재와 같은 가계부채 문제를 한층 더 악화시켰다.

외환위기 이후 어느 정부도 가계부채 증가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던 것은 소위 님토(NIMTO: Not In My Term of Office)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내 임기 중에는 고통스러운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경기부양을 위해 가계부채 확대를 적극 용인하고, 다음 정권에 이 문제를 넘기겠다는 생각이 결국 제대로 된 구조조정 없이 현재와 같은 가계부채 규모가 끝없이 증가한 주요 배경이 된 것이다. 소위 말하는 폭탄 돌리기라 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가계부채 문제는 계속 차기정권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그럴수록 가계부채 문제의 위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시한폭탄 해체는 가능한가? :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시한폭탄이 된 가계부채 문제는 해결이 가능할까? 경제에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가계부채 문제에는 거시경제 정책, 부동산정책, 금융정책, 가계소득, 경기 및 일자리정책 등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부작용이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 있다. 역대 정부가 님토(NIMTO)로 일관한 데는 부작용이 심한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자기 임기 내에는 꺼렸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넘어갔다는 학습효과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가계부채문제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터질 가능성이 큰 시한폭탄이 되었다. 위기를 나중으로 연장할수록 시한폭탄의 위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결단을 해야 하는 시간이 임박해졌다. 가계부채 문제는 경제 각 분야와 다각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교하게 결정한 다음, 이를 일관되게 추진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한국경제 및 사회가 최우선적으로 가치를 두어야 하는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정한 다음, 그 우선순위에 근거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정교하게 정책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가계부채 해결책은 가계부채의 증가세보다 가처분 소득의 증가세를 더 높여, 가계의 재무적 상환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더 이상 정부가 돈을 풀어 부동산 가격상승을 용인하는 경기부양 정책을 쓰지 말고 부동산 거품 해소를 통해 적극적으로 가계부채 규모를 축소해 나가는 결단이 필요하다. 헬조선, 금수저 논란에서 보듯이 자산이 축적되지 않은 청년층들의 박탈감은 한국사회의 통합을 저해할 만큼 심각하다. 기회의 균등과 계층이동이 자유로운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도 미래의 청년층들에게 주택은 부담 가능해야 한다.

이와 아울러 가계부채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가계부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는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조건의 장기 대출, 즉, 적격대출(conforming loan)의 비율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적격대출의 경우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유동화가 가능하여 차입자와 금융기관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최근 들어 이러한 적격대출의 비중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저금리 이점 때문에 위기에 취약한 일시상환 조건의 변동금리형 대출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적격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적격대출 이자비용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 등을 통해, 유인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계가 많은 부채를 부담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들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최근 들어 전세금 반환 목적의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임대주택 투자가 개인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형, 기업형 임대주택을 늘려나가 개인이 과도하게 부채를 지는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아울러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가계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들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신규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인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과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은 어렵고 부작용이 크지만 해체는 가능할 것이다. 아니, 해체를 해야 한다. 다만 이를 위한 특효약은 없다. 대부분 알고 있지만 망설이고 있는 부작용이 있는 방안의 선택만 있을 따름이다. 결국 가계부채 해결 방안은 리더십과 결단의 문제로 귀결이 된다.

박원석 대구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필자 소개

저자는 현재 대구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이며, 한국지역학회, 한국경제지리학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지리학과에서 경제지리학 전공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1992-2002)과 미국 워싱턴대학교 방문교수(2008-2009)를 지냈다. 그동안 리츠, 프로젝트 금융, 주택금융 및 입지, 산업단지 등 지역경제와 부동산 분야의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년층과 이주민의 주거문제, 도시재생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본 게시물의 저작권은 동아시아재단에 있습니다.

박원석 wspark@dae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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