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변화시키려 애쓰기보다 남한 사회의 건강이 우선"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북한을 조롱과 멸시, 타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런 자세는 복음적 평화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북 대결론적 자세에서 상생론적 자세로 태도를 전환해야 한다.”

▲ 허문영 박사 ⓒ유코리아뉴스DB

허문영(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평화한국 대표) 박사가 미래목회포럼(대표 정성진 목사)이 11일 오전 서울 연지동 기독교연합회관에서 개최한 ‘교회가 꿈꾸는 통일’ 주제의 정기포럼에서 한 말이다. 허 박사는 ‘통일 준비와 교회의 역할’ 발제를 통해 “수많은 남북 갈등의 역사와 원인은 늘 유념하되 원한과 증오에 더 이상 집착해서는 안된다”며 “이제는 상처를 치유하는 용서와 화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화해자(peace maker)의 역할을 한국교회에 적극 주문한 것이다.

이와 관련, 허 박사는 “남한의 입장에서는 수많은 무력 도발을 일으키고 무고한 사람들을 납치하고 저격한 북한 당국을 포용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며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절대 사랑으로만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 우리를 찾아오셔서 우리 죄를 대신 담당하시고 생명의 길로 인도하신 주님을 우리도 따라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회가 추구하는 복음적 평화통일 국가에 대해서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이 땅에 구현하는 나라’라고 제시했다. 허 박사는 “이를 위해서는 남한체제 확산론이나 남북한체제 수렴론을 넘어 하나님 나라 중심의 변혁론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상대방인 북한을 변화시키려고 애쓰기보다는 우리 사회에서부터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남한의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먼저 회개하고 돌이켜 건강한 교회와 사회를 만들어 나갈 때 복음적 평화통일은 하나님의 선물로 주어질 거라는 얘기다.

허 박사는 또 극단적인 이념 대립은 통일에 무익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우 또는 극좌적 극단주의는 분단 해결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며 “복음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북 지원과 관련한 남한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4인(人) 정책’을 제안했다. 북한의 인생(人生)·인권(人權)·인도(人道)·인간(人間) 문제를 남한 정부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 문제는 북한의 2500만 동포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선교를, 인권은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 등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 노력을, 인도는 경제난과 식량난 속에 희생되는 노약자와 유아들을 돕기 위한 식량과 의약품 지원 활동을, 인간 문제는 고령의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 및 재회,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 문제 해결을 통한 가정의 아픔 치유를 말한다.

허 박사는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인도적 대북지원단체들을 ‘좌파 빨갱이’로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통일을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허 박사는 “복음적 평화통일은 혈이나 육과 관련한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영적 세계와 관련한 복합적 문제”라며 “분단 독일 시대 동독의 성 니콜라이교회에서 진행된 월요평화기도회가 하나님의 시간표에 따라 놀라운 방법으로 통일을 이뤄냈던 것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6일 교파와 이념을 초월한 46개 단체가 개최한 쥬빌리코리아 기도큰모임, 26일까지 계속되는 세이레 평화기도회 등의 사례를 열거하며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세계대회, 이듬해 열리는 세계복음주의협의회(WEA) 세계대회에서도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를 이어가 마침내 2015년 8월 15일 김일성광장에서 전세계 그리스도인들과 남북한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손을 잡고 복음통일 대성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