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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부끄럽게 한 연합사령관

기사승인 2015.10.22  09: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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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4일. 당시로선 원인불명의 지뢰가 터져 비무장지대에서 작전 중인 장병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실은 한미연합사령관 스캐퍼로티 대장에게도 즉시 보고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연합사령관은 즉시 “바로 헬기를 대기시키라”고 지시하며 곧장 현장을 둘러본 후 다친 두 명의 하사를 위문하러 가겠다고 준비를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군 수뇌부 누구도 가지 않은 상황에서 연합사령관이 먼저 가면 곤란하다”며 한국 측 장교들이 만류하였습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스캐퍼로티는 “한국군 수뇌부 체면 때문에 가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방문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날 방문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사드 미사일 배치 논란 때 한국 정부의 곤란한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발언을 쏟아내던 스캐퍼로티 대장은 우리에게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지뢰 사건 때 “한국군은 체면 때문에 부하가 쓰러져도 찾아가지 않느냐”며 거침없이 행동을 하려는 그는 분명 군인다웠습니다. 현재 스캐퍼로티는 사무실 한쪽을 지난 30년간 같이 군 생활하는 동안 사망한 부하들의 사진으로 채워놓고 매일 이들을 기린다고 합니다. 그는 아무리 하급자라도 전역할 때면 반드시 초라한 전역식까지 전부 찾아가고, 부하가 죽거나 다치면 곧바로 찾아가 위로하고 가족까지 끝까지 챙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30년 군 생활 동안 사망한 수백 명에 이르는 부하의 이름과 사망일시까지 다 기억합니다. “지휘관이 부하를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긴다는 것이냐”고 말하는 그의 자세는 우리 한국군 수뇌부와 참으로 대비됩니다. 저는 한국군 고위 장성 중에서 이런 지휘관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정의당에 국방개혁기획단장으로 와 있으면서 크게 피해를 입은 장병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면 끝까지 챙기겠다고 심상정 대표에게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지뢰사건의 피해자인 곽 중사 사건을 언론에 공론화하였습니다. 그래서 개그맨 김제동 씨와 주진우 기자가 치료비를 낸 것이구요. 대표께서도 아낌없이 자신의 힘을 보탰습니다. 그런데 항상 이런 일을 처리할 때마다 거대한 산성처럼 국방부가 버티고 있습니다. 민원을 처리하려면 갖은 핑계를 대고 책임만 피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부하들의 생명가치에 인색한 우리 군 고위지휘관이 지난 연평해전 때 김대중 대통령이 사망한 장병의 빈소에 조문까지 안했다고 비난하는 걸 보면 참으로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연평해전에서 합동위령제를 치러주고 대통령 비서실장을 보낸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 한 일입니다. 유족을 이후에 청와대로 초청하여 직접 위로한 것도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 한 일입니다. 김영삼 대통령 때 강릉 무장공비 소탕에 우리 장병 14명이 사망했을 때는 합동위령제 자체도 없었고, 유족들이 모일까봐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달리하고 장례식도 따로 치루었습니다. 그때까지 국방장관이나 육군 총장이 영결식이나 병 문안 가는 것도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이야 많이 좋아졌지요.

   
 

심지어 우리 국방부 일각에선 이런 스캐퍼로티 사령관의 행보에 못마땅해 했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방부가 국회에 연평해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조문이나 병 문안을 못 간 것은 “그간 관례에 비추어보면 적절했다”는 자료를 낸 적이 있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군인이 죽었을 때 “대통령이 안 가는 것이 관례”라는 게 국방부 주장입니다. 왜 이런 자료를 냈느냐? 김대중 대통령을 변호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부하의 생명가치를 경시했던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봐 변명한 것입니다. 이래놓고 김대중 대통령이 안 갔다는 걸 정치적으로 비난하는 여론에는 또 동조합니다. 참으로 나쁜 사람들입니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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